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국가유공자 만들어 주겠다"
국가인권위 조사관이 250만원 요구

신모 조사관, 진정인에게 250만원 받았다 돌려줘... 인권위 내사 중

등록 2006.07.31 20:05수정 2006.08.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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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자료사진). ⓒ 강이종행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만들어 준다며 돈 250만원을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진정인에게 직접 금품을 요구해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조사관은 진정인에게 직접 변호사를 소개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순(51)씨가 처음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은 건 지난 2004년 4월 13일. 아들이 군대에서 선임병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다시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김씨의 아들 J씨는 2002년 10월 14일 군에 입대했다. 36사단 통신대대에서 근무하던 J씨는 2003년 8월 중순께부터 선임장병 엄모씨에게 장기간 폭행을 당했다. J씨는 치아 2개, 갈비뼈 3개 등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또한 선임병에게 성기에 따가운 약품을 바르도록 강요받는 등 성폭력도 당했다.

군은 이 사건을 조사해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를 불러 합의를 종용했다. 양쪽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조건으로 2003년 9월 15일까지 있었던 폭행 사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가해자 엄씨는 15일 동안 구속됐고, 지휘 체계에 대한 문책도 있었다.

그러나 합의 후, 2003년 9월 15일 이후에도 폭행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 새롭게 드러났다. 또 양모 대대장이 피해자 J씨에게 "빨리 합의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할 수 있다"고 말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김영순씨는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며 아들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위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했다. 당시 J씨는 구타로 인한 녹내장과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인권위 조사관이 250만원 요구"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1팀에서 근무하는 신모 조사관이 맡았다. 군인 출신인 신 조사관은 "깨끗이 처리하겠다"며 바로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신 조사관의 호언장담은 엇나갔다. 신씨는 4개월이 지난 2004년 8월 초 진정인 김영순씨를 국가인권위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만났다. 이 때 신 조사관은 민원인 김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김씨는 "신 조사관이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만들어 주겠다며 활동비 250만원을 요구했다"며 "처음엔 요구를 거부했지만 아들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의 살림은 넉넉하지 못했다. 김씨는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신 조사관에게 줄 돈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 현금을 8월 6일 농협에서 250만원짜리 수표 1장으로 바꿨다. 그리고 바로 국가인권위원회로 찾아가 면담실에서 신씨에게 수표를 전달했다.

그러나 신 조사관이 맡은 사건은 일찍 종결되지 않았다. 이 사건이 처리되는 데 무려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결과 역시 진정인 김씨의 기대대로 나오지 않았다. 국가유공자를 결정하는 문제는 국가인권위와 무관하다. 국가유공자는 국가보훈처에서 심의하고 결정한다.

김영순씨는 지난 7월 14일 신 조사관에게 25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신 조사관의 약속대로 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들의 치료비가 필요했기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신 조사관은 지난 7월 25일 오전 서울 무교동의 한 커피숍에서 김씨에게 받은 돈을 돌려줬다.

진정인에게 변호사도 소개

신 조사관의 '부적절한 행위'는 이것만이 아니다. 신씨는 진정인 김영순씨에게 총 세 차례에 걸쳐 직접 변호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충분히 브로커 역할로 오해받을 만한 상황이다.

신 조사관이 처음 사람을 소개한 건 2004년 6월. 신 조사관은 김씨에게 "민·형사상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김모 사무장을 소개했다. 그리고 뒤이어 2004년 8월과, 2005년 4월에도 각각 변호사 사무장과 변호사를 김씨에게 소개했다. 이중 임모 변호사는 신 조사관과 ROTC 동기였다.

그러나 이들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하지는 않았다. 한 변호사는 "신 조사관이 안타까운 일이라며 도와주라고 해서 김씨를 만났다, 그러나 비용문제 때문에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모 조사관은 이에 대해서 부인하지 않았다. 신 조사관은 3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영순씨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며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김씨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신 조사관은 "나로 인해 국가인권위원회 전체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담당 감사관실은 신 조사관에 대해서 내사를 벌이고 있다. 법무담당감사관실의 한 관계자는 "신 조사관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직 말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돈을 받은 것도 문제지만, 변호사를 소개하는 것도 적절치 못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 사이 김씨의 아들 J씨는 2005년 7월 5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정신 장애가 악화된 J씨는 현재 서울보훈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지난 6월 5일 J씨에게 국가유공자 등록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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