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흩어지면 산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등 돌린 민심, 회복 방안은...

등록 2006.11.23 10:22수정 2006.11.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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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심이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렸다. 이건 다 아는 사실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굳이 논증할 필요가 없다.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려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 일단 얼굴부터 돌리게 하고 이어서 발길을 돌리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화끈하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복안은 뭘까? 두 가지 현상이 잡힌다. 오늘로 예정된 정책 의원총회와 어제 확정한 기간당원제 폐지다. 우선 정책을 가다듬어 국민의 시선을 잡고 이어서 정계개편으로 국민의 발길을 잡겠다는 구상 같다.

정정하자. 복안과 구상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구석으로 몰린 열린우리당, 비상구는 없나

오늘 열리는 정책 의총은 당 지도부가 계획한 게 아니다. 소속 의원 45명이 집단적으로 소집을 요구하고 나서야 잡은 의총이다.

기간당원제 폐지는 문호 개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능동적 선택이 아니라 수동적인 포기다. 외부의 구원에 목말라 하는 열린우리당의 처지가 반영된, 막다른 선택이다.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 막판 회생도 있고 대역전도 있다. 열린우리당이라고 해서 이런 '감격'을 누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아니라고 한다.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의 초청을 받은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재집권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대선을 앞두고 주변에 견고한 적들을 상당히 많이 만들었다"는 것. 사학법, 국보법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수세력의 조직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송호근 교수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이념적 퍼포먼스(성과)에 너무 치우치고 경제적 퍼포먼스는 너무 약했"던 게 잘못이고,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정치개혁 성과만 강조"한 게 잘못이다.

정계개편 어떻게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a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쓴소리다. 하지만 약으로 삼을 수도 있다. 보양을 위한 소리로 듣고 다시 가다듬으면 된다. 해법은 정계개편이다. 보수세력이 비조직화 됐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을 찍을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보수세력의 조직화가 아니라 중도·진보세력의 재결집이다. 정계개편만 제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니라고 한다. 송호근 교수보다 일주일 앞서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들을 만난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열린우리당이 모색하는 정계개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선이 1년 남은 시점에서 정당끼리 뭔가 해보려는 세력간 결합은 무의미하다"고 했고, "대선을 대비하려면 인물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중요한데 인물도 노선도 명분도 없는 현 여권상황으로는 통합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차라리 각자의 노선과 입장에 따라 갈라져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계개편이 나을 수가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단정했다. 열린우리당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렸다. 열린우리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점이란 얘기도 있으니까 두 사람의 쓴소리를 보약 삼아 원기를 다시 북돋는다고 치자. 그런다고 가능할까?

송호근 교수가 지적한 '개혁 과잉, 민생 소홀'은 열린우리당의 정책 좌표와 관련돼 있다. 단순화하면 지금이라도 '개혁 적정, 민생 주력'의 길을 잡으면 된다.

하지만 나타나는 모습은 정반대다. 종부세 부과기준과 출총제 적용기준을 놓고 갑론을박을 거듭했다. 범위를 약간 넓히면 논란의 가짓수는 더 많아진다. PSI참여와 자이툰부대 철군이 그 예다.

주목할 점이 있다. 당내 논란과정에서 '강령'과 '정체성'이 흔하게 운위된다는 점이다. 운위주체는 평의원을 넘어 당 지도부로까지 확장돼 있다. 이런 경우가 있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이 지난 21일 정책 의총 소집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해 "정책 혼선으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한 마디 했다. "비대위에서는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안 하면서 밖에다 대고 이야기 하느냐"고. 그러자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이 되받아쳤다. "(정책위의장이) 강령에 맞지 않는 걸 발표하지 않았느냐" 강봉균 의장이 다시 받았다. "내가 물러나라고 하면 못 물러날 줄 아느냐."

열린우리당, 흩어지면 산다

김헌태 소장이 말 한 그대로다. 당내 논란과 갈등의 바탕엔 노선차와 입장차가 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부터 나타난 개혁파와 실용파의 갈등구조가 온존해 있다. 갈등구조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통합 또는 견인의 리더십은 작동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그런 리더십이 없었다.

송호근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문제점으로 '개혁 과잉, 민생 소홀'을 꼽았지만 엄격히 보면 그게 아니다. '논란 과잉, 실천 소홀'이 문제였다. 그래서 개혁이든 민생이든 어느 것 하나 확실히 챙기지 못한 게 문제였다.

이런 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을 추진한다. 개혁파와 실용파 외에 다른 계파가 추가될 수도 있는 길을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을 아우를 리더 말이다. 그럴 바에는 김헌태 소장의 말대로 노선과 입장에 따라 갈라지는 게 맞다.

맞지만 채택될 것 같지는 않다. 강령과 정체성, 노선과 입장보다 상위의 가치로 놓는 게 있기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이다. 이 '대동'의 목표 앞에서 노선과 입장 차는 '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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