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국도에서는 중앙선 안 밟기 '놀이'

[전희식의 생명이야기] 셋째마당 둘째마디-자동차

등록 2007.03.14 11:35수정 2007.03.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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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안 타면 해결되는 불행들이 많다. 운전을 하더라도 '행복하게' 운전하면 자동차 때문에 생기는 불행을 멀리 할 수 있다. 자의 반 타의 반, 아버지 고향에 가게 된 것이 마뜩찮았던 아이의 기분이 180도 달라진 것도 자동차 안에서 행복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운전하면서 초조해 하며 서두르거나 교통법규 위반을 거듭하면 내 인생도 위반을 하게 된다. 불행이 찾아오는 원리가 그렇다.

@BRI@불행은 행복한 순간을 절대 침범하지 못한다. 불행은 불행을 키우는 속성이 있고, 행복은 행복을 퍼뜨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행복은 '놀이'와 '재미'를 둥지 삼아 자란다. '의미'와 '보람'도 행복을 구성하는 중요한 양념이다. 운전하는 순간이 행복하면 운전으로 생기는 불행이 없을 거라는 내 운전체험에서 나온 믿음들이다.

그때,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안 타야 될 자동차를 타고 있다는 부채의식을 갖게 된 나는 바로바로 하나씩 운전습관을 고쳐나갔다. 꼭 '행복한 운전'을 목표로 삼았다고 할 수는 없다.

행복은 설정되는 어떤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그 순간에 깨어 있고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내일의 행복을 담보하는 조건은 오직 하나, 지금 있는 이곳에서 이 순간이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시골 국도를 달릴 때도 나는 중앙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 운전자들은 대부분 백이면 백 다 시골길 중앙선은 무시한다. 휘어진 길에서는 속도를 줄이는 대신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중앙선을 잘 지키면서 시골길 운전을 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그렇게 운전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지를.


밋밋하게 운전하지 말고 백미러를 보면서 노란 중앙선과 자동차의 왼쪽 바퀴 간격을 한 자 정도 정확히 띄어서 운전해 보시라. 꼬불꼬불 산골길을 그렇게 가다 보면 아주 옛날, 피시통신시절, 컴퓨터게임 중에 자동차 운전게임 하는 그 재미가 살아난다. 오락실에 돈 주고 하던 운전게임 말이다.

자동차 실기시험 볼 때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진땀 흘리던 S코스 T코스 장면이 떠오르기라도 하면 입가에는 미소가 덩달아 번진다.


맞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는 자동차를 만났을 때는 한껏 호기를 부릴 수도 있다. 놀란 상대가 부랴부랴 핸들을 꺾는 모습을 보고 손이라도 흔들어 주면 흐뭇하다 못해 세상이라도 구한 자부심을 맛보게 된다.

내 뒤에서 함부로 중앙선을 밟으면서 오던 자동차가 어느덧 나처럼 졸졸 줄을 잘 맞춰 오기 시작하는 것이 보일 때도 있다.

앞서 가겠다는 차가 있으면 추월차선에서 깜박이를 켜서 먼저 보내주면 된다. 그렇다고 심하게 속도를 줄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 경험에 따르면 거의 속도 차이가 없다. 시골길 중앙선 위반은 거의 습관의 문제지 시간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내 주장이다.

중앙선 안 밝기는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된 나만의 '운전놀이'다. 한때 내가 모시던 '용타 큰스님'을 옆에 태우고 운전을 하면서 습관처럼 꼬불꼬불 산골길 중앙선을 마구 넘나들며 운전을 하는데, 반대편에서 오는 분 역시 나처럼 운전을 하고 온 것이다. 거의 한 자 남짓 간격을 두고 차를 세워 충돌을 피했다.

양쪽 운전자는 가슴이 철렁했을 뿐 아니라 하늘이 노래졌었다. 사태를 잘 수습하고 다시 운전을 하는데 용타 큰스님이 지긋이 하시는 말씀이 이랬다.

"휴강(내 법명) 자네야 마음 다루기를 잘해서 놀란 가슴을 바로 진정시키겠지만 아까 저분이 사고 날 뻔했던 일 때문에 집에 가서 괜히 애들 야단이라도 치고, 싸움거리가 아닌데도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어찌할꼬."

이 일이 있은 뒤 바로 나는 시골길 중앙선 안 밟기 운전놀이를 시작해서 지금껏 하고 있다.

신호등이 바뀌어 정지선에 차를 세워야 할 때는 한 치도 안 틀리고 정지선에 차를 세우는 놀이를 한다. 그렇다 '놀이'다. 내 트럭 앞범퍼가 정지선에 자로 잰 듯이 놓였는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확인하고는 나 혼자 싱글벙글하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나에게 내기를 건다. 지는 사람이 아이스크림 하나 사기 같은 내기다. 항상 남는 장사가 자기와 뭔가를 걸고 내기를 하는 놀이다. 이기건 지건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을 밟았는지, 정지선에 정확히 섰는지 내기를 해 보시라. 아이스크림보다 더 큰 걸 걸수록 더 크게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북도지역의 진보 시사지 <열린전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북도지역의 진보 시사지 <열린전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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