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군 눈에 비친 한국전쟁의 모습

[서평] 중국 해방군과 미 해외참전용사의 사진 엮은 <그들이 본 한국전쟁>

등록 2006.06.21 10:34수정 2006.06.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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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들이 본 한국전쟁> 1~3권 표지

<그들이 본 한국전쟁> 1~3권 표지 ⓒ 눈빛출판사

최근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중심으로 갈등하고 있다. 맥아더 동상을 끌어 내릴 것인가, 한국전쟁은 내전인가, 국가보안법을 없앨 것인가 등등 꼬리를 이어가는 이 갈등은 쉬이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논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조차도 한국전쟁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입장이 분명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그러다 보니 논쟁이라는 것이 지루한 입장의 반복과 반대를 위한 반대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2005년 한 일간지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54%가 한국전쟁이 1950년에 시작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교직에 있는 친구 말로는 시험범위가 아니기 때문이라나.

사진 전문 출판사로 올곧은 길을 걸어온 눈빛 출판사에서 2005년에 펴낸 <그들이 본 한국전쟁>은 그런 점에서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여기서 그들이란 남과 북이 아니면서 이 전쟁에 뛰어 들어 무수한 피를 흘려야 했던 중국 인민지원군과 미군(유엔군)을 뜻한다.

각각 1959년에 중국 해방군화보사와 1951년과 1954년에 미 해외참전용사협회에서 펴낸 기념(또는 선전) 화보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전쟁이 치룬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그들 스스로가 편집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생동감 넘치는 종군 사진부터 다분히 연출이 느껴지는 사진들까지 여러 각도에서 한국전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영광스러운 중국 인민지원군'이라는 원제를 갖고 있는 1권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오던 사진이나 영화에서 저 멀리 무수한 점으로 인해전술을 펴던 중국 인민지원군(옛 표현으로 중공군)들을 그들 각도에서 보는 경험은 낯설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하지만 않았어도 전쟁은 일찍 끝났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면, 중국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역시 전쟁이 일찍 끝났을 것이라는 주장도 가능한 것이 한국전쟁이다. 무 자르듯 몇 마디로 재단할 수 없는 사정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알고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중국 인민지원군 입장에서 본 한국전쟁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2권과 3권은 미군과 유엔군을 다뤄 지금까지 많이 접했던 사진들도 등장하지만 공중전과 항공모함 모습 등 새로운 자료들도 실려 있고 맥아더, 리지웨이, 클라크 장군의 보고서와 연표를 덧붙여 사료적 가치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


'그들의 눈으로 본'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자연스레 '우리 눈으로 본 한국전쟁'을 떠올린다. 역사를 다루는 것은 늘 조심스럽고 까다로운 일이고 특히 요즘 대한민국에선 더 그런 듯하다. 한국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은 오늘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기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다.

a 치열한 전쟁을 거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나온 병사들 개개인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지. 전쟁고아를 돌보는 미군 장교나 살아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것을 기뻐하며 북녘 아가씨와 정담을 나누는 중군 지원군 병사처럼 말이다.

치열한 전쟁을 거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나온 병사들 개개인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지. 전쟁고아를 돌보는 미군 장교나 살아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것을 기뻐하며 북녘 아가씨와 정담을 나누는 중군 지원군 병사처럼 말이다. ⓒ 눈빛출판사

그들이 본 한국전쟁 1 - 항미원조 - 중국인민지원군

중국 해방군화보사 글.사진, 노동환 외 옮김,
눈빛,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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