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초원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백두산 트레킹 4]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 잇기' 7박 8일 대장정의 기록

등록 2006.08.14 08:14수정 2006.08.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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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맑은 초원들이 백두산 능선 아래에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푸르고 맑은 초원들이 백두산 능선 아래에 흘러내리고 있었어요.서종규
우리들은 백두산 푸른 초원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 보았습니다. 활을 잘 쏘는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면서 내달렸던 저 만주벌판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리는가 말입니다. 8월 1일(화) 인천 여객선 터미널에서 출국하면서 보았던 MBC 드라마 <주몽>의 끝 부분을 보지 못하여 더 아쉬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요. 저기 저 푸른 바다와 같이 펼쳐진 벌판이 SBS 드라마 <연개소문>에 나오는 고구려의 영웅들이 달렸던 만주 벌판이겠지요. 백두산에서 이어지는 저 푸른 초원이 끝없이 흘러내려 만주 벌판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백두산의 정기까지 뻗어 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뿐인가요? 해동성국인 발해를 세웠던 대조영의 힘찬 발걸음은 어떻고요. 만주 벌판을 휘감아 돌았던 말발굽과 우리 민족의 기개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단군으로 시작되는 고조선에서부터 부여, 고구려, 발해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발걸음 소리가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한 독립군의 함성으로 계속 이어져 들리는 것 같았지요.

백두산 외륜봉 14km 종주 내내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푸른 초원이었답니다.
백두산 외륜봉 14km 종주 내내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푸른 초원이었답니다.서종규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 잇기'를 주제로 한 통일염원 백두산 트레킹이 8월1일부터 8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전교조 광주지부가 주최하고 '풀꽃산행'팀 등에서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65명이 참가했습니다.

5일, 서파 산문에서 출발하여 마천우 - 청석봉 - 백운봉 - 녹명봉 - 차일봉으로 이어지는 백두산 외륜봉 14km 종주 내내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푸른 초원이었답니다. 천지 반대 능선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비탈은 온통 푸른 초원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 푸른 초원에는 갖가지 예쁜 풀꽃들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답니다. 몇몇 컴퓨터를 켜면 나타나는 초기 화면이 생각나십니까? 그 초기화면에는 푸른 초원과 푸른 하늘 사이에 오가는 흰 구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백두산 능선 아래로는 그보다 더 푸르고 맑은 초원들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백두산 푸른 초원에는 갖가지 예쁜 풀꽃들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답니다.
백두산 푸른 초원에는 갖가지 예쁜 풀꽃들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답니다.서종규
백두산 청석봉에서 한허계곡을 내려가면서 다가오는 푸른 초원은 더욱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우리의 민족시인 이육사가 조국 광복의 꿈을 안고 중국 대륙을 방랑하던 시절에 쓴 <광야>라는 시가 언뜻 떠오릅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중략)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백두산에서부터 끝없이 펼쳐진 녹색의 융단은 저 멀리 만주 벌판에서는 아예  푸른 바다를 이루고 있었답니다.
백두산에서부터 끝없이 펼쳐진 녹색의 융단은 저 멀리 만주 벌판에서는 아예 푸른 바다를 이루고 있었답니다.서종규
조국의 광복을 찾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친 선열들의 발걸음도 우리의 맥박처럼 뛰고 있었답니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던 독립투사의 간절한 절규가 백두산 정상에서부터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허계곡을 내려가면서 밟는 초원이 우리들의 발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답니다. 화산재에서 자란 푸른 풀들이 몇 년 동안 그대로 썩고 썩어 쌓여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소나 말의 배설물들이 쌓여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초원에 쌓여 있는 이 풀들 때문에 발걸음이 포근하게 디뎌진 것 같습니다.

천지의 푸른 물과 초원이 너무 잘 어울리죠?
천지의 푸른 물과 초원이 너무 잘 어울리죠?서종규
우리들은 그 푸른 초원을 바라보며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오래 된 영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알프스 푸른 초원에서 펼쳐진 한 수녀님과 어린 아이들의 활달한 모습, '도레미송'을 부르며 뒹구는 천진난만한 알프스 푸른 초원의 모습이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특히 마지막 장면으로 나치의 압박에서 탈출하는 트랩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했답니다. 알프스 산을 넘어 나치에서 벗어나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가족 사랑에 대한 소중한 의미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가져다주는 영화였다는 것이지요.

