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아름다움, 들꽃은 거기 있었네!

경기도 양평 '들꽃수목원' 탐방기

등록 2006.07.06 09:02수정 2006.07.06 09:02
0
원고료로 응원
a 들꽃수목원의 들꽃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단풍제라늄, 도라지, 흰금강초롱꽃, 용머리꽃)

들꽃수목원의 들꽃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단풍제라늄, 도라지, 흰금강초롱꽃, 용머리꽃) ⓒ 김영조

a 들꽃수목원의 연구동과 들꽃수목원 가는 길

들꽃수목원의 연구동과 들꽃수목원 가는 길 ⓒ 김영조

"나 그대만을 위해서 피어난 / 저 바위틈에 한 송이 들꽃이요 / 돌 틈 사이 이름도 없는 들꽃처럼 핀다 해도 / 내 진정 그대를 위해서 살아가리라 / 언제나 잔잔한 호수처럼 / 그대는 내 가슴에 항상 머물고 / 수많은 꽃 중에 들꽃이 되어도 행복하리"

유익종의 시 '들꽃'의 일부이다. 들꽃은 사람에 따라서 야생화라고도 부른다. 그저 들 가운데 또는 산 속에서 외롭게, 아니 고즈넉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들은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는다. 그저 거기 있을 뿐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은 오히려 재배하는 꽃과는 다른 값어치가 있다.

사람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외롭게 있어도 그저 그렇게 담담하게 있어야 하는 게 사람일 터이다. 사람은 들꽃에서 그런 삶의 슬기로움을 배우고 있다. 나도 그런 삶의 슬기로움을 배우기 위해 찾아 나선다. 양평에 '들꽃수목원'이 있다고 해서 길을 떠났다.

a 대담을 하는 들꽃수목원 오영근 기획부장

대담을 하는 들꽃수목원 오영근 기획부장 ⓒ 김영조

한자 이름인 '야생화(野生花)'가 아닌 토박이말 '들꽃'. 이 얼마나 정감 어린 이름인가? 하지만. 이곳은 수목원의 이름엔 걸맞지 않다. 들꽃은 초본식물, 즉 나무가 아닌 풀과 꽃이기에 주로 들꽃 위주인 이곳은 조금 어색하기만 하다. '수목'은 목본식물 즉, 나무로 수목원(樹木園:나무 동산)은 광릉수목원, 아침고요수목원처럼 관찰이나 연구, 관광의 목적으로 여러 가지 나무를 모아 가르는 시설을 말한다.

'들꽃수목원'은 6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양수리와 옥천냉면집을 지나 양평 약 1.6킬로미터 못 미쳐 오른쪽에 있다. 들꽃수목원은 그저 소박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먼저 수목원의 대강을 소개한 오영근 기획부장과 마주앉았다.

들꽃수목원을 운영하는 주체는 (주)유니모농원인데 1999년 7월에 창립했다. 원래 모기업의 수련원으로 계획했었는데, 한강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기에 수련원을 포기하고 수목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이 가까워 나무를 본격적으로 재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초본식물 즉, 들꽃이나 허브식물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현재 들꽃수목원은 서울시 교육청에서 체험학습관으로 지정 받은 상태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3만5천명이 체험학습을 했다. 체험학습은 입장료에 체험학습비를 더하여 받는다. 체험학습 운영 프로그램을 보면 화분에 우리 꽃을 심어보는 화분 만들기, 허브 비누와 허브 향초 만들기, 누름꽃을 이용한 열쇠고리 따위를 만드는 압화 만들기, 천연염색, 곤충표본 만들기, 나무껍질 관찰하기, 고구마 캐서 구워먹기 등이 있다.

