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협력 ' 평화공원' 만들자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자

등록 2006.12.11 14:59수정 2006.12.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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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놓쳐, 돌이킬 수 없게 되고난 후에 아무리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나는 전쟁기념사업회에 재직하고 있었던 2000년 봄 미국의 남북 전쟁 격전지였던 게티스버그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6.25전쟁의 흔적 보존을 구상하기 위해 견학 왔다는 말에 안내자가 특별히 정성껏 설명 해주었다.


언뜻 보기엔 하찮은 것 같은 내용인데도 당시를 설명해줄만한 물품들을 아주 정성껏 수집 보관하고 있음에 감명 받았다. 총구 뚫린 자국이 남아있는 집들이며 리 장군이 지휘했다는 지휘소 벙커, 척후병들이 오갔다는 진지 통로 등 역사의 현장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관광지로 잘 활용하고 있었다. 전쟁사를 연구한다는 학생들이 남북전쟁 관련 리포트를 쓴다며 열심히 현장 스케치를 하고 있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a 중대장 시절, 군사분계선 순찰 임무를 마치고.

중대장 시절, 군사분계선 순찰 임무를 마치고. ⓒ 표명열

그들은 격전지 일대를 ‘군 공원(Military Park)’으로 지정하여 무질서한 개발을 할 수 없도록 철저히 감독하고 있었다. 통제구역 밖의 주막 등에서는 남북전쟁 당시에 유행하던 노래를 들려주고 그 때의 모습을 그린 사진, 죽어가는 병사의 주머니 속에서 나왔다는 ‘아내로부터 온 편지’ 복사 본 등을 전시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벽에는 그곳을 거쳐 간 수많은 분들의 남기고 간 낙서들이 있었다. 전쟁관련 책자와 기념품 판매점도 곳곳에 있었다. 150년 후의 우리나라 비무장지대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마음속으로 그려보니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다. 늦기 전에 그 준비를 해 나가야 할 터인데.

@BRI@지구상에 우리만큼 전쟁의 참화에 무참히 짓밟혀온 민족도 드물 것이다. 전화가 휩쓸고 간 폐허 위에 널려 있는 시체 더미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지아비와 아들의 주검을 찾아 땅에 묻고 통곡하는 어머니들의 처절한 절규가 바로 우리민족이 감당해온 슬픈 역사의 장면이다.

자신의 생사는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산자들을 위해 혹독한 기아와 싸우며 몸 둥이 녹아 무너져 내리도록 노동해온 이 나라 어머니들의 참담하고 고달픈 희생적 삶이 바로 우리 민족을 지금까지 지키고 이어온 힘이었다.


우리세대는 민족의 대 재앙 6.25 환난을 직접 목도했다. 난 초등학교 6학년 때 마을 어른들이 돌담가에 모여 앉아 전쟁이 몰고 올 파괴와 살육에 대한 공포의 이야기를 나누며 수심이 가득 풀죽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거울 앞에 서서 죽어 썩어질 내 뺨 때기를 잡아당겨 보며 죽음이란 무엇일까? 사후에는 어찌될까? 회의했던 경험이 있다.

멀리 남창이라는 곳에서 트럭을 향해 호주기 4대가 번갈아가며 기총소사 하는 광경이 영화의 장면처럼 보여 우리 철부지들은 지붕 위에 올라가 구경하다가 어른들로부터 혼난 적도 있다. 앞바다에 섬 하나가 움직이듯 들어오던 군함이 굉음을 내며 함포사격 하는 광경도 보았다. 집나간 동리 사람이 시체가 되어 실려 왔을 때, 처량한 울음소리가 온 동리에 퍼져나갔다. 저승사자가 금방 나올 것만 같은 으시시한 분위기였다.


엊그제 일 같은데, 6.25전란을 또렷이 체험했던 우리 앞의 세대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가고 있다. 우리가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들이 많은데, 조바심을 금할 수 없다.

원통하게 죽노라 “빽!”소리 지르며 슬어져간 용사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영문도 모르고 무참히 학살당한 너무나 억울한 민간인의 죽음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희생들이 헛되지 않도록 매듭지어주어야 할 책무가 우리들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인류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치른 고난의 의미로 승화시켜 그 통한을 풀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남북이 협력하여 비극적 역사의 현장인 격전지 DMZ를 ‘평화 공원’으로 지정, 평화를 갈망해온 우리 민족의 염원을 세계만방에 표현토록하자. 이 비무장지대(DMZ)는 폭 4킬로미터, 길이 248킬로미터에 달하는 환경보전이 아주 잘 되어있는 독특한 지대다.

많은 물고기 새 동물들이 이곳에서 평화를 누리고 있으며 여러 특이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특별구역이다. 폐허된 마을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이를 잘 보존만하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곤충학자, 조류학자, 식물학자, 토양학자, 생태계학자, 환경학자 들과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이 모여들어 상태를 파악하고 자료를 체취하며 연구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지역을 개발 금지구역으로 설정하여 현재의 자연을 철저히 보존하는 일이 중요하다.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데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천방초소(GP), 출입통제소(CP), 관측소(OP) 등 외의 건물 신축을 금지하고 있는 그대로를 최대한 이용토록 해야 한다. 이런 초소들은 자연보호 경비원과 산불방지 요원들의 순찰로 및 숙소로 바뀌어 질 것이다.

유스호스텔 등 관광객들의 숙소는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밖에만 건립이 허용되고 그곳에서는 6.25와 관련된 기념품 판매소 전시실 등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백마고지 등의 격전지에는 최신 전자시스템을 활용한 ‘전투 장면 재현’으로 전쟁학도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폐허의 마을들도 있는 그대로 보존되어 전쟁의 비참했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벌써부터 자본의 논리에 쏠려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 합작 공장을 건립하자느니 호텔 등을 지어 통일 관광사업을 일으켜야 한다, 평화마을을 건설 하자는 등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음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이 뜻을 모아 ‘비무장지대 평화 공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소 잃기 전에 외양간부터 단속해야 한다. 물론 현재의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어야하는 등 여러 선결요건이 있지만, 이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둘째 비극적 민족사를 문화예술로 승화시키는 사업을 추진하자. 문화예술 작품 및 활동을 통해 지금도 구천을 헤매고 있을 억울하게 죽임당한 수많은 영혼들을 씻김굿 하여 저지른 자와 당한 자 간의, 역사와 진실간의 화해가 이루어져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한다.

동학 농민혁명군의 위대한 민족자주정신이 광복군 독립군의 항일 무장투쟁으로 계승되어 4.19혁명정신과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으로 이어져 왔음을 후세에 알리고 교훈하는 장엄한 서사시적 연극을 만들어 씼김굿 하자.

불후의 합창곡을 만들고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공연토록하자. 외침을 너무나 많이 당해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야말로 세계 반전평화 운동의 중심에 서서 인류의 평화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평화의 시대, 반전평화 운동을 주도해가자! 우리가 하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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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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