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6 마산갑 재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선거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마산시내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이 선거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오마이뉴스 윤성효
"아버진 또 한나라당 찍을 거죠?"
22일 저녁 '마산의 명물' 어시장을 찾았다. 여느 때 같으면 생선으로 그득한 수족관처럼 사람들이 붐볐지만, 잦은 비 탓인지 불경기 탓인지 사람들이 드물었다.
마산 앞바다의 짠 갯내음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여도 될 정도로 바다와 가까이 들어선 장어거리. 불판 위에 몸을 비비는 장어를 바라보며 소주잔을 부딪치는 무리들이 있었다.
자기들은 이웃사촌란다. 4명은 한 동네에 사는데 그 중 1명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모였다고 한다. 흰머리카락이 반 정도 있는 50대가 "그래 뭐 물어 보려고" 하며 묻는다. "투표 하실 꺼냐"고 했더니 모두 투표한단다. 그런데 정치성은 조금씩 달랐다.
50대는 "여기는 모두 한나라당일 걸"이라면서 "이주영 후보가 창원에 있다가 온 게 흠이기는 하지만, 아무 데서 오면 어때, 원래 출생은 마산인갑더라고"라 한다. 장어를 뒤집고 있던 40대는 "한나라당 많이 찍어 주었잖아요, 따지고 보면 이번 재선거도 한나라당 때문 아니요, 재선거로 인한 세금이 얼마나 들어가는데, 안 그렇소"라고 맞섰다.
또 다른 40대는 "마산에 준혁신도시(공공기관 개별이전)가 들어서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김태호 지사(한나라당)가 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한나라당이 되는 게 마산으로 볼 때 유리하지 않겠소"라고 말한다. 가만히 있던 다른 50대는 장어가 먹음직스럽게 익자 "다 익었다, 자 이제 먹자, 술맛 떨어지니 정치 이야기 그만하고"라며 소주잔을 부딪친다.
"매주 수요일 회 먹으면 할인해 준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어시장 입구. 두 명이 우산을 들고 시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같이 걸어가면서 말을 건넸더니 5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이란다. 아버지는 "선거 하는 지도 모르겠던데"라며 "누구 찍을 건지 말하면 안 되지, 지금까지 찍어온 데 찍을라 생각하는데"라고 말했다.
아들이 "아버진 또 한나라당 찍을 거죠?"라며 "한나라당이 두 번이나 부정선거를 했잖아요, 바쁜데 또 선거하게 만들었잖아요, 젊은 사람들은 요즘 선거 이야기는 잘 안해요, 얼마나 투표할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
기자를 손님인양 반갑게 맞는 한 횟집 아줌마는 "우리는 그런 거 잘 모르는데, 열린우리당 후보가 저 멀리 있는 청과물시장(마산 내서읍)을 어시장 옆으로 갖고 온다고 했다면서, 그렇게 되면 장사하는데 도움이 안 되겠나"라고 말하기도.
5·31 이후 영남권 민심 변화에 이목 집중
이날 저녁 어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비가 많이 오는데 선거는 무슨"이라거나 "바쁜데 투표하러 갈 시간 없다", "누가 되든 똑같은 거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마산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김태호)가 72.28%, 열린우리당 후보(김두관)가 18.56%를 얻었고, 마산시장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황철곤)가 72.62%, 열린우리당 후보(양운진)가 15.58%를 각각 얻었다.
7·26 재선거는 전국 4곳에서 실시하는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가운데는 마산이 유일하다. 이번 재선거는 5·31 지방선거를 치른 지 두 달여 만에 실시한다. 마산갑의 선거 결과는 두 달 동안 영남권의 민심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여 마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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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싸우는 정치인... 또 뽑아서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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