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가정환경조사서'

네티즌들 "폐지해야" 목소리... 한국여성민우회 8일 토론회

등록 2006.06.07 16:09수정 2006.06.0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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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임영현 기자] '가정환경조사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정환경조사서를 둘러싸고 필요하다는 입장과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최근 네티즌들은 가정환경조사서 폐지를 교육청에 건의하는 서명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오는 8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토론회 ‘가정환경조사서 필요한가? ’를 열고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가정환경조사서는 학교장 재량으로 학생의 생활지도, 인성지도, 장학금 지급 등을 위해 가족관계, 부모의 직업, 생활수준, 학생의 교우 관계 및 적성, 진로, 질병 등을 조사하는 것이다.

가정환경조사서의 가장 큰 쟁점은 부모의 유무, 부모 직업 및 학력 등을 묻는 조사항목의 필요성 여부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네티즌 청원’ 코너에선 지난 3월 가정환경조사서 폐지를 교육청에 건의하는 서명이 1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학생 당사자가 아닌 부모에 관한 정보를 조사하는 것은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가정환경조사서 폐지를 주장했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요. 아빠를 원망하지 않지만, 가끔 친구들 앞에서 창피할 때가 있어요. 솔직히 그것을 써서 이용되는 곳이 어딘가요? 저 같은 아이가 많을 거예요. 폐지 부탁드립니다.”

서명에 참여한 한부모 가정의 한 학생은 이러한 조사가 ‘상처’가 된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네티즌들도 “제 동생 학교는 사별, 이혼, 별거까지 쓰라고 하던데요. 정말 황당합니다”“우리 학교는 엄마랑만 사는 사람이랑 아빠랑만 사는 사람까지도 조사합니다”등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렇듯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와 올해 3월 일선 학교에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수입, 직위 등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조사항목을 삭제할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권고일 뿐 실시 여부는 각 학교에 달려있다.


박미희 교육부 초중등교육정책과 연구사는 “가정환경조사서는 학교장 재량 사항이라 권고는 할 수 있어도 강제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단체간 의견도 엇갈린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의 가정방문이 금지되고, 생활지도, 급식지도, 행정업무 등으로 상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현실에서 학생의 눈 높이에 맞춘 지도를 하려면 가정환경조사를 통해 학생의 상황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그는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가정환경조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충분히 알리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한다.


반면, 박유희 인간교육실현을위한학부모연대 이사장은 “조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학교와 교사들이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정보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비밀이 학생들 사이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이러한 정보를 학생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문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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