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탁자가 있어서 잔디밭이 살아납니다.이승숙
서울에서 살다가 강화로 이사온 어떤 사람이 집을 구하고 있었다. 마침 적당한 집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그 집을 얻지 않겠단다. 모든 게 다 마음에 드는데 딱 한 가지가 걸려서 그 집을 얻지 않기로 했단다.
"그 집 마당에 잔디를 쫙 심어 놓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집을 안 얻었어요."
잔디가 깔려있는 집이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한 집인데 얻지 않겠다니 참 이상했다.
"아니, 잔디 깔았다고 집을 안 얻어요? 잔디 있으면 보기 좋을 텐데 왜 안 얻었어요?"
옆에 있던 사람이 그리 묻자 그는 "농작물을 심어야 할 땅에 쓸데없는 잔디나 심고, 그게 말이 됩니까?"라며 비분강개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했던 그 사람이 몇 년 뒤 땅을 사서 집을 짓게 되었다. 그는 마당에 잔디를 다 깔았다. 막상 살아보니까 흙마당이 불편해서 잔디를 깔았다는 거다.
마당에 시멘트를 바르거나 잔디를 심지 않는 이상 잡초 때문에 골치를 썩기 때문에 마당에 잔디를 까는 것이다. 그 사람은 처음엔 그걸 몰랐던 거다. 부르주아처럼 잔디를 심은 집에서 산다고 못 마땅해 하던 그가 막상 살아보니까 그게 아니란 걸 알았던 거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이런 꿈을 꿀 것이다.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하얀 집을 짓고 사는 꿈 말이다.
맨 처음 강화로 이사왔을 때 우리도 그런 꿈을 꾸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지어서 그림같이 꾸미고 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림같은 하얀집을 포기하고 오래된 시골집을 수리해서 살고 있다.
헌 집을 수리해서 산다고 해서 옛날 방식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부부는 농사일을 해보지 않아서 흙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배우지를 못했다. 그래서 우리 집 텃밭에는 온갖 풀들이 자라서 범이 새끼를 칠 정도로 우거지곤 했다.
우리는 어떡하든지 간에 땅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랑채 앞 텃밭에다 잔디를 심어서 밭을 줄여 나갔다. 잔디마당을 꾸미니까 일이 아주 쉬워졌다.
잔디를 심은 첫 해와 그 다음 해만 신경 써서 풀 뽑아주면 그 뒤부터는 잔디가 세력을 확장해서 관리하기가 아주 쉬워진다. 여름에는 열흘에 한 번 정도씩만 잔디를 깎아주면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
말 한마디에 행운을 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