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교복, 그거 꼭 입어야 합니까?

대안학교는 교복이 없다... 생활한복조차 사라져

등록 2007.02.05 14:46수정 2007.02.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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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느티나무 바위그늘 아래서 글을 쓰는 원경고등학교 학생들.

느티나무 바위그늘 아래서 글을 쓰는 원경고등학교 학생들. ⓒ 정일관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는 1998년 개교할 때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혔습니다. 그 교복은 대안학교답게 대안교복이었습니다. 기존의 양복형 교복 대신 생활 한복을 교복으로 정했습니다.

당시 아이들은 생활 한복을 펄렁거리며 교정을 쏘다녔는데요, 선생님들도 생활 한복을 갖추어 입고 있어서 처음에는 어색한 분위기에 서로 마주보며 키득거리기도 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색다르고 신기한 경험에 대한 즐거움과 함께, 어느 학교에서도 볼 수 없는 교복을 입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개교했던 6개의 특성화학교 중에서 원경고등학교만 유일하게 교복을 입었고, 나머지 영산 성지고, 경주 화랑고·청주 양업고·담양 한빛고·산청 간디고는 아예 교복을 입지 않았습니다.

대안학교는 이처럼 교복을 선호하지도 않았습니다. 굳이 교복을 입었던 원경고등학교는 생활 한복이라는 파격적인 교복을 선택하였죠.

그런데 생활 한복을 교복으로 삼았던 자부심은 한 해를 넘기면서 차츰 옅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명상에 관심이 많았던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생활 한복이 좀 따분해졌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하나둘씩 생활 한복을 벗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교복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뒤에는 한 번도 교복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교복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한 말이 되었습니다. 자유롭고 개성 있는 아이들에게 교복은 참 답답한 옷이며, 그 옷으로는 아이들의 발랄함을 도무지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옷, 다양한 개성, 다양한 우리 아이들


교복의 순기능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것은 어른들 위주의 생각이 아닐까요? 저는 학교에서 자신의 개성에 맞는 다양한 옷을 입고 오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의 내면과 생각들을 엿볼 때가 많이 있습니다.

옷을 잘 갖춰입는 아이, 옷을 허술하게 입는 아이, 옷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이…. 색깔과 형태·단순성과 복잡성이 어우러지고, 각자의 몸과 의식에 맞는 옷들이 다양하게 표현될 때, 일사불란하지 않는 다양성이 꽃피는 데 작게나마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교복이 없으면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명품을 입고 와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들이 없지 않습니다만 그것은 공동체 내부의 자정 노력과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노력으로 해소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더구나 70만원짜리 교복이 등장하여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니 위화감 문제는 설득력이 떨어지지요.

모든 학생이 강제적으로 교복을 입어야 하는 상황은 위화감 조성과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자칫 교복이 어른들의 편의주의에서 오는 발상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지요. 통제와 관리의 측면에서 교복이 강조된다면 참으로 교육적이지 못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소위 '명문고의 자부심'을 교복을 통해 배타적으로 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 자부심이란 것도 어떤 부분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외형이 아닌 내면의 건강함을 통해 표출하였으면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학생다움을 강조하기 위한 교복 정책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저는 우리 사회가 모든 것을 상품 가치로만 파악하려는 자본주의적 폐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러난 것 속에 숨은 것을, 채운 것 밖에 빈 것을, 재빠른 것보다 굼뜬 건강함을 찾을 줄 알 때, 교복 값으로 자신의 값을 매기려는 어리석음 속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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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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