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백두산이여!

[백두산 트레킹 1]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 잇기', 7박 8일 대장정의 기록

등록 2006.08.09 16:29수정 2006.08.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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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봉우리가 바로 백운봉입니다.
백두산 천지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봉우리가 바로 백운봉입니다.서종규

능선에 오르는 길엔 구름이 가득했습니다. 빠르게 스치는 구름들은 거의 10초 단위로 바뀌었습니다. 뾰족뾰족한 백두산 천지를 감싸고 있는 능선인 마천우봉(2691m) 옆에 올랐습니다. 천지는 구름에 덮여 있었습니다.

구름이 날아가는 그 틈새로 천지의 파란 물결이 살짝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일행은 모두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10여초가 지나자 다시 천지는 구름 속으로 숨었습니다. 노랑 물결을 이루고도 바람에 떨고 있는 두메양귀비꽃의 가냘픈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르는 길에 핀 갖가지 풀꽃들이 온몸을 흔들며 우리를 반겼습니다.
오르는 길에 핀 갖가지 풀꽃들이 온몸을 흔들며 우리를 반겼습니다.서종규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 하나 잇기'를 주제로 한 통일염원 백두산 트레킹이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전교조 광주지부가 주최하고 풀꽃산행팀 등에서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65명이 참가했습니다.

트레킹의 시작은 지난달 29일 무등산 서석대와 입석대, 규봉암으로 이어지는 무등산 종주였습니다. 참가자들은 무등산 서석대에서 통일을 염원하고 백두산 트레킹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묵념도 올렸습니다.

2일 새벽 2시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출발하여 3일 새벽 3시 중국 영구항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심양, 무순, 통화를 거처 그날 밤 9시에 숙소인 송강하에 도착했습니다. 실질적인 백두산 트레킹 첫 날인 4일, 장백산대협곡과 제5호 경계비가 있는 천지를 탐방했습니다. 맑은 날씨 덕분에 천지의 모습이 아주 선명했습니다.

저 아래 천지를 바라보며 바람에 떨고 있는 두메양귀비꽃의 가냘픈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아래 천지를 바라보며 바람에 떨고 있는 두메양귀비꽃의 가냘픈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서종규

5일엔 외륜봉을 종주했습니다. 이날 코스는 서파주차장에서 출발해 5호경계비와 청석봉, 백운봉, 녹명봉, 차일봉 옆을 지나 소천지로 내려가는 총 15km의 중국 쪽 능선이었습니다.

오전 7시에 서파 산문 매표소를 통과했습니다. 백두산 천지의 일출을 보려고 새벽 3시에 매표소에 도착했으나, 외륜봉을 종주하려면 별도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불필요한 시간을 쓴 셈입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산행기점인 서파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8시 20분에 산행 기점인 서파주차장에서 마천우봉 옆 능선으로 출발했습니다. 구름이 봉우리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은 10초 단위로 백두산을 변화시켰습니다. 길에 핀 갖가지 풀꽃들이 온몸을 흔들며 우리들을 반겼습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입니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입니다.서종규

오전 9시, 마천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랐습니다. 천지는 구름에 덮여 있었으나, 순간적으로 구름이 흩날리면서 천지의 얼굴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순간적으로 드러난 천지의 모습에 모두 탄성을 지르며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천지 분지 쪽의 가파른 절벽과 기기묘묘한 바위들, 반대 쪽 사면에서 만주 벌판까지 이어지는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꽃들과 인사하랴, 순간적으로 드러내는 천지를 보랴, 넓게 펼쳐진 백두산 초원을 보랴, 우리는 백두산의 절경에 압도되어 여러 번 발걸음을 멈춰야 했습니다.

청석봉(2664m) 넘는 길이 가장 험했습니다. 바위로 둘러싸인 좁다란 천지 능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세찬 바람이 불진 않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세찬 비바람이라도 몰아쳤다면 위험한 길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청석봉에서 내려가는데,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앞쪽에 갑자기 하얀 산이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그 하얀 산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눈앞에 우뚝 솟은 백운봉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능선을 지나는 길엔 구름이 가득했습니다.
능선을 지나는 길엔 구름이 가득했습니다.서종규

청석봉을 넘어 한허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험했습니다. 그러나 중반부터 펼쳐진 푸른 초원이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주었습니다. 만주벌판으로 이어진 푸른 초원 위에는 각종 꽃들이 피어 더욱 포근하였습니다.

오전 11시 40분, 우리는 푸른 초원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날씨가 점점 맑아지면서 구름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앞에 우뚝 솟은 백운봉이 뚜렷하게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모두 자연의 품에 안겨 먹는 점심엔 백두산의 기운이 가득 배어 있었습니다.

