"국민의 닫힌 마음 열기에는 역부족"

정동영, 104일만에 의장직 공식 사퇴... 향후 당 진로 5일께 결정될 듯

등록 2006.06.01 10:31수정 2006.06.0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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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대체 : 1일 오전 11시 20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1일 오전 당사에서 5.31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1일 오전 당사에서 5.31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5·31 지방선거 참패 바로 다음날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월 취임 이후 104일만에 의장 자리를 뜨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창당 2년 5개월만에 8번째 의장사퇴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정 의장은 1일 오전 10시 20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의 무너진 신뢰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의 닫힌 마음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당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약속한 지방선거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며 "아직 신발끈을 풀지도 못한 상태지만, 물러나는 것이 정치인으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사퇴의 배경을 밝혔다. "우리당의 검증된 후보들이 낙선한 것은 모두 저의 책임"이라며 "아까운 인물들이 상처받았다"며 아쉬워했다.

정 의장은 "실패보다 무서운 것은 좌절"이라며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향한 평화·민주·개혁, 국민 통합의 가치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은 이제 당이 어떤 모습으로 상황을 수습하고 일어서는지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저 또한 백의종군하겠다, 낮은 곳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증된 후보 낙선한 건 모두 나의 책임"

정 의장은 기자들의 일문일답 없이 기자회견을 마쳤다. 우상호 대변인은 정 의장의 향후 일정에 대해 "선거 유세로 체력이 약해졌고, 기침과 허리 통증도 심하다"며 "당분간 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정 의장에게 종합검진을 제안했다.


정 의장의 사퇴로 김근태 최고위원의 승계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전날 정 의장은 김 최고위원과의 단독 면담에서 "질서있게 당을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두 사람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위원장들은 "정 의장이 무슨 잘못이냐,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오후 1시 부위원장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당내 분열 조짐까지 보인다.


한편 이날 오전 9시부터 비공개회의에 들어간 최고위원 5명은 향후 진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짓지 못한 채 끝났다. 오는 5일 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를 통해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최고위원들 간의 의견차이가 있고,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회의를 5일로 잡았다"며 "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에서 당의 향후 진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사를 떠나며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사를 떠나며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정 의장 사퇴 위로의 뜻 전한다"
한나라당, 정동영 기자회견 뒤 논평... "노 정권 반성해야"

한나라당은 1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전격 사퇴 선언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정 의장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는데 이런 결과로 사퇴하게 돼서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중요한 것은 민심의 뜻이 어디 있는가를 정확히 아는 것"이라며 "국민은 노무현 정권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변인은 "청와대는 이번 선거 결과와 청와대는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한 책임 떠넘기기로 국정이 혼란해 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빠른 시일 내에 분위기를 추슬러 민생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 김영균 기자


[1신 : 1일 오전 10시 30분]

정동영 단독 사퇴냐, 지도부 총사퇴냐


김두관·조배숙·염동연·김혁규 최고위원 그리고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 참패 바로 다음날인 1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정 의장을 비롯한 당 최고위원들이 회의를 위해 당의장실로 향했지만 모두 굳은 표정이었다. 지도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기자들을 위한 오프닝 발언 없이 곧바로 비공개회의를 시작했다.

정 의장이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진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가에 미소만 머금을 뿐 아무 말 없이 곧바로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는 정 의장 단독 사퇴냐, 지도부 총사퇴냐를 두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하지만 최고위원마다 시각차를 보여 회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혁규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이번 선거 결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나는 사퇴를 할 생각이 있지만, 그것을 지도부에 권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회의 참석차 상경한 김두관 최고위원은 회의 전 기자들을 만나 "지도부 전체가 선거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만, 당의 상황이 엄중한 만큼 당헌당규에 따라 지도부를 승계하는게 바람직하다"면서 김근태 최고위원의 승계에 무게를 뒀다.

김두관 "김근태가 승계하는 게 올바른 전개"

이어 "비상대책위원회로 갈 수 있지만 당원들에게 고민을 물어보니 대안이 아니라고 하더라"며 "지도부 일괄사퇴가 아니라면 흐름상 김근태 최고위원이 승계하는 것이 올바른 전개 아니냐"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근태 최고위원의 승계 이후 불거질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부딪치면 주장하고 싸워야겠지만 새 체제가 출범한다면 당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야 한다"며 "김 의장 체제가 된다면 새로운 동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거 전 정 의장 사퇴를 요구했던 김 최고위원은 "어제 불편해서 일부러 정 의장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며 "오늘 뵙고 인사드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후보들이나 의원들 입장에서 국민 앞에 진정으로 반성하고 책임지기 위해서 총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최고위원회의를 열어서 최종 결정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정 의장 사퇴에 대해 "엄중한 상황 앞에서 책임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승계 여부에 대해 "당 중진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평당원 기자회견 하려다 제지 당해... "이러니 고건에 지는 것"

한편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 평당원인 임충섭씨는 지도부 총사퇴와 새로운 임시지도부 구성을 주장하기 위해 당사 기자회견장을 찾았다가 회견을 저지 당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계개편, 분당, 민주당과의 합당은 없다"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들이 이를 저지하자 "김 최고위원이 승계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모두 함정"이라며 "당 지도부가 이 따위니까 고건 전 총리에게 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장은 오전 10시 20분경 당사에서 '의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나머지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계속 회의를 열어 당 수습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대립했던 김두관 최고위원이 먼저 회의장을 떠나자 박명광 의장비서실장이 김 최고위원을 쳐다보고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대립했던 김두관 최고위원이 먼저 회의장을 떠나자 박명광 의장비서실장이 김 최고위원을 쳐다보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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