백두산 정상에서 찢기는 가슴 안고 사려졌던 이 땅의 피울음을 듣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백두산 정상에서 찢기는 가슴 안고 사려졌던 이 땅의 피울음을 듣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서종규
끝없이 펼쳐진 녹색의 융단은 저 멀리 만주 벌판에서는 아예 푸른 바다를 이루고 있었답니다. 저 멀리 바라보이는 만주 벌판은 푸른 바다처럼 보였다니까요. 구름에 약간 가린 벌판은 망망대해 서해바다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우리 모두는 느꼈답니다.

차일봉 옆 푸른 초원에 도착한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었습니다. 포근한 초원을 거닐어 보기 위해서였답니다.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너무 부드러웠답니다. 백두산 외륜봉 종주의 마지막 코스를 앞두고 있는 우리들의 발엔 백두산의 새로운 기운이 스며들었답니다.

만주 벌판을 휘감아 돌았던 말발굽과 우리 민족의 기개가 들려 오고 있었답니다.
만주 벌판을 휘감아 돌았던 말발굽과 우리 민족의 기개가 들려 오고 있었답니다.서종규
인천에서 영구항을 거처 심양 - 통화, 그리고 백두산 아래 인 송강하에 이르는 17시간의 버스 이동 길에서 우리가 보았던 광활한 만주 벌판엔 대부분 옥수수들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의 장관, 그 사이사이에 벼농사를 짓는 곳도 있기는 하였습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중국 사람들은 대부분 옥수수를 재배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벼농사는 우리 조선족들이 주로 한다고 합니다. 그 넓은 만주 벌판을 달렸을 우리 조상들의 기개가 광활한 광야에 그대로 펼쳐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광활한 만주 벌판엔 대부분 옥수수들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광활한 만주 벌판엔 대부분 옥수수들이 심어져 있었습니다.서종규
더구나 군데군데 한글 간판을 단 음식점이나 상점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우리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가게이겠지요. 그렇게 우리 한글을 보며 만주에 떨쳤던 조상들의 말발굽 소리가 아직도 살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중국은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 개최에 때맞춰 백두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중국은 일찌감치 1980년 백두산을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 받았고, 1986년에는 국무원이 백두산을 국가급 자연보호구로 지정해 관리해왔던 것이지요.

또 7월30일 홍콩 문회보는 중국이 백두산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지질공원(World Geopark)에 등재 신청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두산을 '중국의 땅'으로 인식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작업이 숨 가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두산 뿐만 아닙니다. 수많은 고구려 유적 일부가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어 발해의 수도였던 흑룡강성 영안시 발해진의 상경용천부 유적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기다리고 있지요.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 쥔 뜨거운 흙이여.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 쥔 뜨거운 흙이여.서종규
가수 안치환이 절규했던가요? 우리 조상들의 주 활동무대였던 만주 벌판, 그 곳의 중심점인 백두산 정상에서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 땅의 피울음을 우리는 듣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 땅의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 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의 핏줄기 있다.

해 뜨는 동해에서, 해 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 벌판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 쥔 뜨거운 흙이여.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 쥔 뜨거운 흙이여.
움켜 쥔 뜨거운 흙이여.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던 독립투사의 간절한 절규가 백두산 정상에서부터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던 독립투사의 간절한 절규가 백두산 정상에서부터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서종규

덧붙이는 글 | 8월 1일부터 8일까지 백두산 트레킹에 다녀왔습니다.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기사로 쓸 예정입니다. 1. 백두산 트레킹 2. 백두산 천지 3.백두산 야생화 4.백두산 초원 5.백두산 협곡과 폭포

덧붙이는 글 8월 1일부터 8일까지 백두산 트레킹에 다녀왔습니다.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기사로 쓸 예정입니다. 1. 백두산 트레킹 2. 백두산 천지 3.백두산 야생화 4.백두산 초원 5.백두산 협곡과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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