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한미 FTA인줄 알았더니..."

미국 현지 생산 일본·유럽 자동차 우회 수입길 열려

등록 2007.04.02 17:08수정 2007.04.0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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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도요다는 미국에 총 12개의 생산설비를 운영 중이다. 사진은 우회수입 가능성이 높은 도요다의 인기 차종 '캠리'

도요다는 미국에 총 12개의 생산설비를 운영 중이다. 사진은 우회수입 가능성이 높은 도요다의 인기 차종 '캠리' ⓒ Toyota


한미FTA 타결로 혜택을 볼 대표적인 국내산업으로 전문가들은 자동차를 꼽는다. 국산차의 품질경쟁력이 미국차에 비해 높은데 반해 국내에서 미국차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기 때문.

실제로 고급 대형차 위주로 재편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차는 미국차가 아니라 유럽이나 일본 자동차들이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 대규모 생산설비를 가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예측은 빗나갈 수도 있다. 한미FTA 타결 덕에 '우회수출'이라는 고속도로가 열렸기 때문.

국내 소비자들에게 유럽차를 능가하는 인기를 끌고있는 도요다는 미국에만 12개가 넘는 생산설비를 운영 중이고 닛산은 남부 테네시주에 플랜트를 지니고 있다. 이미 '그레이 임포터'로 불리는 일부 수입업자를 통해 미국서 생산된 일본차들이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상황.

a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BMW의 SUV차량 'X5' 역시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부르그에서 생산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BMW의 SUV차량 'X5' 역시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부르그에서 생산되고 있다. ⓒ BMW


유럽차 역시 마찬가지다. 손꼽히는 고급 브랜드인 BMW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부르그에서 X5, Z4, M로드스터 등 최신 차종을 생산 중이고, 벤츠는 앨라배마주의 설비에서 M-클래스 등을 조립하고 있다.

이들은 차량 1대당 원산지 의무비율 62.5%를 훨씬 능가하는 80% 수준의 현지조달율을 달성한 상황이어서 국내에는 당당히 미국차로 수입될 수 있다. 일본-유럽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감안할 때 한미FTA가 깔아준 무관세 고속도로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이들이 될 수도 있는 상황.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들 북미 지역 설비는 현재 미국 내의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도 힘겨운 상황"이라면서도 "판매전략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활용가능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이 저렴한 달러화와 미국내 대량생산의 잇점을 활용해 국내에 저가공세를 펼칠 경우 국산 고급차와의 가격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 현대 측은 특히 일본차들이 이런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럽차들의 경우 고급차 위주로 형성된 국내 수입차시장의 성격상 당장 큰 이득을 거두지는 못하겠지만 미국서 저렴하게 생산된 차량에다 관세장벽까지 사라질 경우 차량 1대당 수익률은 대폭 올라가게 된다. 유럽차 가격에 팔지만 원가는 미국차인 셈.


이들이 이런 판매마진 개선으로 얻은 추가이익을 마케팅과 정비망 확충에 재투자한다면 국내시장에서의 이들의 경쟁력이 대폭 제고될 것은 불문가지다.

자동차에 관한 한 이번 협정이 '한미 FTA'가 아니라 사실상 '한·일, 한·EU FTA' 라는 지적을 해도 그리 과장이 아닌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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