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까지 엄습하는 환경 재앙

[해외리포트-르포 3] 중국 싼샤댐을 가다

등록 2006.06.27 10:43수정 2006.06.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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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달픈 이주민상  충칭 싼샤박물관에 조각된 이주민상. 기쁨과 희망에 넘친 이 조각과 달리 싼샤 이주민들의 삶은 고달프고 힘들다.

고달픈 이주민상 충칭 싼샤박물관에 조각된 이주민상. 기쁨과 희망에 넘친 이 조각과 달리 싼샤 이주민들의 삶은 고달프고 힘들다. ⓒ 모종혁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이 지난 5월 20일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 현장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13년에 걸친 대역사가 완료됐지만 준공식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어느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리펑공정'이라 불릴 만큼 싼샤댐 건설을 주도하고 싼샤댐 추진 과정을 일기 형식의 책으로 펴낸 리펑(李鵬) 전 총리마저 불참했다.

본래 창장(長江)싼샤공정개발공사에서는 100만 위안(우리 돈 약 1억2천만 원)을 들여 성대한 준공 경축식을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돌연 이를 취소하고 불과 10분 동안 간단하게 행사를 치렀다.

양쯔강 유역에 거주하는 2억2천만 명 주민들을 홍수로부터 해방시키고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소하고 낙후된 서부지역에 부흥시킬 물류혁명을 일으킨 싼샤댐의 완성치곤 초라한 준공식이었다.

창장싼샤공정개발공사 리융안(李永安) 총경리는 "싼샤댐 건설 이후에도 2008년까지 한 단계 남은 공정이 있는데다 수몰인 이주와 환경보호사업 등 중요한 임무에 더욱 주력하기 위해 행사를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초라한 싼샤댐 준공식의 이유

충칭시 완저우구 852가구 이주전후 대조표

거주면적(㎡)

총수입(만위안)

총지출(만위안)

이주전

80363

904.2

566.8

이주후

95371

707

618.1

증가

15008

-197.2

51.3

백분율(%)

18.7

-21.8

9

ⓒ 모종혁
지난 4월 한 달 동안 중국 전역에서는 '싼샤이민정신송'(三峡移民精神頌)이라는 기념행사를 순회로 열렸다.

'100만 싼샤 이민, 중국을 감동시키다'라는 주제의 행사에서는 싼샤 수몰지 이주민들의 희생을 기렸다. 행사를 주관한 중국 정부의 의도는 분명했다. 중국 인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켜 싼샤 수몰지 이주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싼샤 수몰지역 이주민들의 현황은 어떨까? 중국 정부는 싼샤댐 문제에 관해서는 장밋빛 전망만을 선전하고 있다. 관영 언론매체들 또한 이주민들의 웃음과 희망만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내부 회람용 보고서는 알려지지 않는 진실을 폭로하고 있다. 작년 12월 충칭시 최대 수몰지역인 완저우(萬州)구 정부가 조사하여 충칭시 정부에 보고한 <싼샤지역 이민연구>(이하 '이민연구')는 대표적이다.

완저우구 인민대표회의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반년 동안 조사한 '이민연구'에 따르면, 싼샤댐 건설은 수몰지에 세 가지 심각한 손실을 가져왔다.


첫째는 양쯔강변 옥토가 수몰되면서 이주민의 수입원이 파괴되었다. 충칭시에서 수몰되는 논밭은 33만무(畝, 1무=6.667아르)에 달하는데, 이에 충칭이 전체 평균 경작면적을 1인당 0.8무로 축소시켜 국제연합(UN)이 규정한 최저 경작면적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이주민에게 새로 제공된 경작지 26만무도 토질이 좋지 않고 자연재해가 빈발하며 수토(水土)의 유실이 빈발한 땅으로 지적되었다. 이런 신거주지 환경은 이주민의 정착을 위협하여 최소한의 생계마저 불가능케 하고 있다.

둘째로 이주 작업이 진행 중인 지방정부에 심각한 세수 손실을 주고 있다. 완저우구의 경우 2000~2004년까지 6억 위안(약 720억 원)에 달하는 세수원이 사라졌다. 수몰지의 기업들이 외지로 빠져나가고 가동을 정지했으며 양전을 경작하던 농민들의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몰지를 안고 있는 지방정부는 부족한 세원을 중앙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셋째는 양쯔강변 원거주지의 환경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이 경제 수입원이 붕괴되고 문화, 교육 등의 혜택이 사라졌다. 상류층에 속하던 한 상인 집안의 경우 수몰전 연평균 수입 18.4만 위안(약 2200만 원)에서 신거주지 이주후 6.7만 위안(약 8백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민연구'에서는 "정부가 법률까지 제정하여 이주민에 대한 보상과 환경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규정이 규칙적이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다"면서 "수몰지역과 이주민을 위한 다양한 세제 지원과 지원 정책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혜택에 불과하다"고 중국 정부의 싼샤댐 대책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민연구'는 "이주민 반수 이상이 수입이 줄어들고 미취업 상태라서 전체 생활수준이 대폭 하락했다"면서 "신거주지에 적응 못하고 빈곤하여 약체 집단으로 변한 이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지역사회에 커다란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a 도시로 도시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흘러드는 싼샤 수몰민들. 신거주지로 옮긴 이주민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충칭시로 몰려들고 있다.

