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맥주, 물, 맥주... 하루만에 2500만원 팔았다

[현장] 서울광장 인근 편의점 직접 가 보니...

등록 2006.06.19 08:06수정 2006.06.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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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프랑스전이 열리기 전 서울광장 인근의 한 편의점. 붉은 티를 입은 시민들은 본격적인 관전을 앞두고 맥주와 먹을거리 등을 준비하기 위해 25평짜리 가게를 가득 메웠다.
19일 새벽 프랑스전이 열리기 전 서울광장 인근의 한 편의점. 붉은 티를 입은 시민들은 본격적인 관전을 앞두고 맥주와 먹을거리 등을 준비하기 위해 25평짜리 가게를 가득 메웠다.오마이뉴스 이민정

맥주, 물, 맥주, 물,….

19일 새벽 3시 30분께 서울광장 인근 한 편의점. 25평짜리 가게 안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잇따라 캔맥주와 생수병을 계산대에 올려놨다.

인기 품목 1위인 맥주는 동이 날 만도 하지만 냉장고 안에는 처음 모습과 변함없이 맥주가 차곡차곡 쌓였다. 맥주뿐만 아니라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도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프랑스전 '대목'을 대비해 이미 2~3일 전부터 인기 품목을 여유있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무교1호점은 경기 당일 캔맥주 100박스(1박스에 24개입)를 더 주문했다. 창고에 애초 쌓아뒀던 50박스와 합치면 준비된 캔맥주는 모두 3600여개. 생수의 경우 200박스(1.5리터x6병)를 더 주문했고, 김밥과 샌드위치 등도 3000개 들어왔다.

맥주와 물 이외에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은 김밥, 빵, 과자 등이었다. 소비자들의 손이 많이 가는 품목은 일찌감치 가게 밖 진열대에 계산기와 함께 배치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도 15명으로 대폭 늘었다. 최경호 운영본부 팀장은 "한국팀의 경기가 있는 날을 대비해 본사에서 지점마다 10명의 인력을 지원해줬다"며 "서울광장과 종로 일대만 본사에서 50여명이 파견나왔다"고 말했다.

계산대에 있는 직원 2~3명은 일이 바빠 광장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로 골인 여부를 확인할 뿐이었다. 새벽 4시께 경기가 시작하고 고객들의 발길도 뜸해지자 최 팀장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은 컵라면을 준비해 하나둘씩 어디론가 사라졌다.


최 팀장은 "경기 시작 전과 전반전·후반전 사이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며 "경기가 시작하면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전반전이 끝난 새벽 5시 30분께 가게는 다시 붉은 인파로 북적였다. 날이 밝자 시민들은 경기 전과는 달리 컵라면, 따뜻한 음료수 등 추위를 피할 만한 품목 근처로 몰려들었다. 최 팀장은 온장고의 온도를 한 단계 높여 음료를 채웠다.


서울광장에 10만 인파가 모인 이날 무교 1호점의 매출액은 약 2500만원. 전날(18일) 오후 1시부터 경기가 끝난 19일 새벽 6시까지의 매출이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평소 매출의 6배"라며 "토고전이 있었던 지난 13일은 경기가 빨리 끝나서인지 200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경기 결과에 따라 매출도 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졌던 지난 4일 가나전의 경우 경기가 일찍 끝났음에도 응원 인파가 조용히 귀가한 반면, 한국이 이긴 토고와의 경기 이후에는 한 잔 더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매출이 상승했다는 것.

1호점에서 50여m 떨어진 무교 2호점의 관계자는 "평소보다 3~4배 정도 매출이 늘었다"면서도 "4년 전 한일월드컵에 비하면 매출이 그다지 증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거리응원을 지척에 두고도 경기를 볼 수 없는 처지인 그는 "축포가 터질 때 '골을 넣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뿐"이라고 말했다.

19일 새벽에 열린 독일월드컵 한국-프랑스전에서 1점 뒤지던 한국팀이 후반 36분께 박지성 선수의 동점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가 끝났지만, 무승부를 자축하는 응원인파가 거리에 남아 청소에 애를 먹고 있다.
19일 새벽에 열린 독일월드컵 한국-프랑스전에서 1점 뒤지던 한국팀이 후반 36분께 박지성 선수의 동점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가 끝났지만, 무승부를 자축하는 응원인파가 거리에 남아 청소에 애를 먹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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