낮 12시 40분, 우리는 다시 출발했습니다. 백운봉 중간에서 물이 흘러나와 폭포를 이룬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바로 그 거대한 바위산에 천지와 통하는 물구멍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물은 어느 정도 떨어져 내리다가 다시 땅 속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구름이 날아가는 틈새로 백두산 천지의 파란 물결이 살짝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구름이 날아가는 틈새로 백두산 천지의 파란 물결이 살짝 얼굴을 드러냈습니다.서종규

오후 1시, 한허계곡에 도착했습니다. 계곡에선 조그마한 실개천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산행 중에 물을 만나는 건 엄청난 기쁨입니다. 우리는 모두 등산화를 벗고 천지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물이 너무 차가워 발을 오래 담그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백운봉으로 오르는 길은 아주 가파릅니다. 그렇지만 능선까지 이어지는 길 좌우엔 풀꽃들이 가득했습니다. 꿈의 세계를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준 야생화들의 세계가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북한 쪽에 있는 비류봉(2580m)과 백두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2750m)의 모습입니다.
북한 쪽에 있는 비류봉(2580m)과 백두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2750m)의 모습입니다.서종규

오후 2시 20분, 중국 쪽 능선 중 가장 높다는 백운봉(2695m)에 올랐습니다. 백운봉은 백두산 천지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봉우리입니다. 백운봉에 오르는 동안 구름은 다 날아가고 백두산은 아주 맑은 날씨로 변했습니다.

기기묘묘한 바위 밑으로 푸른 초원이 펼쳐져 바로 천지까지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초원 위에 핀 꽃들과 푸른 천지가 하나로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선경도 이렇게 아름답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백운봉의 푸른 초원에 텐트를 치고 한 석 달 정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는지, 우리는 백운봉에서 한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트레킹하는 동안 여러 번 멈췄던 우리의 발걸음이 더욱 느려졌습니다.

백운봉에서 내려와 녹명봉(2650m)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오르내림이 적은 길이었습니다. 천지를 안고 도는 길에서 바라보는 천지, 화산으로 붉어진 바위들이 어우러진 천문봉(2670m), 저 멀리 만주 벌판까지 이어진 푸른 초원…. 그야말로 꿈을 꾸며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백두산 트레킹 외륜봉 종주 중 차일봉 옆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풀꽃산행'팀 65명의 모습입니다.
백두산 트레킹 외륜봉 종주 중 차일봉 옆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풀꽃산행'팀 65명의 모습입니다.서종규

산행을 안내한 조선족 임창하(27)씨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외륜봉 종주가 이뤄지는데, 대략 한 달에 5000명 정도 산행한다고 말했습니다. 산행 인구가 많은 날엔 하루에 약 600여명이 트레킹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 사람은 하나도 없고 모두 한국 사람들이랍니다.

"저는 아름답게 핀 야생화며 푸른 초원, 천지의 맑은 물, 기묘한 봉우리들이 너무 좋아 7년째 백두산에 살고 있습니다. 4년간은 백두산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3년 전부터는 백두산 종주 전문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백두산이 너무 좋아 한 달 정도 능선에 텐트를 치고 살고 싶어요."

오후 4시 30분, 차일봉(2695m) 옆 푸른 초원에서 우리는 다시 멈췄습니다. 모두 신발을 벗고 초원을 달렸습니다. 산뜻한 촉감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대로 천지까지 내달을 것 같았습니다.

차일봉 옆을 지나 내려오는 능선에서 바라본 장백폭포의 장관입니다.
차일봉 옆을 지나 내려오는 능선에서 바라본 장백폭포의 장관입니다.서종규

소천지까지 내려가는 길은 온통 푸른 초원입니다. 초원을 내려오는 길목 오른쪽으로 멀리 장엄한 장백폭포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천지에서 흘러넘쳐 장백폭포에서 장관을 이루고 멀리 만주벌판의 송화강으로 이어지는 하얀 물길이 눈에 가득 들어왔습니다.

오후 6시에 도착한, 천지와 닮았다는 소천지도 새로웠습니다. 작은 화산호인데 호수 주위에 사스래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북파산문인 소천지에서 우리의 백두산 외륜봉 종주는 막이 내렸습니다.

백두산 트레킹 사흘째인 6일, 천지에 도착했습니다. 천지의 푸른 물에 우리는 발을 담갔습니다. 무등산에서 담아온 물 한 병을 천지에 부었습니다. 무등에서 백두까지 겨레가 하나 되기를 모두 손 모아 기원했습니다.

아! 백두산이여, 천지여, 풀꽃이여!
아! 백두산이여, 천지여, 풀꽃이여!서종규

덧붙이는 글 | 8월 1일부터 8일까지 백두산 트레킹에 다녀왔습니다.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기사로 쓸 예정입니다. 1. 백두산 트레킹 2. 백두산 천지 3.백두산 야생화 4.백두산 초원 5.백두산 협곡과 폭포

덧붙이는 글 8월 1일부터 8일까지 백두산 트레킹에 다녀왔습니다.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기사로 쓸 예정입니다. 1. 백두산 트레킹 2. 백두산 천지 3.백두산 야생화 4.백두산 초원 5.백두산 협곡과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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