도시로 도시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흘러드는 싼샤 수몰민들. 신거주지로 옮긴 이주민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충칭시로 몰려들고 있다. ⓒ 모종혁

빈발하는 이주민의 반발과 시위

실제로 지난 2004년 10월 완저우(萬州)에서는 시민간의 사소한 시비가 당국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져서 5만 명이 가담하는 유혈 소요가 발생했다. 정부 관리라 밝힌 한 행인이 거리에서 부딪친 이주민 출신 대나무 지게꾼을 폭행한데 주변 시민들이 분노하여 완저우구 정부청사로 몰려가 구호를 외쳤다. 이에 공안과 무장경찰이 시위 군중을 곤봉으로 무차별로 때리자, 순식간에 수만 명으로 늘어난 시위대는 공무원과 공안에 대응하여 공격하는 유혈 폭동으로 번졌다.

당시 시위 현장을 취재한 <완저우르바오>(萬州日報)의 한 기자는 "이주민들이 여러 불만사항에 대해서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던 상황"이라면서 "쌓였던 불만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폭발한 시위"라고 말했다.

'이민연구'에서는 "펑제(豊節)현을 연구 조사하던 10일 동안 7차례에 걸쳐 수십 명에서 수백 명까지 참가하는 시위가 있었다"면서 "2003년 상반기 완저우에서 지방정부 청사를 점거하고 관리들을 억류하거나 도로를 가로막아 점거하는 이주민의 시위가 16차례나 일어났다"고 밝혔다.

a 마무리 정리정돈 공사가 한창인 수몰도시 펑뚜. 맞은 편에 들어선 것이 신시가지이다.

마무리 정리정돈 공사가 한창인 수몰도시 펑뚜. 맞은 편에 들어선 것이 신시가지이다. ⓒ 모종혁

이주민 문제만 중국 정부를 긴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호수로 변한 양쯔강 상류의 수질 오염은 싼샤댐의 물을 식수와 공업용수로 이용하려고 했던 당국의 의도에 차질을 주고 있다.

지난 8년간 싼샤댐의 수질을 연구해 온 인민해방군 제2군의대학 수웨이췬(舒爲群) 교수는 "싼샤댐으로 흘러드는 물의 90%가 내륙 최대의 공업도시인 충칭시를 관통하는데, 충칭의 오수 처리율은 2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싼샤댐 2기 공정이 완공된 2003년부터 양쯔강의 유속이 정체되면서 강의 자정능력이 떨어졌다"면서 "양쯔강에서는 101종의 비휘발성 유기오염물질이 검출됐고 이 가운데는 유기염소화합물, 페놀, 벤젠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양쯔강 주변 주민들의 건강과 생태환경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웨이췬 교수의 조사 결과에 놀란 중국 정부는 충칭에서 국가환경보호총국, 건설부, 과학기술부 등 7개 부처와 위원회를 긴급 소집하여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4월 21일 충칭을 찾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싼샤 이주민 문제와 수질오염문제를 시급히 해결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충칭시는 양쯔강 수질개선을 위한 오염처리시설 확충의 재원 마련이 쉽지 않고 가동 중인 공장들에 지장을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황해까지 영향

진사강(金沙江)에서 흘러오는 진흙과 싼샤의 산과 계곡 곳곳에서 떨어지는 모래도 큰 문제 거리다. 충칭을 비롯한 양쯔강 상류 수많은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쓰레기와 토사는 강 밑에 퇴적하여 싼샤댐 일대에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쓰촨성 지리연구센터 판샤오(潘晓, 여) 연구원은 "싼샤댐이 예정보다 일찍 완공됨으로 해서 토사가 퇴적되는 시기가 앞당겨졌다"면서 "쌓이는 토사로 20년 내에 충칭항의 기능은 위협받고 싼샤댐은 더 이상 발전을 못할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심이 깊어지고 강폭이 넓어지면 전력을 극대화하고 1만 톤급 선박도 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a 어민들도 걱정  근해에서 잡아 올린 꽃게를 정리하는 손길로 바쁜 저우산항의 한 선상. 황해로 나가는 양쯔강 민물이 줄어들어 주변 어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어민들도 걱정 근해에서 잡아 올린 꽃게를 정리하는 손길로 바쁜 저우산항의 한 선상. 황해로 나가는 양쯔강 민물이 줄어들어 주변 어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모종혁

싼샤댐으로 황해와 동중국해로 흘러드는 민물과 황토가 줄어드는 것은 동북아 전체의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양쯔강은 한강의 80배가 넘는 초당 8만 톤의 담수를 바다에 쏟아 붓는다.

양쯔강에서 나오는 담수와 백여 가지의 미생물은 황금어장인 황해와 동중국해의 영양분 역할을 해왔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창식 박사는 "양쯔강의 담수는 황해의 해류 순환과 수온, 염분, 영양염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싼샤댐 건설로 양쯔강의 유출량이 10% 줄어들어 황해 어장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11월 방문한 저우산(舟山)에서는 벌써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양쯔강 하류에 위치한 저우산은 중국 3대 수산물 어항 가운데 하나다. 양쯔강에서 흘러나오는 담수의 영향을 바로 받는 저우산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어획되는 어종량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담수량이 감소하면서 산란과 월동을 하는 조기, 갈치, 고등어 등의 어획량이 해마다 20% 이상 줄어들고 있다. 어민 리산위이(李汕偉)는 "주 수입원이던 갈치와 고등어의 조업이 잘 안 돼 생계를 유지하기 무척 어렵다"면서 "한 번 조업하러 나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수천 위안 밖에 안 되어 배 기름 값도 건지길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가 싼샤댐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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