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없는 장엄한 일출

청사포 일출을 바라보며

등록 2006.12.11 08:28수정 2006.12.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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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붐한 여명
희붐한 여명김대갑

살짝 고개 내미는 옥구슬
살짝 고개 내미는 옥구슬김대갑

@BRI@일출. 그것은 참으로 모순된 언어이다. 태양이 지구의 주변을 돈다는 사고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철저히 지구적인 관점일 뿐이다. 현재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자연의 품안에서 뭇 짐승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인을 제외하고는….


피곤에 지친 그대는 어젯밤에 분명 꿈을 꾸었을 것이다. 다만, 희붐하게 밝아오는 여명이 그대 꿈의 잔상을 지웠을 뿐이다. 붉고 노란 기운이 새벽 바다를 가르는 것이 느껴져 올 때, 그대는 긴 숨을 들이마시며 심호흡을 해야 할 것이다. 겨울의 여명은 인생의 서막과 같기 때문이다. 피가로의 서곡에 나오는 운율처럼.

붉은 몸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붉은 몸체가 조금씩 드러난다.김대갑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태양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태양김대갑

태양이 동쪽에서 뜨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서쪽의 반대편으로 돌기 때문에 일출이 탄생한다. 지구가 태양을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기 때문에 지구인은 태양을 볼 수 있다. 초속의 속도로 회전하는 지구 덕택에. 순식간에 떠오르는 태양. 그 경이적인 모습에 잠시 넋을 잃다 이내 제 정신이 돌아오는 숨죽인 아이들. 태양은 수억 칼로리의 에너지를 매초마다 지구에 쏟아 붓고 있다. 어이없을 정도로.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찾는다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찾는다김대갑

갈매기여, 태양빛이 그립느냐
갈매기여, 태양빛이 그립느냐김대갑

눈이 아프다. 태양을 찍기 위해 색안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연신 셔터를 눌러댔더니 시신경이 피곤을 호소한다. 색안경 너머 옥 쟁반에 굴러가는 수정 한 개가 자신을 찍어대는 뭇 인간들에게 시위라도 하듯이 강렬한 빛을 발한다. 가까스로 색안경의 보호막이 태양 빛을 조금씩 밀어낸다.

등대는 태양을 반기고
등대는 태양을 반기고김대갑

일출, 그것은 하나의 표현이었다. 이미지의 현란한 움직임이었다. 밤새 청사포의 옥빛 바다를 헤맸던 배 한 척이 긴 여운을 끈다. 일렁거리는 물결 위로 황색 파스텔 톤의 무늬가 점점이 박힌다. 노란 점들이 바다에 박히는 모습이 정겹다. 오래된 미래는 태양 속에 찬연하게 녹아 있었다.

여운을 끄는 어선, 일출을 맞이하다
여운을 끄는 어선, 일출을 맞이하다김대갑

일출, 시작과 끝의 대합창곡. 아·름·다·웠·다.

덧붙이는 글 | 씨앤비에도 송고함

덧붙이는 글 씨앤비에도 송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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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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