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맥주에 물 한 모금이 오르막길 '윤활유'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⑥] 7월 27일 충칭-구이양 3일차

등록 2006.07.31 14:51수정 2006.07.3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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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친절한 식당 가족들과 함께

친절한 식당 가족들과 함께 ⓒ 박정규

자전거를 끌고 힘겹게 언덕을 오르고, 내리막길에선 뒷브레이크가 고장 나고…. 자전거 여행 도중 힘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여행 도중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는 여행자에게 큰 힘을 준다.

충칭 동시에서 머문 식당 주인아저씨는 '한국 친구 반갑다, 좋은 여행이 되기를' 하며 쪽지를 건네는가 하면 햇볕 피하라고 밀짚모자까지 선뜻 선물로 내주신다.


오르막길 민가에서 만난 한 아저씨는 친구와 약주를 하다 낯선 여행자에게도 맥주 한 병을 아낌없이 건넨다. 음주운전이 염려됐지만 결국 밥 대신 맥주 2병을 마셔버렸다.

쉬다 가라며 물과 선풍기까지 '고정 모드'로 틀어주는 한 할아버지의 배려는 눈물이 날 정도다. 이래서 자전거 여행자는 다시 힘을 얻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a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다음은 충칭-구이양 구간 3일차 기록이다.

2006년 7월 27일 목요일. 충칭-구이양 구간 3일차 / 날씨: 맑고 더움.

07시 40분. 기상.


08시 30분. 어제 그 식당. 오랜만에 '시홍시 차오지떼(토마토+계란볶음)' 주문.

밥 먹고 있는데, 식당 주인아저씨가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잠시 후 종이를 건네준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까? '한국 친구 반갑다, 좋은 여행이 되기를' 대충 그런 내용이란다.


그리고 출발하려는데, 밀짚모자를 주시며 태양을 조심하란다.^^; 뒤쪽 짐 위에 밀짚모자를 얹어 놓으니 제법 멋있다.

a 식당 주인아저씨가 선물해 주신 밀짚 모자

식당 주인아저씨가 선물해 주신 밀짚 모자 ⓒ 박정규


10시 20분. 11.9km 지점. 오르막 시작 전 도로 간이 슈퍼.

어제 '마빙'을 다 먹어버렸다. 새로 구입하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비슷하게 생긴 '참깨 마빙' 구입. 12개에 4Y인데, 굵기는 어제 거의 절반 정도, 하지만 참깨가 있어 그런지 더욱 고소하다. 그리고 시계 그림이 그려져 있는, 쓰지 않은 우유를 찾았다. 앞으로도 쓰지 않은 우유를 찾는데 노력할 것이다.

a 산 언덕 슈퍼 쓰레기통 옆에서 자고 있는 강아지들

산 언덕 슈퍼 쓰레기통 옆에서 자고 있는 강아지들 ⓒ 박정규


12시 20분. 22.4km. 2번째 산, 정상 부근 민가.

6km 가량을 올라와 거의 정상에 다다르니, 민가가 한 채 있다. 주인아저씨가 날 발견하고 일단 들어오란다. 친구분과 약주를 하고 계셨나 보다. 나에게도 맥주 한 병을 주신다. 반찬 겸 안주로 호박, 토마토탕, 땅콩, 가지 요리 등과 함께 맥주를 밥 대신 먹기로.

집안 풍경. 할머니가 작은 의자에 앉아 흐뭇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계신다. 11살짜리 딸아이는 밥그릇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식사 중이고, 3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는 시원한 돗자리에서 낮잠 중.

한 병을 다 먹자, 또 한 병을 주신다. 한 병 이상은 '음주운전'이 될 것 같아 거절했는데, 이 근방에는 식당이 없으니까, 천천히 많이 먹고 가란다. 결국 2병이나 마셔 버렸다.

