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만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주장] 한국 민주주의,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등록 2007.02.22 11:06수정 2007.02.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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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민주주의 사회는 국민이 주권을 가진 사회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는 누구나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왜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인가라는 점에서는 뚜렷한 답을 찾을 수 없다(적어도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는).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럴 것이다.

학교 교과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우리들의 참여가 만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냉정하게 볼 때, 한국 국민(특히 소위 서민이라 불리는)이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혹자는 기회의 평등을 운운하며 직접 정치인이 될 수도 있고, 여론형성에 참여해서 정책을 반영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서민층 혹은 중산층의 입장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나가는데 정치에 참여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설령 관심을 가지더라도 단지 '관심' 그 자체로서 끝나고 만다.

참여는 관심에서 시작되지만, 관심만 가지고서는 민주주의의 그 어느것에도 참여할 수 없다. 직접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그럴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선거에 드는 막대한 자금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여론 형성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것이 정책에 반영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FTA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협상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이를 합법적인 면에서 용인한다. 이는 분명 민주주의적인 것이다. 그러나 시위대(FTA시위대 뿐만이 아니라)는 정부의 '배째라'식 밀어붙이기에 속수무책이다.


FTA는 농민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그런 점에서 시위대가 그렇게 결사항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도 FTA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설명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야만적 민주주의가 과연 민주주의인가?

이 외에도 잊혀진 것이 정말 많다. 시각장애인의 생계 보호를 위한 시위, KTX 여승무원의 시위, 비정규직 노동자의 시위 등. 과연 이들의 요구가 정치에 얼마나 반영되었는가?


선거는 민주주의가 국민들에게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자신의 대표를 직접 뽑는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은 권리다. 그러나 선거철도 잠깐이다.

일부 정치인은 선거철 잠깐 동안만 표를 얻기 위해 온갖 홍보를 한다. 선거철이 끝나면 한시름 놓았다는 듯 승리를 자축한다. 직무에 태만하고 재산챙기기에 급급한 당선자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제재하고 막을 방법이 없다. 다음 선거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 국회에서는 다양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고금리 규제 법안, 담배갑에 금연 촉구 사진·문구를 넣는 법안, 대학 등록금 규제 법안 등은 민생(정치인의 말을 빌리자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국민은 알 도리가 없다. 국민들이 이러한 것들을 알 수 없다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아이러니다.

또, 재판에서 법원은 철저히 머리로만, 철저히 '이성화된' 사고로써 판결을 내린다. 물론 그것이 옳을 때도 있으나 인간의 도리로서, 가슴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자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사법부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불신이 커져가고 있는데, 재판이란 것을 이렇게 철저히 판사의 독단에만 맡기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여타 선진국에서는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여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투표 따위의 방식으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좀더 여론의 의견을 무시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권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국민이 정치에 대해 좀 더 폭넓게, 구체적으로 알 권리를 제공하고, 정치인들에 대한 감시가 국민의 눈과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한국 민주주의가 참여를 보장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거듭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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