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호수로 소풍가자!

[무작정 떠난 러시아-유럽여행 10] 이르쿠츠크 3

등록 2006.12.01 11:33수정 2006.12.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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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과 바이칼 소풍가다

a 이르쿠츠크에서 만난 사람들.

이르쿠츠크에서 만난 사람들. ⓒ 강병구

도착 첫날, 경찰로부터의 곤경에서 구해주었던 민박집 우진 형님. 첫날부터 이르쿠츠크를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어학연수생 재은·문희씨. 역시 어학연수 와있던 동갑내기 승희와 국현 형님, 현숙씨.


이르쿠츠크에선 비수기의 민박집이라 그런지 여행객이 아닌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이들을 결정적으로 기억하게 된 것은 떠나기 전날인 5월 1일 이들과 함께 바이칼을 다시 한 번 가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학연수생인 이들은 여름철 바이칼에 여행 오는 한국 사람들의 가이드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이 오기 전에 한번 실습을 겸해 바이칼과 인근 관광지를 사전답사 해본다는데, 마침 내가 거기에 참여하게 된 거다. 일찍 와 재수가 좋았다고 할까?

아무튼, 그 전날 여럿이 먹을 것을 마련하느라 같이 장을 보고, 새벽까지 김밥을 말고, 짐을 준비하고…. 정말 소풍을 준비하는 기분이었다.

원래 바이칼은 어땠을까?

소풍을 간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어릴 적의 그때처럼, 유난히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다들 일어나기도 전에, 먼저 설렘 때문인지 민박집 부엌을 두리번거리고 마당에 나갔다 오기도 했다.


오전 8시경 운전과 안내를 해주실 고려인 알베르토씨가 오셔서 바이칼로 출발했다. 이틀 전 다녀온 그 길을 따라 다시 바이칼을 가는데, 그때와 달리 너무 편안하고 즐거웠다.

a 딸츼 박물관의 목조 성벽.

딸츼 박물관의 목조 성벽. ⓒ 강병구

바이칼로 가는 길을 한 절반쯤 갔을까, 중간에 나온 골목을 들어가 오늘 첫 번째 답사지에 도착했다.


딸츼 목조건축 박물관이라는 이곳은 과거 바이칼 주변에 살던 토착인들과 과거 러시아 정착인들의 마을을 복원해 놓은 곳이었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민속촌 정도일 것이다. 목조로 된 과거의 성곽, 교회, 집, 학교 등이 옛날 모습 그대로 있었다. 영화 속 초기 중세의 영지에나 있었을 법한 목조 건축물들이 주된 건물들이었다.

건물들 안에는 실제 당시의 생활 모습을 재현 놓았는데, 러시아인들의 옛 교회 모습, 학교, 장교의 사택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인근 지역에 살았던 우리와 모습이 비슷한 부리야트 족의 모습을 인형으로 전시해 놓기도 했고, 의복 등을 전시해놓았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러시아 전통 사우나라는 반야와 부리야트 족의 무당집 모습이었다.

a 부리야트 무당의 집 내부.

부리야트 무당의 집 내부. ⓒ 강병구

바이칼 주변의 옛 생활상을 알아본 뒤에는 바이칼을 알아보러 출발했다. 리스크뱐카에 도착하기 얼마 전, 차를 세워, 바이칼이 딸 앙가라에게 던져 죽였다는 샤먼 바위를 보았다. 전설과 함께 200미터가 넘는 육중한 모습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의 강력한 샤먼 대상 중 하나였다는 이 바위는 이르쿠츠크 댐이 만들어진 이후 물 위로 3미터만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강 한가운데의 엄청난 바위를 보고 싶었던 내 기대는 이미 오래전에 불가능한 것이 되어있었다.

이어 가본 곳은 바이칼 호수 박물관이었다. 리스트뱐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박물관은 바이칼의 역사, 생태, 세계적인 호수들과의 비교 등 바이칼에 대한 정보가 가득한 곳이었다. 단 전부 러시아어로만 설명되어있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말이다.

a 바이칼에만 산다는 네르파.

바이칼에만 산다는 네르파. ⓒ 바이칼 사랑

바이칼은 약 2000만년 전부터 형성된 호수로 남북의 길이가 약 700km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가장 깊은 곳은 약 1700m이며, 겨울에는 두께 1미터 정도의 두꺼운 얼음층이 형성되어 10톤의 화물을 실은 차가 이동할 수 있는 빙상도로가 된다고 한다. 또 바이칼에 서식하는 생물 중 상당수는 바이칼에만 서식하는 특이종이며, 그 중 네르파는 유일하게 민물에 서식하는 물개라고 한다.

이런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바이칼 호수 박물관에는 바이칼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시각 자료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특히 바이칼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의 박제와 수족관이 인상적이었는데, 바이칼에 살고는 있지만 쉽게 보기 어렵다는 물개 네르파를 박제와 수족관을 통해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은 이곳을 들르기에 충분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이곳도 러시아의 여러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사진촬영에 따로 요금을 요구했다. 비록 몰래 몇 장 찍기는 했지만, 덕분에 좋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특히 네르파를 잘 찍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a 수조관 안의 하리우스와 오물.

수조관 안의 하리우스와 오물. ⓒ 강병구

눈이 부신 바이칼

a 러시아 전통 스프.

러시아 전통 스프. ⓒ 강병구

이렇게 둘러보다 보니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다. 점심은 리스트뱐카 노천시장에서 산 오물 몇 마리와 함께 알베르토씨가 잘 안다는 쁘리보이 호텔에서 정통 러시아식 음식을 먹게 되었다.

