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자전거 여행 세번째

포항에서 통영까지

등록 2007.01.29 19:36수정 2007.01.30 10:18
0
원고료로 응원
50대 3명을 포함한 대전 둔산 MTB 동호인 5명은 포항에서 호미곶을 지나 통영까지 약 335km를 가능한 해안 가까이 3박 4일의 여정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였다. 공업단지가 계속 이어지는 이 지역의 국도를 주행하는 것은 대책 없이 도로변 가까이 달리는 덤프트럭과 버스 때문에 힘들었고 매우 위험하였다.

2007년 1월 12일 금요일. 대전 둔산에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자전거로 이동한 후 고속버스를 타고 포항에 갔다. 10시에 포항터미널을 출발하여 포항제철을 지나 호미곶을 향하여 달렸다. 매년 새해에는 일출을 보기 위하여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지만 나에게는 색다른 추억이 있는 곳이다.

2004년 11월 처음으로 산악자전거 대회에 참가한 곳이고, 그것도 호위하는 경찰차가 내 뒤에서 올 정도로 꼴찌로 달렸으며, 산에서는 보기 좋게 꼬꾸라진 곳이다. 도착 지점에 도착하니 시상식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a

포항 호미곶 ⓒ 이규봉

@BRI@구룡포에 도착하니 과메기 철인지라 가게마다 과메기가 가득하였다. 점심을 먹으러 구룡포 읍내로 들어갔다. 아주 작고 허름한 식당을 찾아 들어가니 상을 놓을 곳이 1평 남짓하였다. 과메기와 함께 백반을 주문하였다. 50대 후반쯤 보이는 곱상한 주인아주머니가 상을 차려주면서 남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절대 구룡포에 시집보내지 말라고 한다. 남자들이 3박자를 갖추었는데 술과 도박과 계집을 좋아한단다.

멀리 바다에 나가 위험한 일을 하기에 이해는 하지만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남편과 따로 산다고 한다. 심지어 음식 먹을 때도 여자가 있어야 한다나. 우리는 한참 웃었다. 음식은 적당한 가격에 맛깔스럽게 아주 잘 차려져 나왔다.

우리보고 '30대 아닌가?'하는 아주머니의 말을 뒤로하고 감포로 갔다. 감포에는 때가 때인지라 대게를 비롯한 해산물이 가득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곧이어 문무대왕릉에 도착하였다. 문무대왕은 신라 태종 무열왕의 맏아들로 당나라의 힘을 빌려 김유신과 함께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켰으나 결국 고구려 영토는 모두 당나라에게 넘겨준 인물 아니던가?

한민족 최초로 이민족의 힘을 빌렸고, 그 대가로 막대한 한민족의 영토를 중국에 빼앗긴 장본인을 삼국통일이라는 미명 아래 왜곡되어 추앙해마지 않았던가? 매우 씁쓸한 마음으로 언덕 위에 있는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한민족의 설움을 아는지 밤새 몰아치던 바람이 다음 날 아침이 되도 수그러지지 않는다. 아침 8시에 출발하여 바로 이어지는 언덕을 하염없이 올라가니 한창 공사중인 경주 방사능폐기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방폐장 때문에 근처 땅값이 매우 많이 올랐다고 한 어제 저녁을 먹었던 그 식당주인의 말이 생각난다. 바로 이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이 폭등한 것은 전국에서 개발에 따른 엄청난 돈이 풀렸고 이것을 회수할 마땅한 정책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폐장을 내려오니 월성원자력발전소가 나타난다. 한참 달리니 멀리 굴뚝에서 허연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공업단지 울산이다. 대한민국의 심장같이 활기차게 돌아가는 인상을 보여주지만 공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민을 생각하니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울산 거의 끝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오른다는 간절곶에 도착하니 3시가 되었다. 올해가 돼지해라고 황금색의 돼지를 그곳에 설치해 놓은 것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일광해수욕장에 도착하니 5시였다.

a

울산 간절곶 ⓒ 이규봉


도로에서 잘 보이고 해수욕장 가까이 있는 아주 깨끗한 모텔을 찾았다. 그 주인도 산악자전거 애호가였다. 미리 우리의 마음을 알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을 마련해 준다. 저녁으로 기장의 특산물이라는 짚에 구운 장어를 주문했다. 시커멓게 그을려 나온 것을 보니 먹기가 께름칙하였다. 처음 먹어서인지 맛도 양념구이만 못하였다.

