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방 대신 헌 가방을 손질해 주었습니다

물건을 아껴쓰는 아이의 마음도 생각해 봤습니다

등록 2006.11.22 08:40수정 2006.11.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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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이의 책가방에 절약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아이의 책가방에 절약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 조용민


제가 근무하는 곳에 옆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요즈음 새로 지은 아파트를 입주 할 때 보면 멀쩡한 창틀이나 여러 가지 가구 등을 마구 버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것을 볼 때마다 저 아까운 것들을 하면서 마음이 쓰릴 때가 많습니다.


절제 할 줄 알고 절약하는 마음은 좋은 것입니다. 아나바다라는 운동을 통하여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바꾸어 쓰는 운동이 새삼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몇 일전 큰아이의 일이 생각납니다.

"괜찮아요, 튼튼해 보이고 좋은데요."

아침에 등교하는 큰아이의 대답입니다. 아이의 마음씀씀이가 너무나 예뻤습니다. 언제나 나의 마음속엔 어린아이 같은데 부모를 헤아린 것 같습니다.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큰아이는 책가방 타령을 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아이의 책가방 어깨멜빵이 거의 목숨만 붙어 있는 것입니다. 아이엄마를 탓하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책가방을 보니 몇 번이고 꿰맨 흔적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책가방을 들고 동네 세탁소를 찾으니 세탁소에서는 취급을 하지 않는답니다. 어떻게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 기회에 바느질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반짇고리를 차고앉았습니다.


나름대로는 노력을 했는데 역시나 바느질 솜씨는 엉망입니다. 하지만 제가 봐도 튼튼하게는 보입니다. 조금 흉이라면 검은색 가방에 흰 색실이 눈에 띄는 게 흠 같습니다. 유성 펜을 구해 색깔도 칠했습니다. 감쪽같습니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를 보고 물었습니다. 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네가 보기에는 어떤지 맘에 안 들면 새것을 구입해 주겠다고…. 큰아이는 나의 두 눈을 봅니다.


"아버지, 저도 새것이 좋은데요. 그냥 이 가방 가지고 다닐래요."

나는 아이에게 왜 그런지 이유를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답을 했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이의 소중한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그냥 한번 꼭 가슴에 안아 주었습니다.

먼 훗날, 아이의 가슴속엔 무엇이 열매 맺혀 있을까요? 그 열매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보기 좋고 아름다운 그런 열매가 아닐까요.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큰 행복을 보는 듯합니다. 아마 큰아이는 새 가방보다도 더욱 소중한, 알지 못할 어떤 기쁨을 얻었을 테니까요. 또한 저도 아이의 마음 씀을 알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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