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세움
늘 따뜻하게 감싸주고 틈날 때마다 책을 읽어주시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트리샤는 걷잡을 수 없이 절망한다. 그리하여 어떻게든지 학교에 가지 않을 핑계만 댄다.
읽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글씨는 아른거릴 뿐. 절망은 더욱 깊어갔고 책을 좋아하는 가족들과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은 환한 빛 속에 있고, 자신은 어둠 속에 갇혀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놀리는 것처럼 바보나 멍청이도 아니었다. 읽기 빼고 모든 것을 잘했고, 그림을 그리는 트리샤 주변은 서로 보겠다고 싸우는 아이들로 매워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단어하나 읽지 못하고 있는 5학년 트리샤였다. 아이들의 놀림과 따돌림은 더 심해지고… 트리샤는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면서 마음의 문을 꼭꼭 닫는다. 이런 중에 멋진 폴커 선생님이 전근을 오신다.
폴커 선생님은 잘 보이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눈길을 주지 않았고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했다. 읽기는 못하지만 특히 그림을 잘 그리는 트리샤를 자주 칭찬했고, 모범생이나 할 수 있는 '칠판 지우기' 등을 시키면서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
"그만! 여러분 모두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만큼 완벽해서 지금 트리샤를 흉보고 있는 겁니까?"
아이들이 깔깔대며 놀리자 폴커 선생님은 큰 소리로 아이들을 혼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아이들의 괴롭힘과 놀림은 거의 줄었지만 에릭은 더 집요하게 쫒아 다니면서 트리샤를 놀리고 괴롭혔다. 아무도 모르는 어두컴컴한 곳에 숨어들어 웅크리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트리샤.
"난, 바보 멍청이. 아이들 말대로 난, 정말 벙어리일지도 몰라!"
읽기 장애가 있었던 '패트리샤 폴라코'가 작가가 되기까지
"진짜 폴커 선생님인 조지 펠커에게 바칩니다. 선생님은 영원히 나의 영웅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첫머리에 이렇게 쓰여 있다. 다른 활동은 잘 하지만 유독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난독증'이라고 하는데, 이 그림책의 저자 패트리샤 폴라코는 트리샤의 실제모델, 동화에서처럼 5학년 때까지 단어하나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아이들의 왕따와 자학으로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그녀를 환한 세상으로 이끌어준 것은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인 조지 펠커. 그는 실제로 사비를 털어 독서 선생님과 함께 그녀에게 과외를 시켰고 선생님의 이런 애정으로 글을 깨우친 그녀는 현재 미술박사이자 동화작가다.
| | | 패트리샤 폴라코 (Patricia Polacco) | | | | 1944년 미시간(미국)에서 태어나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예술사를 공부. 특히 러시아와 그리스의 회화와 도상학 역사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술학박사(미술학)인 그녀는 박물관에서 고유물을 고증하는 일까지 했다.
러시아에서 건너 온 부모님을 비롯하여 이야기 작가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집안의 어른들이 들려주는 찬란한 과거 이야기를 풍성하게 들으며 자랐다. 이런 것들은 그녀의 작품의 뼈대를 이룬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가족의 역사에 바탕을 둔 이야기들이며, 러시아 민속풍의 그림이 많다.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그녀는, 지금은 아들과 딸을 키우며 남편과 함께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1989년 <레첸카의 달걀> 로 국제 도서연합회 청소년부분 도서상을 받았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핑크와 세이> <보바 아저씨의 나무> <어떤 생일> <할머니의 인형> <꿀벌 나무> <바바야가 할머니> <선생님, 우리선생님> <할머니의 조각보> 등. / 김현자 | | | | |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패트리샤 폴라코의 자서전. 글을 전혀 읽지 못하던 그녀가 어떤 과정으로 절망을 딛고 환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는지가 생생하고 감동스럽게 펼쳐진다.
설움에 복받쳐 우는 트리샤의 어깨를 보면서 마음이 아릴만큼 그림들도 생생하다. 패트리샤 폴라코는 자신의 모든 동화에 그림까지 그린다. 그래서 글과 그림은 더욱 깊이 밀착되는 듯하다.
실제 주인공인 스승과 제자는 30년 후 어느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러는 것처럼 조지 펠커 역시 30년 전의 제자에게 지금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물어보는데… 패트리샤 폴라코는 조지 펠커 선생님에게 안기어 수줍게 말한다.
"그러니까 뭐냐 면요. 폴커 선생님, 저는 어린이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 그림동화는 이렇게 끝난다. 짧지만 읽는 동안 가슴 뭉클해지고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도망치는 트리샤가 안타깝던 동화. 읽는 내내 감동과 안타까움이 계속 교차하다가 이 끝 장면에 이르면 감동은 찌릿한 전율로 바뀐다.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