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사무실 입구. 9만 조합원을 거느린 전교조가 '성과급 반납, 교육위원 대거 낙선' 등으로 인해 공격을 받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분위기는 자못 비장했다. 전교조에 대한 흑색선전, 색깔공세, 근거 없는 비난이 도를 넘어 테러 수준에 이르렀다고 성토했다. <조선일보>도 지지 않고 8일 보도를 통해 전교조를 '견제하기 힘든 교육권력'이라고 공격했다.
이미 <조선일보>는 8월 3일과 4일자 신문을 통해 '전교조 투쟁방향 등 주요 사안 운동권 출신 8~10명이 지휘', '전교조 조직 위축 위기'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사설과 기사를 통해 "전교조가 외면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수언론의 색깔공세 뒤에는 전교조의 주장대로 ▲수구·보수세력들의 정치적 결집 강화를 통한 정치적 지지 확대 ▲부정적 이미지 확산을 통한 진보·개혁세력 성장 차단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
또한 사학법 재개정 국면에서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한 사전포석의 의미와 반(反)전교조 정서를 확산시켜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교원노조의 결집을 강화하려는 성격이 크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교원평가 반대와 성과급 반납, 방과후 학교 반대에 대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 교육위원 대거 낙선사태 등은 과거의 상황과 사뭇 다르다. 이것은 어쩌면 공룡처럼 변해버린 9만 전교조 조직에 대한 경고음과도 같아 보인다.
교육위원 선거의 특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투표권을 가진 운영위원 중 50% 정도는 이미 선출초기부터 투표성향이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학교장과의 친소관계에 영향을 받게 되고, 또한 선거인수가 비교적 적은 간선제 방식이므로 조직과 돈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고….
선거에 어떤 형식으로 참여했던 전교조 관계자들은 "교육의 기득권 세력들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똘똘 뭉쳐 움직였지만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만큼 전교조가 변화에 둔감했다는 이야기다.
성과급과 교원평가제, 방과후 학교 반대 대해서도 "옳은 일"이라는 당위가 앞선 나머지 여론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지 않으려면...
경기도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7년차 교사 ㅎ씨는 전교조 조합원이다. 그는 "학생과 수업에 충실한 것"이 교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ㅎ씨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평가는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부분에 공감하고 있고. 하지만 지금 같은 평가틀은 문제가 있다."
ㅎ씨는 "100%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다수 학교에서 승진에 목숨 건 교사들을 보면 점수를 따기 위해 수업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면서 "지금 같이 위에서 평가하는 시스템이 고착화 된다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평가로 전락할 수 있다. 이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가 어떤 사안에 대해 반대보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제시할 것을 주문한다.
"전교조도 조합원이 많아지면서 현장에 있는 조합원과 지도부의 괴리가 생길 수 있다. 도저히 학교 실정에서는 어려운 사안인데 옳은 것이니 무조건 하자고 한다. 연가투쟁 같은 지침이 내려오는 걸 보면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주변에 어떤 교사들은 너무 이익집단화됐다면서 전교조를 탈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뭔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물론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교사 8년차인 ㅂ씨는 "전교조 교사들은 일부 언론의 공격과는 달리 현장에서 신망받고 교육환경의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면서 "교육 현장에 신자유주의가 만연한 상황에서 전교조가 앞장서서 어려운 싸움을 진행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