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은 바닷속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진기한 경험이 큰 즐거움이다.유신준
아침을 마치고 짐을 싸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노리코씨네 몫으로 담가둔 김치를 소포장으로 나누는데 15kg 스티로폼박스 4개가 꽉 찬다. 거기다가 아내가 준비해 둔 밑반찬과 고춧가루 등의 꾸러미도 걱정스런 크기다. 건너올 때 사토시 트렁크가 이삿짐수준이었는데 김치 뭉치에 비하면 그건 짐도 아니다.
@BRI@고민끝에 B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가까운 사람 좋다는 게 뭔가. 이럴 때 덕 좀 보자. 고맙게도 선뜻 함께 가겠다고 나서준다.
마침 B의 본가에서 김장을 하는 날이라 거기도 잠시 방문했다. 김장철 풍경도 옛날과 달라 요즘은 김치를 사먹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B의 본가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김장을 담그는 훈훈한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
세 동서가 함께 모여 김장을 담그는 모습을 사토시가 카메라에 담는다. 노리코씨는 김장을 해서 일년내내 먹는다는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김치는 그냥 먹고 싶을 때 구입해서 먹는 마트 제품일 뿐이니.
아직도 이런 전통이 남아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눈치다. 정겨운 김장 풍경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다시 느껴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일요일이라서 고속도로가 정체될 것 같아 출발을 서두르기로 했다. 분주한 틈이라 점심은 집에서 대충 때웠다. 사람들은 B의 차에 태워 앞세우고, 내 차에는 짐을 싣고 사토시를 태웠다. 김치 상자와 함께 차 안에 짐을 쌓아놓으니 꽉 찬다. 차에 실었으니 어쨌든 서울까지는 갈 것이고 공항에서 일이 또 걱정이다. 내용물이 김치라서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나.
준비를 끝낸 2대의 차량이 출발했다. 며칠간 묵었던 곳을 떠나는 사토시는 어떤 감회가 있을까. 차 안에서 그에게 기억에 남는 일이 뭔가 물었다. 음식도 맛있고 풍경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기뻤단다. 꼭 집어 이야기하지 않지만 B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면서 이곳에 다시 오려면 한국어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한다.
혹여 놓칠세라 조심조심 B의 차를 따라가는데 차창 너머로 보이는 앞차풍경이 가관이다. 손짓이 난무하는 보디랭귀지의 천국.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차 안의 분위기가 물씬 전해온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는 동안 이야길 들어보니 서툰 영어와 짧은 일본어로 서로 소통하는 것이 더 재미있단다.
아쿠아리움과 찜질방 문화 순례
소통의 즐거움이라. 아는 사람들끼리니 거리낄 것도 없을 것이고 핵심에 닿을 듯 말 듯 소통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다. 그런 재미가 없었다면 4시간 반 넘게 걸린 휴일 고속도로가 무척 따분했을 것이다. 다국적언어를 통한 즐거움으로 서울길이 훨씬 짧아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