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힘으로 떴다고요?
아직도 무대 뒤에서 눈물 흘려요"

[인터뷰] MBC <개그야> '사모님' 김미려-'김기사' 김철민

등록 2006.09.18 10:48수정 2006.09.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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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려와 김철민의 호흡이 돋보이는 '사모님'은 대학로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공중파 개그로 발탁된 케이스다. "김 기사, 운전해. 어서~!" 등 입에 짝 달라붙는 유행어로 '사모님'은 MBC 프로그램 <개그야>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간판 코너로 떠올랐다.
김미려와 김철민의 호흡이 돋보이는 '사모님'은 대학로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공중파 개그로 발탁된 케이스다. "김 기사, 운전해. 어서~!" 등 입에 짝 달라붙는 유행어로 '사모님'은 MBC 프로그램 <개그야>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간판 코너로 떠올랐다.오마이뉴스 남소연

개그우먼 김미려(24)와 기자가 말하는 '개그우먼과 여기자의 공통점'.

기자 "선배들을 무서워한다."
김미려 "서슴없이 들이댈 줄 알아야 한다."
기자 "힘든 직업이라고, 주위에서 만류한다."
김미려 "남자보다 힘들다. 여기자들, 드라마에서 엄청 뛰어다니더라."
기자 "직업 이름에 성별이 붙어다닌다."
김미려 "둘 다 예쁘다?"(웃음)



공통점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둘 다 '대박'을 꿈꾼다는 것. 로또가 터지는 금전적 행운이 아니라, 개그를 하는 사람이라면 유행어 대박을 꿈꾸고, 기자라면 특종 대박을 고대한다.

김미려와 김철민(22)은 대박의 꿈을 일부 이룬 셈이다. "OO해, 어서∼"라는 말이 사무실에서 심심찮게 들리고, "일 고따구로 할꺼야"라는 꾸지람도 재미있는 '갈굼'으로 통한다.

모두 두 사람이 출연하는 MBC <개그야> '사모님' 코너에서 나온 유행어다. 문방구에서 쇼핑을 즐기는 엉뚱한 졸부 사모님(김미려)과 사모님의 황당한 주문에 잠시 멈칫하는 김기사(김철민)가 코너를 이끈다.

<개그야>의 시청률이 방송 초기 2%에서 11%로 상승하며 타 방송사의 개그 프로그램을 바싹 뒤쫓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사모님의 힘'을 꼽는다. 지난 7월 코너가 시작되고 두 달만이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김미려는 "분당 시청률을 보면 10%대 밑으로 내려가는 코너가 없다"며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열심히 하시니까 <개그야>의 인기가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적인 답변이었다. 한참 뜨는 개그맨들을 직접 만나면 뒤집어지도록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쉴 새 없이 만지작거릴 때는 분명 20대의 모습이었지만, 처음 본 기자의 입에 과자를 하나씩 넣어주는 김미려의 모습은 50대 애늙은이 같았다. 산만하게 장난을 치다가도 '사모님' 분위기를 내달라는 사진기자의 요구에 금세 표정을 바꿨다.


"김 기사, 운전해. 어서~!" "김 기사, 일 고따구로 할꺼야!" 등의 유행어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모님 김미려씨.
"김 기사, 운전해. 어서~!" "김 기사, 일 고따구로 할꺼야!" 등의 유행어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모님 김미려씨.오마이뉴스 남소연
사모님과 김기사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인터뷰는 15일 대학로 컬투홀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편견1. 무명은 힘들다?

두 사람은 모두 컬투패밀리 소속이다. 김미려는 지난해 4월, 김철민은 지난해 11월 합류했다. 김미려의 경우 컬투패밀리 대표인 정찬우·김태균 선배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화이바'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존재감은 없었다.

"선배들이 '자신있게 해라', '왜 들이대지 못하냐', '부담갖지 말라'고 지적하시는데, 당시 선배들과 함께 나가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릇이 안 됐던 것 같다. 많이 모자랐다."

