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한 마리가 이 속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보호색을 띠고 있어서 어디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이승숙
뱀도 사람과 함께 이 땅에서 어울려 사는 동물인데 뱀을 무서워하고 피할 것까지 있을까 싶다. 사람과 뱀은 각자 사는 곳이 다르므로 부딪힐 일도 별로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어쩌다 뱀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다 든다. 그래서 나는 뱀에게도 말을 건다.
"야, 여기는 사람 사는 곳이야. 여기 오면 어떻게 하냐? 빨리 가라."
그러면서 긴 막대로 슬슬 돌려주면 뱀은 자기 갈 길로 다시 돌아간다.
사람들은 모르는 그 무엇에 대해서 근원적인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 존재를 알면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데 모르니까 공포심을 느낀단다. 뱀에 대해서 사람들이 갖는 무조건적인 공포감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나는 본다.
막연하게 생각하는 뱀은 무섭고 추악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내 앞에 있는 뱀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더구나 그 뱀에게 애정을 가진다면 뱀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가까이 가서 한 번 만져보고 싶기까지 하는 동물이다.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미끈한 뱀의 몸을 나도 모르게 슬쩍 한 번 만져보고 싶기까지 했다.
가을이 되면 어른들은 애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야들아, 가을되면 뱀들이 독이 오른다. 가을에 뱀한테 물리면 고생 하니까 뱀 잡지 마라."
독사는 가을이 되면 독이 올라서 더 빳빳해지지만 독이 없는 뱀은 가을이 되어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