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저만한 효심이 또 있을까?

[포토]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휠체어에 모셔 산책하는 아들

등록 2006.10.02 12:36수정 2006.10.0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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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오랜 만에 공원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이곳 전북 군산에는 군산의 아름다움 중 하나인 월명산이 있는데, 도심 한 가운데 있으니 군산 사람들에게는 자연의 멋을 가득 느끼게 해주는 곳이지요.


오랜만에 맑은 공기 마시며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산길을 걸으니 기분이 무척 상쾌합니다. 둘째 녀석은 아직 세 살인지라 산길을 따라 걷기가 다소 무리일 것 같아 유모차를 가지고 갔습니다.

아내와 세린이는 둘이 손잡고 저 멀리 달아나고, 둘째 녀석은 빨리 누나 쫒아가자고 채근합니다. 저는 낑낑대며 유모차를 끌고 뒤를 따릅니다. 뭐, 평소 운동을 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오르락내리락 펼쳐진 산책길을 유모차를 끌고 가려니 다소 힘들기도 했습니다.

‘아이구, 모르겠다!’ 저는 아내와 세린이를 쫒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중간 중간에 놓여 있는 나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멀어져가는 아내와 딸을 보면서 ‘좀 쉬었다가 잽싸게 쫓아가야지’ 하고 생각중인데, 산책하는 분 들 사이로 어느 한 분의 모습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몸 불편한 아버지 휠체어 태워 산책하는 아들, 가슴에 꽉 차는 그 어떤 느낌

몸이 불편하신 듯 휠체어를 타고 계신 한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2살 정도 된 듯한 어린 여자 아기, 그리고 그 뒤에서 휠체어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한 아저씨.


저는 찬찬히 그 분들을 바라봅니다. 무릎에 앉힌 손녀가 할아버지 턱을 자꾸 간지럼 태웁니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귀여움에 무척이나 즐거우신 표정입니다. 뒤에서 휠체어를 밀던 아들도 “아버지 좋으세요?”하며 당신의 아버지와 당신 딸의 웃음소리에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제 옆을 지나칩니다. 가까이서 보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그렇겠지요. 왜 안 힘들겠습니까? 사실 어린 아이 태운 유모차 끌고 가는 데도 힘든데. 얼마 남지 않은 오르막 정상을 향해 휠체어를 몰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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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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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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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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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용


한 발 한 발 오르막 길을 오르는 그 분의 발걸음을 볼 때마다 가슴에 그 무언가 꽉 차는 그 어떤 느낌을 느낍니다.

얼마 전 그렇게도 금강산을 가보고 싶어 하던 아버지를 특수제작 한 지게에 모시고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험한 길을 아버지 태운 지게를 지고 다녀 어깨에 피멍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는 눈시울이 뜨거운 적이 있었는데, 오늘 이 분을 뵈니 새삼 그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우두커니 멀어져 가는 그 분의 뒷모습을 봅니다. 힘겨워 보이던 오르막 정상에 오르더니 잠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좀 쉬어가려나 봅니다. 하지만 그 분의 멈춤은 숨 한 번 크게 내 쉴 정도의 시간입니다. 2초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자기가 그 자리에 오래 서있으면 혹시나 아버지가 미안해 하실까봐 그리 한 것 같습니다. 아마 틀림없을 겁니다. 순간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세상에 저 만한 효심이 또 어디 있을까?’ 생각합니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휠체어에 모셔서라도 맑은 공기를 쐬게 해 주는 그 효심도 대단하지만, 혹여나 아버지 마음 한 구석에 자식한테 미안한 마음이 자리 잡을까 저리 작은 행동 하나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니, 그 효심이 어찌 작다 하겠습니까?

‘나도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몸이 불편해지시면 저리 할 수 있을까?’

마음속에서는 ‘당연히 해야지!’ 했지만,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 자식 된 입장에서 ‘해야지’하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그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저 분처럼 저리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 분은 저에게 아주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어디에 사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아는 것은 하나 없지만 그 분께 참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a 산책길 끝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 도서관에 들렀다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아까 뵙던 그 분이 또 보입니다. 산책길은 왕복으로 3.2㎞. 휠체어에 아버지 모시고 갔다 오기에는 꽤 먼 길이고 힘든 코스입니다.

산책길 끝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 도서관에 들렀다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데, 아까 뵙던 그 분이 또 보입니다. 산책길은 왕복으로 3.2㎞. 휠체어에 아버지 모시고 갔다 오기에는 꽤 먼 길이고 힘든 코스입니다. ⓒ 장희용


a 그 분이 나무 사이로 사라집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그 분이 나무 사이로 사라집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 장희용

덧붙이는 글 | 많은 분들이 저 분처럼 부모님을 사랑하고, 그 효를 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많은 분들이 저 분처럼 부모님을 사랑하고, 그 효를 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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