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밭 한 쪽 그늘진 곳에 나무들을 쌓아두었습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차광막을 쳐두었습니다.이승숙
“여보, 저거를 우째 다 뚫겠노? 조금만 하자.”
그러나 표고버섯을 많이 딸 욕심에 눈이 먼 나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니, 언제는 돈주고 나무 사오더니… 저 나무를 그라마 다 우짤라고? 구멍 다 뚫어야지 무슨 소리하노?”
내 보기에 별로 신통찮아 보이는 일에 돈을 쓰는 남편이 약간 얄미워서 일부러 맘에 없는 소리를 팩 질렀다.
하지만 구멍 뚫는 일은 장난이 아니었다. 참나무 한 그루에 수십 군데의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그 많은 나무의 구멍을 다 뚫다가는 덜덜덜 떨리는 드릴의 진동에 남편의 손까지 다 떨릴 것 같았다. 그래서 반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놔둬 버렸다.
강화로 이사 온 그 해 가을에 아는 집에 놀러갔는데 그 댁 안주인이 집 뒤 곁으로 돌아가더니 표고버섯을 한 소쿠리 따 가지고 왔다. 갓 딴 표고버섯을 손으로 죽죽 찢어서 생으로 그냥 먹었다. 표고버섯은 쫄깃쫄깃하면서도 뒷맛이 달콤했다. 또 입 안 가득 표고의 깊은 향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그 날 이후로 우리도 언젠가는 표고버섯을 키워야지, 키워서 이웃과 나눠 먹어야지 생각했다.
표고버섯 종균은 산림조합에서 팔았다. 우리는 참나무 구멍에 일일이 표고 종균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밤나무 숲 속 빈터에 쌓아 두었다.
종균을 넣은 지 2년 정도 지나야 버섯이 나온다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섯이 나오나 하고 가끔씩 둘러봤지만 버섯은 1년이 지나고 2년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가보면 늘 그대로였다. 그래서 우리는 잊고 지냈다.
며칠 전부터 버섯이 나오기 시작했다. 봉긋하게 솟아 나온 버섯은 너무 예뻤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또 다르게 커갔다. 따먹기엔 아까울 정도로 버섯은 곱게 자라났다. 나도 모르게 버섯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저녁 무렵에 소쿠리와 칼을 들고 버섯을 따러 갔다. 조심스럽게 칼로 밑둥을 베어내며 버섯을 땄다. 저 쪽에서 그 모양을 보던 남편이 소리친다.
“여보, 버섯을 막 따지 말고 칼로 도려내. 그러면 또 올라오고 또 올라온대.”
갓 딴 버섯을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그냥 먹었다. 버섯은 쫄깃쫄깃하면서도 향긋했다.
“여보, 이거 한창 나오면 우리 사람들 부르자. 버섯 파티 한 번 하자.”
“그래. 버섯 나오기 시작하면 정신 못 차리게 나온다더라. 그러면 나눠주고 그러자.”
버섯 나눠 줄 꿈을 꾸니 벌써 마음이 뿌듯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