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함께 만들어가요 풀뿌리세상' 발족식을 기념해 313개의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풀뿌리·초록정치네트워크
지난 2005년 어느 여름날, 옥천의 우리 가게에서 나를 포함해 다섯 사람이 우연찮게 한 자리에 어울렸다. 오며가며 늘 들리던 사람들이지만 그렇게 한 자리에 모여 담론을 나누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 중에는 오랫동안 함께 교육관련 시민운동을 해왔던 사람과 어린 시절부터 4H운동을 시작으로 농업경영인까지 농촌활동에 30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 사람, 여의도통신 대표도 끼어 있었다.
그 날의 주제는 '개정 공직자선거법'에 대한 성토였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초의회의원의 정당공천과 비례대표선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당연히 선거법이 개악이라는 이야기를 나눴고, 지방자치의 후퇴, 시대를 역행하는 중앙집권적 사고와 권력, 거대 정당들의 야욕 등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그리고 그 성토의 결론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였다. 굳이 거창하게 시민운동이랄 것은 없지만 오랫동안 지역의 크고작은 사안에 대해 말과 행동을 보여 왔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결론은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이대로 지방선거와 지역의 자치를 중앙집권세력에 맡길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그날 새벽, 풀뿌리옥천당이 잉태됐다
그 뒤로 풀뿌리자치를 위한 우리들의 담론은 급물살을 탔다. 풀뿌리자치운동, 건강한 시민운동세력의 결집, 정치개혁운동, 선거법개정운동, 풀뿌리주민후보, 지방선거에서의 성패에 대한 전망·역할 등등.
우리들의 얘기는 자정을 넘어 새벽이 가까워질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풀뿌리옥천당이 태동되고 있는 것이었다.
'풀뿌리옥천당'은 처음엔 가칭이었다. 정식으로 조직되고 출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함께 할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그 때 민주주의적 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임시로 사용할 가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풀뿌리옥천당'은 곧바로 공식명칭으로 굳어져버렸다. 5인의 담론 이후 인터넷을 통한 홍보와 당원 모집 등의 활동을 시작하자 이 이름은 예상을 훨씬 넘어 대단한 폭발력을 보였고, 우리들의 뜻과 의지를 정확하고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 하순 공식적인 첫모임과 창립(당)준비모임을 갖기도 전에 <경향신문>에 우리에 관한 기사가 나갔고, 곧바로 <한겨레신문>에도 실렸으며 첫 모임 이후 TV와 라디오 등 지방방송국의 문의와 인터뷰 요청이 줄을 이었다. 그들 언론들의 태도는 마치 오래 전부터 우리같은 '풀뿌리 OO당'의 출현을 기다려왔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꼴통들이 친 사고, 결과는 참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