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이 그렇게도 그리운가?

[대통령과 대화 방청기]노 대통령의 '말'은 재평가 받아야 한다

등록 2007.02.28 15:16수정 2007.07.0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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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신문협회(회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주최한 '취임4주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가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고 있다. ⓒ 인터넷신문협회 공동취재단

27일 오후 3시 인신협(한국인터넷신문협의회)과 노 대통령과의 대화를 방청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말’ 에 대한 소회였다. 정책이나 정치적인 것에서 나올만한 질문이 나왔고, 나올만한 답변이 나왔다.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한 질문에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대로 "공론화 시켜서 토론해 보자"는 답변이 나왔다. 그리고 FTA 관련 질문에 그동안 주장한 대로 "미국에 줄 것 주고받을 것 받자"고 대통령이 대답했다.

한마디로 정책과 정치적인 발언에서는 특별하게 귀 기울여 들을만한 새로운 소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 대통령이 꾸준히 주장했던 것,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꿋꿋하게 추진했던 일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서 보던 '말'에 대한 노 대통령의 소회를 얼굴을 보고 직접 확인했다는 사실이 내겐 인상적이었다.

"난 책임 없다" 신문 제목에 나도 착각했다

청와대 영빈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소박했다. 으리으리한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언론을 통해 보던 모습보다 훨씬 더 소탈했으며 진솔했다. 이런 것이 말실수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품위 없는 모습으로 조명되는 것은 대통령 본인의 말처럼 억울한 일인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자신의 '말실수'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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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제가 이런 자리에서 말을 가볍게 하고 우습게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친구 같은 대통령 공약했으니까 옆에서 밥도 먹고 소주도 하는 친구 같은 대통령 생각했는데 대통령 4년하고 나니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좀 딱딱하게 해야 될 것 같다. 그런데 제가 신명이 있으니까 하다보면…. 너그럽게 봐 달라."

노 대통령은 4년 동안 '말' 이 도마 위에 올랐던 적은 부지기수다. 그리고 그 때마다 노 대통령은 그 말을 주워 담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보수 정당에게는 "막말 하는 대통령" 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진보진영에게는 "대통령의 말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증가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수 언론은 대통령의 말을 표적으로 비아냥거리는 투의 기사를 쓰기에 급급했다. 대통령의 진솔한 표현을 표적으로 제목을 뽑아서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신문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 노 대령은 이렇게 하소연 했다.

"연초 신년 연설 때 '난 책임 없다'는 말이 책이 됐다. 그런데 실제 연설문 보니 그런 말 한 적이 없더라 '책임 있는 분들이 자신의 잘못은 감추고 전적으로 저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는데 신문 제목에는 앞뒤 다 자르고 ‘난 책임 없다’라고 써 놨다. 이것 보구 신문제목 위력 있다는 걸 실감했다. 사실 나조차도 내가 그런 말 했다고 착각했을 정도였다."

노 대통령은 언론의 제목을 장식해온 '말실수'에 대해서 "앞으로는 최대한 조심하고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버릇이고 군대도 '쫄병'으로 다녀온 '비주류 태생의' 숙명"이라며 자조족인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노 대통령 '말' 재평가 받아야 한다

난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고, 노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지지할 생각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말투를 가지고 꼬투리를 잡아서 술안주를 삼거나 정쟁의 빌미로 이용하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의 모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소박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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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16개사와 합동인터뷰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때문에 노 대통령의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말처럼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아야 하고,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허리띠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국민과 대화해야 하는데 조심 하면서 하면 그게 가능하겠는가?

노 대통령은 본인 말대로 '비주류, 쫄병 출신 대통령'이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포장되지 않은 편안한 언어를 구사했고 애써 위엄으로 가장하려 하지 않았다. 난 이점을 높게 평가한다. 그동안 우리의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이조시대 왕의 흉내를 내려했고,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도 은연중에 '왕' 같은 대통령을 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젠 대통령이 왕이 아니라 국민이 왕" 이라고 말했다. 난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이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하고라도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기를 원했고 그렇게 4년 동안 해왔다. 이 점을 높이 평가하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이어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의 대통령들은 말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 말실수를 하는지 안하는지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토론을 해 보지도 않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기회도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노 대통령의 '말'에 대한 부분은 재평가 받아야 한다.

그런데 왜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느냐? 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난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노빠'가 아니라는 말이다. 난 노 대통령의 시장자유주의 원칙에 동의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이 신봉하는 '시장 자유주의'가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만들고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부자들보다는 서민들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대통령이다. 그런데 서민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이것이 내가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조건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듯하다. 그 중에서 "대통령답지 않은 말" 때문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분들이 아주 많다. 난 이점을 비판하고 이런 분들에게 이 말을 묻고 싶다.

"정말로 제왕적인 대통령을 원하는가?"

난 제왕적 대통령도 싫고, 장군출신 대통령은 더더욱 싫다. 예전에 그들이 만들어 놓았던 권위주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앞으로도 대통령은 '쫄병 출신'에 '친구 같은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진정으로 닦아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을 예정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을 예정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제왕적 #청와대 #인신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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