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지난 해수욕장에 뭐 볼 게 있을까 싶지만 웬걸 사람들이 제법 많다유신준
점심 후 대천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초겨울 해수욕장에 뭐 볼게 있을까 싶지만 웬걸 사람들이 제법 많다. 간조 때라서 모래사장이 훤히 드러나 있다. 철지난 해수욕장은 왠지 쓸쓸하다. 쓸쓸한 느낌이 하얗게 드러난 모래사장을 걸었다. 한낮인데도 바닷바람이 제법 차다.
대천해수욕장은 전에 노리코씨가 남편 우츠노미야씨와 함께 왔던 곳이다. 노리코씨에게는 각별한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 얘기를 나누다 보니 노리코씨 기억력이 놀랍다. 4년 전의 일인데도 해질녘에 왔던 것, 사진을 찍었던 바닷가 위치, 막걸리를 처음 마셨던 장소까지 생생하게 기억해낸다. 역시 중년여인에게 추억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사토시는 바다를 좋아한다. 구마모토에서도 혼자 바닷가에 자주 가는 편이라는데. 뭔가 답답하고 우울한 날에는 혼자 바닷가에 간단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별을 바라보고 앉아 있노라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져 어느새 답답한 마음이 풀린단다. 웃음이 많고 밝기만 한 그에게도 우울한 구석이 있던가. 바다는 그에게 아픈 곳을 쓰다듬어주는 친구가 된다.
천북가는 길에 대천항 수산시장에 들렀다. 큰 시장은 아니지만 언제나 싱싱하고 다양한 물고기가 많아 인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 오면 왁자지껄한 소음에 실려 오는 사람 사는 냄새가 있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내가 시장을 찾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