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옥
그날 안개가 끼어 조망을 즐기지 못해 아쉬웠지만 평탄한 숲길이 이어져 힘들지 않은 산행이었다. 나는 좁다란 산죽 길을 좋아하는데, 종종 푸른 산죽을 헤치며 나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손길을 스치는 산죽의 부드러운 감촉에 내 마음마저 경쾌해졌다.
나는 일상이 팍팍하면 삶의 경쾌함을 꿈꾼다. 이따금 오래전에 본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를 떠올려 보는 것도 그 이유이다.
빗속에서 진 켈리가 노래를 부르면서 우산을 들고 신나게 춤추던 모습을 생각하면 절로 마음이 즐겁다. 찰바닥찰바닥 소리를 내며 춤을 추던 그의 탭댄스 장면은 그저 생각만 해도 내 울적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경쾌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