들꽃수목원의 시설엔 멸종되어 가고 있는 들꽃, 곤충, 표본 및 생물을 전시하는 자연생태박물관과 자연학습 체험장, 허브식물원, 열대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따위가 있다. 자연생태박물관에는 일급수질에서만 산다는 물고기들이 있고, 장수풍뎅이를 사육하고 있었다. 또 나비와 곤충 표본도 토종과 외래종으로 나눠 전시되었다.


a 자연생태박물관에서 본 일급수에서만 산다는물고기들,  사육되는 장수풍뎅이

자연생태박물관에서 본 일급수에서만 산다는물고기들, 사육되는 장수풍뎅이 ⓒ 김영조

a 건물 벽면 녹화사업의 모습

건물 벽면 녹화사업의 모습 ⓒ 김영조

식물원 안에는 각종 허브식물을 키우고 있었지만, 관심이 가는 것은 오히려 옥상과 건물 벽면 녹화사업이다. 특히 서울처럼 삭막한 도시는 녹지공간의 새로운 확보가 어려운 형편이어서 옥상과 건물 벽면에 식물을 심어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다면 참 바람직할 것이다. (주)유니모농원은 이 사업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들꽃과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수목원을 돌아본다. 물론 들꽃에는 토종도 있고, 외래종도 있다. 다만, 귀화식물(歸化植物, naturalized plant) 즉, 본래는 우리 땅에 자라지 않았으나 여러 원인에 의해서 2차적으로 옮겨와 자리잡은 식물들도 토종으로 보어야 한다는 의견도 오 부장은 제시한다. 그에는 개망초, 큰개불알꽃, 달맞이꽃, 자운영, 개자리, 개맨드라미 따위가 있다.

맨 먼저 나를 맞은 들꽃은 어렸을 적 익히 만나던 붓꽃이다. 그리고 부처의 머리를 닮았다는 부처꽃, 흡사 시계를 닮은 시계꽃, 잎이 단풍을 닮았다 해서 단풍제라늄, 그밖에 도라지, 초롱꽃, 용머리 따위가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a 정감어린 들꽃수목원과 강변산책로 팻말 , 강변산책로의 아름다운 모습

정감어린 들꽃수목원과 강변산책로 팻말 , 강변산책로의 아름다운 모습 ⓒ 김영조

a 들꽃수목원의 아름다운 모습들

들꽃수목원의 아름다운 모습들 ⓒ 김영조

이 들꽃수목원은 들꽃만이 아닌 강가의 아름다운 산책길이 있어 조용히 머리를 쉬고,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는 장소를 겸하고 있다. 들꽃과 강, 그리고 맑은 공기의 어울림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이 수목원은 다른 수목원에 비해 가파른 지역이 없어 장애인이 돌아보기가 쉬운 편이어서 장애인들의 방문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수목원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해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오 부장은 말한다.

들꽃수목원의 계획 중 하나는 자생지가 파악된 들꽃들을 복원 계획에 의해 대량 증식한 뒤 자생지에 옮겨 심을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강원도 인제의 진동계곡이 자생지인 미나리아재비의 증식 및 이식사업이다. 생태계를 위한, 우리의 자연을 위한 의미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참고할 일은 지금은 봄꽃과 여름꽃이 바뀌는 계절이어서 많은 들꽃을 볼 수 없다. 봄꽃이 흐드러질 때는 5월 15일 전후이며, 가을꽃이 꽃보라를 일으킬 때는 9월 말경이라고 한다. 이왕이면 그때를 맞춰 다가가 보면 좋을 일이다.

a 시계 닮았다고 이름이 시계꽃이다.

시계 닮았다고 이름이 시계꽃이다. ⓒ 김영조

a 들꽃수목원에 핀 들꽃들(왼쪽부터 붓꽃, 부처꽃, 금강초롱꽃)

들꽃수목원에 핀 들꽃들(왼쪽부터 붓꽃, 부처꽃, 금강초롱꽃) ⓒ 김영조

들꽃은 예전부터 우리의 산하를 지켜왔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은 우리 조상의 소박한 삶과 닮아있음이다. 염색하지 않은 소색의 옷을 입었고, 수묵화를 즐겼으며, 자연의 소리를 뽑아내는 판소리와 민요의 겨레였다. 화려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은 오래되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양평에서 들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들꽃수목원 : http://www.nemunimo.co.kr>

※ 이 기사는 <시골아이>, <대자보>에도 송고됩니다.

덧붙이는 글 <들꽃수목원 : http://www.nemunimo.co.kr>

※ 이 기사는 <시골아이>, <대자보>에도 송고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