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이 코앞인데, 질의는 무슨 질의?

[取중眞담] 퇴임 앞둔 방송위 관계자 향한 문광위의 전관예우

등록 2006.06.27 16:05수정 2006.06.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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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효성 부위원장과 노성대 방송위원장
왼쪽부터 이효성 부위원장과 노성대 방송위원장오마이뉴스 이종호
떠나는 방송위원들을 곱게 보내드리겠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조배숙)는 퇴임을 앞둔 노성대 방송위원장과 이효성 부위원장 등 방송위 관계자들을 '곱게' 보내줬다.

27일 오전 문광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위의 업무보고를 들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사들의 월드컵 특별 편성 문제 등 방송위를 향한 날선 질문과 자료를 준비했지만, 그것은 기자들을 위한 보도자료일 뿐이었다.

방송위의 현안 보고를 받은 뒤 조배숙 위원장은 "오늘 질의는 새로 오시는 방송위원들에게 물어볼 사항이라 오늘은 질의하지 않겠다"며 문광위원들의 질의를 생략했다. 대신 방송위원들에게 그동안의 소회와 문제점 등을 묻고 회의를 마쳤다.

"월드컵 기간 동안 공영방송은 죽었다", "월드컵 상업주의가 삼켜버린 시청자 채널선택권", "시청자 민원 폭주해도 방송위는 묵살" 등 날카로운 보도자료 제목과는 대조적인 회의 분위기였다.

문광위원들이 방송위원들을 고이 보내준 이유는 방송위원들이 오는 7월 퇴임하기 때문이다. 전날 여야 간사들은 퇴임을 앞둔 방송위원들에게 질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떠나는 이들에게 추궁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현 방송위원들의 임기는 지난 5월 9일 끝났지만,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임기가 자동 연장됐다. 월드컵 기간 동안 방송사들의 편성심의기준 위반 여부나 케이블TV의 요금 인상 등 방송위가 져야 할 책임은 퇴임으로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왜 질의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문광위 소속 야당 의원은 "물러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무슨 답을 얻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보도자료에 월드컵 관련 내용을 넣었으니 보도자료 중심으로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은 "월드컵 편성 관련 질의는 KBS 방송국을 상대로 하면 된다"면서 "새로 오는 방송위원들에게 대책을 물어보는 게 책임있는 답변을 얻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의 월드컵 '올인' 편성에 일부 시민단체들만이 목소리를 높일 뿐 국회는 잠잠했다. 1차 책임이 있는 정연주 KBS 사장도 퇴임을 앞둔데다 이번 임시국회가 오는 30일 끝나기 때문에 월드컵 편성에 대한 방송국과 방송위의 답변을 들을 기회는 없어졌다.

다만 후임자에게 6월 편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선에서 끝날 것이다. 월드컵 열기가 식어가듯이 월드컵 특별 편성에 대한 방송사와 방송위의 해명의 기회도 사라졌다.

"토고전, 광고단가 15초에 2500만원"
국회 문광위, 한국방송광고공사 자료 공개

방송3사가 월드컵 기간 동안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한 광고 수익이 총 6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이 27일 발표한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방송3사는 경기 생중계, 재방송, 하이라이트, 특집프로그램 등으로 이같은 수익을 올렸다. MBC가 240억으로 최고 수입을 벌었고, SBS가 210억, KBS 2TV가 160억원 순이었다.

반면 방송3사가 중계권을 사기 위해 지급한 금액은 약 275억원(2천 750억달러)으로, 제작비 180억원을 포함해 총 455억을 투자했다. 결국 방송3사는 전체 64경기 중 조별리그에서만 약 155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셈이다.

정 의원은 이에 대해 "방송3사는 16강에 진출해야 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엄살을 부리고 있다"며 "월드컵 분위기 조성이나 국민의 열기를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방송사들이 국민의 애국심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의 조사 결과, 각 방송사의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KBS 1TV가 25.5%, KBS 2TV가 38.5%, MBC는 43.3%, SBS가 46.4%였다. 반면 개최국 독일의 경우 제2공영방송인 ZDF는 관련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이 평균 19.62%, 일본 NHK는 14.06%에 그쳤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과 토고 경기에 붙은 15초 분량의 광고 단가는 2500만원"이라며 "방송사는 단지 방송 전파를 빌려서 쓴다는 점에서 월드컵 광고 특수를 기대하고 과잉 편성 경쟁을 벌여 시청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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