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좋아하는 수많은 장삼이사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습니다.이승숙
지난 설날 낮에 우리 시집에 그 시동생이 명절 인사를 왔다. 그 시동생은 명절 때마다 외가인 우리 집을 찾아와서 인사를 드린다. 큰 절을 올리고 좌정하는 생질을 보시며 우리 시아버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으셨다.
"야야, 조카 니는 와 그래 얼굴이 안 됐노? 어디 아푸나?"
얼굴 살이 쏙 빠지고 까맣게 그을린 그 시동생 얼굴은 어찌 보면 아픈 사람 같기도 했다.
"아입니더. 아무치도 않습니더."
"야야, 그런데 얼굴이 와 그런노? 어데 아푼 사람 같잖아."
내가 불쑥 물었다.
"아지뱀, 마라톤 하지요?"
"우에 알았십니꺼 형수님, 저 마라톤 하는 거요?"
"아, 딱 보니까 마라톤 하는 얼굴이네요 뭐."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알 수 있었다. 그 시동생의 얼굴과 몸은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라는 표시가 딱 나 있었다.
"아, 이 사람도 달리기 조금 하잖아."
옆에 앉아 있던 남편이 눈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이리 말하자 시동생은 눈이 둥그레져서 다시 나를 쳐다봤다.
"아이고 아지뱀요 저는 마 그양 쪼매 달리는 겁니더. 아지뱀처럼 전문적으로 마라톤하고 그러는 거 아입니더."
그런데 우리 시아버지는 암만 그래도 조카가 염려스러운가 보았다.
"야야 그거 뭐할라꼬 달리노? 사람 얼굴이 그기 뭐꼬. 그저 두둑하게 살 오르고 그래야 있어 보이고 보기 좋제. 조카 니 얼굴은 너무 말랐다. 살 좀 찌아야 되겠다."
"아이고 아버님요 그거는 옛날이야기고 요새는 살 찌마 보기 안 좋습니더. 이래야 합니더."
"야들이 무신 소리 하노? 살이 좀 있어야 보기 좋제 이래 마르마 없어 보이고 안 좋은기라. 니, 살 좀 찌아라."
우리 시아버지는 대기업 중견 간부인 시숙과 시동생 이름을 거론하시며 그렇게 몸이 두둑해야 보기에 좋다시며 살찌울 것을 다시 한번 종용했다. 내가 보기에는 얼굴이 허여멀겋고 두둑하게 살이 오른 그들보다 마라톤 열심히 해서 군살 하나 없는 이 시동생이 훨씬 더 보기 좋은데 옛날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은 그리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