a

부산 달맞이길에서 ⓒ 이규봉


14일 8시에 다시 일광을 출발하여 부산 송정을 거쳐 달맞이길을 따라 해운대로 갔다. 달맞이길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경치는 너무 좋았다. 달맞이길의 고개마루에서 해운대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올라왔던 그 어려움을 보상하듯 단숨에 해운대해수욕장에 이른다. 동백섬에 이르니 입구에 자전거를 갖고 못 간다고 표시되어 있다. 차도 같은 넓은 길이 잘 포장되어 있고 산책길도 잘 조성되어 있는데 자전거를 왜 못 들어가게 하는지 통 이해가 안 된다.

a

부산 동백섬에서 ⓒ 이규봉


동백섬을 휘돌아 감아 나오면서 부산 시내를 주행하였다. 수많은 차와 신호등 그리고 매연, 도로가에 주차된 차 등 주행하기에 너무 짜증스럽고 위험하였다. 2시간 넘게 달리니 시원한 낙동강 하구에 놓인 섬 을숙도가 보인다. 대학생 때 철새를 보기위하여 겨울에 일부러 이 멀리까지 찾아왔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는 갈대만이 풍성하였는데 지금은 하구에 수문이 있고 강가에는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진해에 도착하니 5시 반이었다.

15일 진해를 출발하여 2번 국도를 타고 마산을 향하였다. 장복산을 향하여 하염없이 올라가니 장복터널이 나온다.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갓길이 충분하였다. 터널이 높은 곳에 있어 터널을 나오면서 마산 입구까지는 그야말로 길고 긴 내리막이다. 마산 시내를 지나자 동전터널이 나온다. 이 터널의 갓길은 자전거 타기에는 너무 좁아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800여 미터를 매연 속에서 끌고 갔다. 도로도 그렇고 터널도 그렇고 왜 이렇게 보행자와 자전거에 대한 배려를 전혀 안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2번 국도에서 해안도로인 77번 국도를 타고 바닷가로 들어섰다. 지금까지의 짜증스럽고 위험한 주행을 모두 해소해주듯 우리 앞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곤두세웠던 신경을 일시에 쫙 풀어준다. 바로 이 맛이야. 자전거 타는 즐거움은 이러한데서 온다. 드넓은 바다의 냄새와 바람을 마음껏 들이키며 통영시 동해면에 도착하였다.

a

동해면 동진교 ⓒ 이규봉


여행 마지막인 오늘의 점심은 자전거여행 답지 않게 양식을 먹자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호젓한 바닷가 마을에 양식당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77번 국도를 타고 가다 '파란성'이라는 도로가의 광고를 보고 1010번 도로로 들어섰다.

조금 가다 보니 이게 웬일? 동해면 양촌리 산기슭에 아주 멋진 고급 레스토랑이 햇빛을 찬란하게 반사하며 우뚝 서있는 것이다. 식당에서 사방 내려다보는 경치는 아주 일품이었다. 포도주를 곁들인 양식과 종업원의 친절한 서비스로 아주 훌륭한 점심을 하였다. 통영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4시 반이었다.

여행정보

1. 포항의 호미곶과 울산의 간절곶 그리고 마산에서 통영으로 이어지는 77번 해안도로의 경치는 매우 좋음.
2. 울산, 부산, 마산으로 이어지는 2번 국도는 자전거 주행에 최악임. 주행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함.
4. 진해에서 마산으로 넘어가는 장복터널의 갓길은 자전거 탈 공간이 충분함.
3. 마산에서 통영으로 넘어가는 동전터널의 갓길은 공간이 좁아 끌고 가야 함.
5. 장복터널과 동전터널을 나서면 환상적인 긴 내리막이 있음.
6. 도로에서 덤프트럭은 자전거에 매우 위협적이므로 조심해야함.

거리(335km) 포항-83km-문무대왕릉-91km-일광-81km-진해-80km-통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AD

AD

AD

인기기사

  1. 1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2. 2 섭지코지 한가운데 들어선 건물... 주민들이 잃어버린 풍경
  3. 3 우리 부부의 여행은 가방을 비우면서 시작됩니다
  4. 4 월급 37만원, 이게 감사한 일이 되는 대한민국
  5. 5 "검사 탄핵소추 위법, 법률검토 하겠다" 검찰총장, 수사 가능성 시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