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임종인·김근태 '파도' 단식
정부·열린우리·한나라 'FTA 연정'

[한미FTA D-4 : 현장② 국회] 이어지는 정치인 '단식'... "할 수 있는 일은 굶는 것 뿐"

등록 2007.03.27 13:11수정 2007.03.2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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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천정배(민생정치모임) 의원에 이어 임종인(무소속) 의원과 김근태(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한미FTA 졸속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임종인 의원은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곧바로 천막 앞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김근태 전 의장도 오후 2시부터 국회 내부 본회의장 앞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그는 이날 아침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임종인·김근태 의원의 단식농성은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에 이어 정치권에서 벌써 4번째다. 오는 31일이 협상 마감 시한으로 알려지면서 '단식농성'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가히 '단식 파도타기'라 부를 만하다.

천 의원에 이어 김 전 의장이 단식에 돌입한 것은 청와대로서는 더욱 큰 부담이다.

두 사람은 각각 참여정부에서 법무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냈다. 각료 출신 의원들이 임기말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단식에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범여권 대권후보인 정동영 전 의장까지 한미FTA를 졸속 협상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날세운 단식의원들 "FTA는 조공협상, 재앙, 경제식민지"


a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26일 오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출입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 본청 출입문앞 천막에서 단식중인 천정배 의원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26일 오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출입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 본청 출입문앞 천막에서 단식중인 천정배 의원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미FTA 협상에 관한 비판도 상당히 날이 서있다.

천 의원은 단식농성 2일차 브리핑을 통해 "한미FTA는 무역협상이 아니라 조공협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한미FTA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은 없고 '얼마나 덜 뺏길 것인가'만 남았다"며 "더 이상 물러설 마지노선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협상을 타결하려거든 나를 밟고 가라"고 한 김 전 의장도 단식에 돌입하며 "한미FTA 협상 결과는 참상이고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지금 한미FTA를 중단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미FTA를 줄기차게 반대해 온 임종인 의원도 "한미FTA가 타결되면 국민생활과 나라주권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미국의 경제식민지가 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맹비난했다.

김 전 의장과 임 의원이 단식농성에 동참하면서 '반FTA' 목소리는 정치권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천정배 의원의 단식농성장에는 벌써 민생정치모임 의원을 비롯해 김원웅·문희·이강래·전재희 의원 등이 다녀갔다. 권영길 원내대표와 강기갑·노회찬·심상정·천영세·현애자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27일 오전 지지 방문을 했다. 이들은 바로 옆 임종인 의원 단식농성 천막에도 찾아가 힘을 보탰다. 오후부터 단식농성장을 차릴 김근태 전 의장도 찾아와 악수를 나눴다.

단식농성에 들어간 의원들은 또 정치권의 동참을 일제히 호소하고 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아직은 작다는 얘기다. 천정배 의원은 "협상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도 여유도 없다"며 "이제 이 사회의 책임있는 분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임종인 의원도 "지금은 비상한 시국"이라며 "거국적 구국운동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작은 차이를 떠나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모든 정파와 시민사회, 종교 지도자들이 연석회의를 만들어 범국민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근태 전 의장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밥을 굶는 일 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감성적인 호소로 '반FTA'의 힘이 아직 미약하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훗날 국민의 삶에 아무런 정치적 책임을 지지도 않을 관료와 정부의 무책임과 무모함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연대세력의 지지와 동참을 촉구했다.

열린우리 "황소같은 배짱으로 FTA를" - 한나라 "대선용 정치쇼"

a 임종인 의원은 27일 오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출입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임종인 의원은 27일 오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출입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범여권 지도부가 '단식'으로 한미FTA 협상 타결 저지에 나섰지만, 국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부분 의원들은 여전히 "타결 이후 비준 과정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벌써 'FTA 평가단'을 구성해 협상 타결 이후 비준과정 준비에 들어갔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오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배석한 '한미FTA 특위' 회의에서 "막판협상을 정말 열심히 잘 해서 좋은 성과를 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한미FTA 협상이) 뱀과 같은 지혜와 황소 같은 배짱이 필요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황소같은 배짱을 지니되 항상 평상심을 강하게 내면에 갖고 막판 담판을 해 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협상단을 격려했다. 국회의원의 단식농성 등 반대가 심해도 흔들리지 말라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한술 더 떠 국회의원들의 단식농성을 '대선용 정치쇼'로 폄하하며 재뿌리기에 나섰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표만 생각하는 대선용 정치쇼"라며 "농민 대표인 농촌 출신 의원들의 반대와는 달리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코웃음을 쳤다.

나 대변인은 또 "(반FTA 단식은) 대선주자로서 주도권 잡기에 이용하고 지지층을 결집시켜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정략"이라며 "명색이 집권여당의 장관까지 지낸 분들이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표만 좇는 것은 한심한 작태"라고 비꼬았다.

이어 그는 "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의 이벤트에 감동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뻔한 속셈에 코웃음이 나올 뿐이며 즉각 쇼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주영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도 이날 오전 비공개회의에서 천정배·김근태의 단식농성에 대해 "한마디로 FTA를 이용하여 주도권 잡기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여권 주자로 홀로서기 위해서 FTA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열린우리당·한나라당 'FTA 대연정'?

a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27일 오후 2시부터 한미 FTA 협상중단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로텐더홀 앞에서 시한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27일 오후 2시부터 한미 FTA 협상중단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로텐더홀 앞에서 시한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양당의 '한미FTA 추진' 공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임종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옹호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은 한미FTA를 통해 재벌과 특권층의 정당인 한나라당과의 제2의 대연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열린우리당도 가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 의원은 또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주류는 한나라당과 다를 바가 없었다"며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세력이 결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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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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