김미려는 일찍이 선배들의 눈에 들었지만 김철민은 그렇지 않았다. 코믹연기학과 출신이지만, 선배들은 김철민 외 몇 명을 꼽으며 '안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때로는 극단에 들어온 지 한참 된 김철민에게 "넌 이름이 뭐냐"는 질문도 나왔다.

하지만 무명생활은 달콤했다. 돈이 없어 외부 행사를 다녀온 선배에게 잔치떡을 얻어먹고, 이름을 묻는 서운한 질문에 "제 이름은 김철민입니다"라고 답하며 주위 사람들을 웃겼다.

김미려는 "극단에 들어와 급하게 '방송부터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며 "사람들과 친해지고, 공연 모니터를 꼼꼼히 하는 등 기초부터 배워야 한다"고 귀띔했다.

되레 뜨고 나니 힘들어졌다. 두 사람은 지난주 <개그야>의 힘들었던 촬영 이야기를 해줬다.

김미려 "관객들이 많이 웃긴 했는데, 그 날따라 유난히 힘들었다. 관객들에게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그런데도 많이 웃어주는 관객들을 보니 더 슬펐다. 무대 뒤에서 메이크업을 받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결국 세수를 하고, 메이크업을 다시 받았다. '이대로 우리 무너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철민 "마음이 아팠던 건 무대에서 더 놀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더 신나게 놀 수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


편견2. 뜨더니 달라졌다?

공연 전 대학로의 한 편의점에서 간식을 들고 있는 김미려와 김철민에게 오마이뉴스 기자가 다가갔다.
공연 전 대학로의 한 편의점에서 간식을 들고 있는 김미려와 김철민에게 오마이뉴스 기자가 다가갔다.오마이뉴스 남소연
김미려는 요새 '돈 많이 벌겠다'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자주 곤란해진다. 그는 "주위에서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는데, 교통카드 하나 달랑 들고 다닌다"며 "다행히 그것도 후불이라 그나마 산다"고 웃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신촌 반지하 자취방에서 살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16일 다시 만난 이들은 대학로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핫바로 점심을 때우고 있었다. 돈도 돈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대학로 중심가에서 그들은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채 배를 채우고 있었다. 새벽까지 있었던 광고 촬영 때문에 얼굴은 푸석했다.

'사모님'이 떴지만 두 사람의 생활에 변화는 없었다. '사모님'은 여전히 컬투패밀리 식구들의 공연 중 한 부분이고, 공연 시작 전에는 대걸레로 공연장 곳곳을 닦는다. 공연이 시작되면 문 앞에서 표 확인도 해야 한다.

김미려는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한 우물만 팔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민도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지루한 줄 모르겠다, 요새는 하루, 일주일, 한 달이 금방 지나간다"고 말했다. 그들은 주위의 평가에 무덤덤한 B형이었다.

방송 출연이 아니면 평상시엔 물론이고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설 때도 개그우먼 김미려는 노메이크업 '쌩얼'을 과시한다.
방송 출연이 아니면 평상시엔 물론이고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설 때도 개그우먼 김미려는 노메이크업 '쌩얼'을 과시한다.오마이뉴스 남소연
편견3. 창작의 고통은 쓰다?

'사모님'과 같은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는지 물었다. 선배가 제목을 던져줬고, 각색은 두 사람 몫이었다.

사모님 특유의 말투는 김미려의 순수 창작품이고, 맨살에 윗도리 하나만 걸친 김기사 의상도 김철민이 거울 앞에서 그냥 만든 컨셉트이다.

이들에게 '개그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은 마치 영화배우 장동건에게 '어떻게 하면 잘생길 수 있느냐'는 물음과 같았다. 타고나는 것이었다.

더욱이 연기자가 무대에서 흥이 나지 않으면 관객도 그렇단다. 개그맨에게 좌절과 우울은 곧 추락인 셈.

포스트(post) 사모님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김미려는 "머릿속에서 수많은 캐릭터들이 서로 자기가 하겠다며 전쟁 중"이라며 "생각해 놓은 게 있다가도 또 다른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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