딸아이가 맥주 병뚜껑으로 '공기놀이'를 하고 있어 나도 함께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다. 조금만 놀다가 다시 앉아 쉬는데, 딸아이가 밥 한 공기를 갖다 준다…, 밥이 없는 줄 알고, 맥주 2병이나 먹은 건데…. 밥 먹고, 가족들과 촬영 후 다시 산 아래를 향해 출발.

a 높은 오르막에서 뭔가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아이들

높은 오르막에서 뭔가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아이들 ⓒ 박정규

a 그 아이들이 타고 내려오던 놀이기구

그 아이들이 타고 내려오던 놀이기구 ⓒ 박정규


15시 5분. 33.3km 지점. 산 아래 유료로 차량에게 물 제공하는 집.

무료로 물 4통을 채우고, 잠시 휴식 후 3번째 산을 향해.

16시. 35.7km 지점. 오르막 민가.

할아버지가 '씨우시(쉬다가세요)'란다. 물을 주시며,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신다. 거기다가 선풍기까지 고정 모드로. 앞으로 21km 가야지 여관이 있는데, '산포(오르막). 샤표(내리막)'가 많단다.

18시 50분. 47km 지점. 내리막 시작. 이 산만 내려가면 여관이 있다.

a 산 정상에는 이런 마을이 있었다.

산 정상에는 이런 마을이 있었다. ⓒ 박정규


a 이런 급경사 내리막이 많았다.

이런 급경사 내리막이 많았다. ⓒ 박정규


19시. 49.4km 지점. 내리막 내려가는 중 잠시 멈춤.

a 뒷브레이크 림 상태

뒷브레이크 림 상태 ⓒ 박정규

브레이크를 많이 잡아서 손이 아프다. 잠시 쉬다 가려고 자전거를 멈췄는데, 느낌이 좀 이상하다. 뒷바퀴를 보니, 오른쪽 림 부분에 틈이 생겼다. 브레이크는 거의 마모된 상태. 브레이크와 림이 붙은 상태에서 고열이 발생해 림이 찢어진 것 같다. 뒷브레이크 사용불가. 그냥 천천히 마을까지 걸어가야겠다.

20시 15분. 57.8km 지점. 산 아래 마을 도착.

1km 가량을 끌고 내려오는데, 무거운 짐 때문에 자전거가 걸음속도보다 빠르게 앞으로 미끄러진다. 너무 피곤해, 그냥 타고 내려왔다. 10km 가량의 급경사를 앞브레이크만 사용하면서.

마을 여관. 20Y이고, 할인 불가. 이 근방에는 거의 20Y이란다. 좀 더 찾아보다, 배가 고파 인근 식당으로. 주인에게 물어보니 바로 근처에 10Y짜리 여관이 있단다. 역시 찾으면 찾아진다.

오늘 저녁 메뉴는 한동안 먹지 않았던 '또오푸우탕(두부+나물탕)'. 링구에빙을 만나 알게 된 '쿵신차이(시큼한 나물)'.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갑자기 탕 생각이 나서.

a 날 조금 놀라게 한 돌조각상

날 조금 놀라게 한 돌조각상 ⓒ 박정규


[여행수첩]

1. 이동경로 : 충칭 동시 - 충칭 숭칸

2. 주행거리 및 시간: 57.9km / 6시간 4분 / 평균속도 9.5km/h / 누적거리 3377km

3. 사용경비: 25.5Y
아침: 5Y / 인터넷 1시간 30분: 3Y / 마빙12개: 4Y
250ml 팩 우유1: 2.5Y / 소시지3: 3Y / 저녁: 8Y /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시홍시 차오지떼(토마토, 계란볶음), 따미 두 그릇(밥)
점심: 호박, 시홍시 탕(토마토 탕), 고추요리, 밥 한 그릇, 맥주 2병
저녁: 쿵신차이(시큼한 나물), 또오푸우탕(두부+나물 탕), 따미 두 그릇(밥)

2)간식

물: 4.8ml / 우유1 / 마빙5 /

5. 신체 상태: 전체적으로 땀띠 많이 사라졌으나, 전체적인 피로감.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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