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자료사진)오마이뉴스 남소연
25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힌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은 26일 배대섭 인권위 혁신인사팀장 등 측근들을 통해 사표를 제출하면서 "차질없이 사표를 전달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인권위 측근 인사들을 만나 사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장의 손에는 이날 조간신문이 한 움큼 들려있었다. 25일 전원위원회 회의 도중 사퇴 의사를 밝힌 그는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측근들에게 사퇴 이유나 보도에 대한 언급 없이 사표를 전달했다. 일단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할 때까지 휴가를 낸 상태다.
그는 측근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의 고향인 전남 고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을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들간의 이념 갈등이라고?"
조 위원장의 돌연 사퇴에 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날 조간신문 중 일부는 인권위원들간의 '보수-진보' 갈등을 사퇴 배경으로 짚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조선일보>(26일자)는 "조 위원장의 사퇴는 그동안 누적된 국가인권위 내부의 운영 및 노선 갈등이 폭발한 '예고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인권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 위원장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던 출범 초기와 달리, 최근 참여정부 측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정도의 권고안만을 잇따라 내놓는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진보적 결단이 부족하다', '콘텐츠가 없다' 등의 비판 의견이 거세다"고 보도했다.
인권위 관계자들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작문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내부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진보적인 조 위원장이 못 견딜 정도의 갈등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사안마다 위원장과 위원들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위원들이 진보적인 결단을 해 위원장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며 "KTX 여승무원의 성차별적 고용구조를 놓고, 조 위원장은 위원들보다 더 진보적인 안을 내놓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곽노현 사무총장은 "인권위원들과 사무처간의 갈등이 '위원장 사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며 "논의 과정에서 생긴 발언들이 외부에서는 충돌로 보일 수 있지만, 의사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명재 홍보협력팀장은 "진보나 보수 등의 이념적 기준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인권위에 진정이 들어오는 사건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사안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양한 견해를 가진 위원들간에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위원장과 위원들간의 이념 갈등으로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위원장까지 총 11명이나 되는 인사들은 본질적으로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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