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자전거를 타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도로에서 타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위험하다는 것은 관행적인 자동차 운전자의 안전불감증에서 온다. 도로교통법 상 분명히 도로를 함께 타도록 되어있는 자전거에 대해, 그들은 약자인 자전거를 배려하지 못하고 오히려 깔보고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접촉 사고가 나면 자전거를 탄 사람이 크게 다칠 뿐 아니라 현행법 상 자동차와 동일한 법의 기준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 1년간 거주할 때 직접 경험한 것이다. 거의 모든 자동차가 자전거를 앞질러갈 때 필요 이상으로 크게 옆으로 돌아 앞서간다. 그뿐 아니라 도로가 좁으면 자전거가 지나갈 때까지 천천히 가는 것이다.
국제면허증이 거의 만료가 되어 뉴질랜드 운전면허증이 필요하였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왜 그들이 자전거를 앞지를 때 옆으로 그렇게 멀리 돌아갔는지 이해가 되었다. 필기시험에 거의 나오는 문제로 도로에서 자동차는 자전거에게 무조건 양보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도로교통법(Road Code) 10장(Sharing the road)에 있는 ‘도로에서 자전거와 안전하게 주행하는 지침(Guidelines for sharing the road safely with cyclists)’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주차된 차, 웅덩이, 유리, 쓰레기 그리고 차 문을 여는 행동은 자전거 운전자로 하여금 방향을 바꾸어 당신이 가는 길로 들어오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전거 옆을 지나갈 때는 충분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자전거 옆을 지날 때는 거리를 1.5m 이상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길이 너무 좁은 경우는 자전거 옆을 지나기 전에 충분한 거리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Hazards like parked cars, potholes, glass, litter, and opening car doors may cause cyclists to veer off line and move into your path. Therefore, give cyclists plenty of room when passing them. Ideally, allow at least 1.5 metres between you and the cyclist. Wait for a clear space before passing a cyclist on a road which is too narrow to share.)
뉴질랜드에는 이와 같이 주행 중인 자전거를 보호하는 강력한 규정이 있다. 최근 남섬 크라이스트쳐어치의 한국어 신문인 코리아리뷰의 보도에 따르면 “현행 규정 상 만약 차량이 자전거 전용차선에 주차했을 경우에는 60달러, 그리고 교차로 등에서 전용차선을 침범해 운행했을 경우에는 150달러까지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심지어는 자전거를 타고 국토순례도 많이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도로에 자전거 전용차선은 고사하고, 도로에서 접촉사고라도 나면 상대적 약자인 자전거 운전자는 매우 불리하다. 더구나 인도에서 타다 대인사고를 일으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예외조항(중대과실조항)에 따라 엄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인도에 있는 자전거전용도로라고 해서 대인 사고시 자전거운행자의 책임이 완벽히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두고 자전거를 활성화할 수는 없다. 자전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로에서 주행 중인 자전거를 보호하는 다음과 같은 법이 우선 제정되어야 한다.
“자동차는 자전거 옆에서 1.5m 이상 떨어져 주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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