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세금 환급사기'... 막을 묘수 없나

피해자 늘고 있지만 교묘한 수법에 단속 어려워 '속수무책'

등록 2006.07.10 17:42수정 2006.07.10 17:44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3일 오후 울산에 사는 A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 내용은 "국세청에서 지난 2002∼2003년 귀속 소득세 56만여원을 환급해 줄테니 은행카드를 가지고 가까운 은행에 가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것.

이에 A씨는 일단 세금 환급금액을 돌려받는다는 말에 별 의심없이 은행 현금지급기 앞으로 가서 통화 상대방이 일러주는 대로 따라했다.

그러나 이후 A씨는 환급액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좌를 조회했지만 세금을 돌려받기는 커녕 오히려 460만원이나 되는 돈이 자신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것을 알고는 어안이 벙벙했다.

알고보니 A씨는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누르도록 해 돈을 인출하는 수법을 이용한 사기사건에 말려 든 것.

이처럼 최근 국세청을 사칭해 '세금을 환급시켜준다'고 속여 피해자들의 계좌에서 돈을 빼내가는 식의 사기사건이 전국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은 타인 명의를 도용해 만든 계좌나 대포폰 등을 이용하는 만큼 추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속이는 수법까지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 역시 이같은 피해가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홍보에 나서는 등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같은 세금 환급사기 사건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이후 지난달 말까지 국세청에 접수된 사건만 해도 모두 59건으로 피해액은 무려 2억3900여만원에 이른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피해사례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간 국세청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17건 정도였지만, 지난 5월 한달에는 이보다 많은 18건이 접수됐고 6월에는 24건이 접수되는 등 갈수록 '세금 환급사기'의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세금 환급사기'는 갈수록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직접 전화를 걸어 세금을 환급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을 은행으로 유인했지만 최근에는 전화번호를 숨기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특정 번호를 선택하면 통화가 연결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추적을 피해나가는 수법도 이용되고 있다.

또 직접 피해자들을 대면하지 않고 통신수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범행을 일삼는 만큼 범인들은 손쉽게 여러 수신자들에게 한꺼번에 메시지를 보낸 뒤 응답이 오는 전화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처럼 세금 환급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최근에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를 환급해준다고 속이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범행 영역까지도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눈앞의 주의 문구에도 피해자는 여전

세금 환급사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갈수록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범행을 주도하는 범인들의 소재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

이들은 주로 노숙자들의 명의를 이용해 가짜 은행계좌를 만들고 대포폰 등을 동원해 범행에 이용하기 때문에 소재를 알아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또 국세청은 절대로 이같은 방식을 통해 세금을 환급해주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피해를 당하는 대상이 세금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다. 때문에 피해예방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전국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납세자들을 상대로 일일이 주의를 당부하기란 쉽지않다.

국세청에서는 전국의 은행 현금인출기에 '국세청 사칭 환급사기 조심! 국세청은 현금입출금기를 통하여 환급하는 경우는 없습니다'라는 홍보스티커를 붙이는 한편 세무사에게도 공문을 보내 주의를 당부하는 등 피해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같은 사기사건은 형사사건으로 경찰이 맡아 수사를 하고 있지만 국세청에서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납세자들에 대한 홍보에 나서는 등 피해예방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징세과 담당부서에서는 최근 피해예방 홍보가 거의 주 업무가 되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피해를 막기 위해 현금인출기에 스티커까지 붙여놨는데 이를 못보고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세금 환급, 어떻게 이뤄지나

납세자들은 자신이 납부해야하는 세금보다 많이 납부했을 경우 모든 세금에 대해 초과납부한 세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세액이 발생하는 경우는 주로 매출세액보다 매입세액이 많아 이미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소득세나 법인세 등의 경우 확정신고시 세액이 중간예납보다 적을 경우에 주로 환급세액이 발생한다. 또 납세자가 납부세액에 대해 불복청구를 신청할 경우에도 환급세액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환급세액이 발생하면 납세자들이 직접 환급신고를 통해 환급세액을 돌려받거나, 국세청이 중간예납 세액과 확정신고 세액을 검토해 초과납부한 세액을 돌려주게 된다.

이 때 국세청은 환급금통지서를 보내는 동시에 납세자들이 환급신고시 기입한 계좌번호로 곧바로 송금해주게 되며, 만약 계좌번호가 없을 경우 납세자가 환급금통지서를 지참해 우체국을 방문하면 환급세액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경로 외에 국세청이 은행 현금인출기 등을 통해 환급세액을 돌려주는 경우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면 환급사기 여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조세일보(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조세일보(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조세일보는 국내 유일의 '리얼 타임 조세 전문 웹진'입니다. 매일 매일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생생한 기사를 뉴스 당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 세정가에 돌고 있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고 싶으시면 www.joseilbo.com을 클릭하세요. 기사 송고 담당자: 손경표(직통 없고 대표전화만 있다고 함)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