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백두산입니다.서종규
오전 9시, 마천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랐습니다. 천지는 구름에 덮여 있었으나, 순간적으로 구름이 흩날리면서 천지의 얼굴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순간적으로 드러난 천지의 모습에 모두 탄성을 지르며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천지 분지 쪽의 가파른 절벽과 기기묘묘한 바위들, 반대 쪽 사면에서 만주 벌판까지 이어지는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꽃들과 인사하랴, 순간적으로 드러내는 천지를 보랴, 넓게 펼쳐진 백두산 초원을 보랴, 우리는 백두산의 절경에 압도되어 여러 번 발걸음을 멈춰야 했습니다.
청석봉(2664m) 넘는 길이 가장 험했습니다. 바위로 둘러싸인 좁다란 천지 능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세찬 바람이 불진 않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세찬 비바람이라도 몰아쳤다면 위험한 길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청석봉에서 내려가는데,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앞쪽에 갑자기 하얀 산이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그 하얀 산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눈앞에 우뚝 솟은 백운봉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