호텔은 허름한 모양의 건물이었지만, 음식 맛은 좋았다. 특히 도기에 담겨 밀가루 뚜껑(?)이 덮여있던 러시아 전통 스프가 인상적이었다. 너무 많은 음식 때문인지 이틀 전 그렇게 맛있던 오물에 손이 가지않았고, 어젯밤 늦게까지 쌌던 김밥은 꺼내지도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리스트뱐카의 이곳저곳을 좀 더 둘러보고 간 곳은 바이칼 호수를 잘 볼 수 있는 전망대였다. 우선 전망이 괜찮다는 호텔 바이칼로 가 높은 곳에서 좀 더 멀리 내다보는 바이칼을 감상했다. 낮은 곳에서 멀지 않은 수평선만 바라본 바이칼과 또 다른 맛이었다.

다음으로는 리프트를 타고 언덕 위 바이칼을 바라보기 가장 좋다는 전망대로 갔다. 전망대라 해서 무슨 특별한 시설이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이칼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야산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뭐 더 올라간다고 특별하겠어?'라는 마음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올라간 전망대는 그동안 보았던 바이칼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려주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는 느낌이랄까? 왜 이곳에 살던 옛 사람들이 바이칼을 호수가 아닌 바다로 불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여행을 왔지만 여전히 답답해하던 내 마음이 한순간에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바이칼은 대단한 곳이었다!

a 전망대에서 찍은 그림같은 바이칼 호수 모습.

전망대에서 찍은 그림같은 바이칼 호수 모습. ⓒ 강병구

a 호텔 바이칼에서 찍은 바이칼 호수 모습.

호텔 바이칼에서 찍은 바이칼 호수 모습. ⓒ 강병구



[여행팁 8] 배낭여행객으로 바이칼 즐기기 2

[딸츼 목조건축 박물관 가는 길] 이르쿠츠크에서 리스트뱐카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중간에 딸츼 목조건축 박물관에 선다. 단 기사에게 그곳에 서겠다는 표시를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은 문제없지만 차가 많이 다니는 성수기가 아니라면 이르쿠츠크로 돌아올 방법이 막막하다. 특별한 정류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기적인 버스가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샤먼 바위를 보는 법] 리스트뱐카로 향하다 보면 도착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앙가라강이 시작되는 지점에 '토산'이란 한자가 뚜렷한 파란색 간판의 가게가 보일 것이다. 그곳에 보면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에 서서 멀리 보면 강 한가운데에 살짝 솟아나온 물체가 보인다. 그것이 샤먼 바위다. 이와 함께 리스트뱐카에 가보면 선착장에서 수시로 떠나는 보트(혹은 겨울에는 부양선)가 있다. 이것을 타면 샤먼 바위를 한 바퀴 돌아온다.

[바이칼을 가장 잘 즐기는 법] 딸츼 박물관도 그렇고, 샤먼 바위나, 바이칼 호수 박물관, 전망대까지, 이르쿠츠크에서 머물며 당일치기로 리스트뱐카를 다녀올 생각을 하는 배낭 여행자는 사실상 모두 즐기기 힘들다. 최소 리스트뱐카에 2일 이상 머물며 천천히 볼 생각을 하거나, 패키지로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직 대중교통이 만족스럽지 않은 이르쿠츠크에서 유럽의 도시들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지를 다 둘러보는 것은 힘들다. 차가 있어 직접 운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러시아에선 외국인, 특히 동양인 여행객이 차를 빌려 운전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답은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보거나, 돈을 쓰고 가이드 여행, 패키지여행을 하는 것이다.

또 바이칼의 진수는 필자도 가보지 못해 여행기에 소개를 하지 못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알혼섬이다. 바이칼 중심에 있다는 이 섬은 우리의 서낭당과 비슷한 나무 토템이나, 무당들의 모습, 장승과 비슷한 솟대 등 여러모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3월 말에서 5월 초, 바이칼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시점에는 갈 수가 없다. 여름엔 배로, 겨울에는 배의 운행이 불가능해 버스로 접근할 수 있는데, 얼음이 녹아 버스가 호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하니 일혼섬을 가볼 생각이라면 이 시기를 피해 갈 것을 명심하자.

[바이칼을 즐기는데 필수품]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우선 챙길 목록이다. 바이칼 특유의 기상상황으로 연중 구름이 끼는 날이 드물어 매우 화창한 날씨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볕이 워낙 강한데다, 호수(특히 겨울엔 얼음)에 반사된 빛이 눈이 부실 정도이다. 선글라스와 선크림이 없다면 고생할 수 있다.

더불어 포크나 젓가락을 가져가길 추천한다. 오물을 손으로 발라먹어도 되겠지만, 젓가락이 있다면 당연히 훨씬 쉬울 것이다. 또 바이칼에서 먹는 도시락 라면은 정말 별미.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젓가락을 주진 않는다. 마지막으로 여름이라면 수영복을 꼭 챙겨가자. 그곳까지 가 여름의 바이칼 호수에 몸을 못 담가본다는 것은 비극이다. / 강병구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기사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이어지며, 저의 블로그(http://blog.naver.com/kbk8101)에 오시면 더 자세한 여행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여행클럽(http://cafe.daum.net/russiatravel)에도 연재합니다.

지난번 앙가라 강 전설을 소개하며 말씀드린 예나세이 강은 예니세이 강이 맞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기사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이어지며, 저의 블로그(http://blog.naver.com/kbk8101)에 오시면 더 자세한 여행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여행클럽(http://cafe.daum.net/russiatravel)에도 연재합니다.

지난번 앙가라 강 전설을 소개하며 말씀드린 예나세이 강은 예니세이 강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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