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원, 문제 드러나자 영업전문직 '희생양'

영업전문직 '적법성' 도마 위에 ...에스원 "경쟁 업체도 도입해서..."

등록 2006.11.22 08:53수정 2006.11.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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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동자연대 회원들은 지난 9월 8일 수원 팔달문 '차없는 거리'에서 에스원의 무더기 해고조치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연대 회원들은 지난 9월 8일 수원 팔달문 '차없는 거리'에서 에스원의 무더기 해고조치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 노동자연대

삼성그룹 계열사인 (주)에스원(대표 이우희)이 지난 4년여 동안 실질적으로 '위법' 행위를 했다는 경찰의 유권해석이 나오자,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해고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스원의 '계약해지' 자체가 적법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7월 '익명의 민원인'에게 경비업체의 영업위탁계약 등과 관련한 질의를 받고 '영업딜러에게 기계경비시스템 판매 등을 하도록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경비업법상 불가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뒤 각 경비업체에 통보했다.

경찰은 영업전문직의 업무를 기계경비업무의 일부로 해석하고, "경비업은 법인만이 영위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경비업법 제3조에 따라 개인에게 업무를 하도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당한 책임 전가" - "계약해지는 적법"

이에 따라 2002년 영업전문직을 도입, 4년 넘게 운영한 에스원 측은 지난 8월 영업전문직들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이와 관련, 노동자연대 관계자는 "회사 쪽의 요구에 따라 개인사업자로 고용계약을 했지만 정규직과 똑같은 조건에서 사원번호까지 부여받고 활동해왔다"며 '계약해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불법 행위를 한 에스원 측에서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동자연대 고문 변호사인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영업전문직은 경비업법상 경비업무에 해당되지 않고 영업 활동 업무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따라서 영업전문직에 대한 계약해지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어 "회사 측에서 사전에 충분한 법률적 검토 없이 영업전문직 제도를 도입해 계약을 체결해 놓고, 경찰의 유권해석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모든 책임을 영업전문직에게 지우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에스원 측은 민법 규정 등을 내세워 "영업전문직들과 계약을 해지한 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영업전문직들은 에스원과 영업위탁계약을 맺은 특수고용직 개념의 개인사업자"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업위탁계약해지가 이뤄졌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의 유권해석에 성급하게 반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현행 경비업법에 영업전문직과 위탁계약에 대한 위법성 규정은 없지만, 관리·감독기관의 유권해석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사전에 변호사들의 자문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전문직 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 법률적 검토를 전혀 거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다른 경쟁 업체들이 먼저 도입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에스원, '방해금지가처분-손배소' 제기... 노동자연대 "자본의 횡포"

에스원 측은 최근 노동자연대를 겨냥해 잇따라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노동자연대 소속 해고자들을 상대로 '강제해고', '원직복직' 등의 문구를 사용할 경우 1회당 100만원을 회사 측에 지급하라는 내용의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또 최근에는 '1인 시위' 등과 관련해 노동자연대 회원 10여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1인당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자연대 관계자는 "에스원 측이 방해금지가처분신청과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은 해고자들의 기본권마저 박탈하려는 거대 자본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노동자연대는 에스원의 소송에 맞서 집단 해고 조치에 대한 무효확인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다른 경비업체는 어떻게 대처하나
KT텔레캅, 정규직 흡수 추진... 캡스, 계약직 수용 추진

(주)에스원이 지난 8월 '영업전문직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경비업법상 불가하다'는 경찰의 유권해석에 따라 영업전문직들을 집단 해고해 말썽을 빚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경비업체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최근 국내 경비업계에 따르면 캡스-KT텔레캅 등 경비 전문 업체들은 일단 경찰의 유권해석을 수용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대응 방법은 에스원과 완전히 달랐다.

캡스는 경찰의 유권해석 공문이 내려오자 그 내용을 영업전문직들에게 자세히 설명한 뒤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캡스 관계자는 "공문을 받고 곧바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영업전문직들을 본사 영업팀 계약직으로 수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회사를 위해 일한 사람들을 대책 없이 그만두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KT텔레캅도 캡스와 비슷한 방법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KT텔레캅 관계자는 "영업전문직 가운데 스스로 진로 전환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정규직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영업전문직들을 대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정규직 희망자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영업실적이 극히 저조한 사람들은 배제할 방침이다.

경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스원 문제와 관련해 "에스원이 갑자기 영업전문직들을 모두 계약해지 조치한 것은 업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감독명령을 받은 것도 아닌데 에스원 쪽에서 너무 성급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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