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 어떻게 공부시키지?" 독일 교육의 고민

노동자·이민자 자녀, 대학진학 능력 떨어져... '체제 개선이냐 사회적 지원이냐'

등록 2007.04.04 11:18수정 2007.04.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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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1일, UN에서 파견된 교육권 담당 특정 보도인 베노아 무노즈가 스위스의 도시인 겐프에서 독일 교육 제도에 대한 보고서를 소개했다. 코스타리카에서 법학교수로 종사하는 무노즈는 UN 인권 전문가로서도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는 독일 교육체제를 둘러보기 위해서 약 열흘 동안 독일 내에 있는 유치원들과 학교들을 보고 나서 "독일의 교육 제도는 교육에 대한 기회평등을 보증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심하게 비평했다.

무노즈는 "가난한 집에서 사는 아이들의 교육 관련 문제점들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훨씬 두드러진다"고 말하며, "집이 가난한 학생들과 독일로 이민와 사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더 많은 후원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4년제 초등학교를 마친 뒤, 곧바로 주 학교 또는 실과 학교로 아니면 김나지움이나 연합 학교로 성적에 맞게 가려내는 학교체제가 기회 평등과 어긋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들을 위한 '교육권'을 보장해야 된다는 국제 협정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력히 말했다.

반면 "유치원에서부터 일찍 가르쳐야 한다고 치열하게 논의해 가는 독일의 현 상태를 자주 봐왔기에 그 점은 무척 좋게 본다"고 무노즈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은 무료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독일로 이민한 외국 아이들이 빨리 언어지식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게 무엇보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교육제도, 기회 평등을 보장 못한다?


무노즈의 비평을 들은 독일 정치인들은 무엇보다도 그의 기회평등 비판은 전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현 문교부 장관 안네테 샤봔은 독일에서 주, 실과 학교 그리고 김나지움으로 분리하는 교육체제는 독일만이 갖는 성공역사라고 강조했다.

바이에른 주 문화부 장관인 지그프리드 슈나이더는, 우리가 갖고 있는 세 고리 교육 체제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각자에게 맞는 달란트나 관심사를 적절히 후원하는 데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슈나이더는 무노즈의 그런 보고서가 어떻게 나왔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슈나이더는 무노즈가 2006년 2월경에 독일 바이에른 주에 왔었지만 단 3일만 있었고, 게다가 하루에 전체 합해서 세 개 학교만 찾아가본 상태에서 어떻게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다는 것.

2004년 12월 초, 당시 독일 문교부 장관 에델가드 불만이 독일교육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관점 아래 "독일 주학교는 국제적 관점에서 비교해 보면 결코 미래의 모범이 안 된다"라고 한 적이 있다.

2001년과 2004년 피자(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연구 조사에 따른 시험결과, 독일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한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것. 하지만 다수 여론은 '미래의 모범이 안 된다'고 한 것은 너무 편협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독일에서 주 학교가 문제화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독일 학교 체제의 차이점과 문제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에는 아이들이 4년제 초등학교를 마치면 곧바로 각자의 학업 성적과 거기에 따른 각 담임선생의 추천 내지 권고에 따라, 입학할 수 있는 세 가지로 구분되는 학교가 있다. 이는 마치 세 개의 고리로 연결되듯이 이어지는 독일만의 유일한 학교체제이다.

독일의 학교체제 '세 개의 고리'

[주학교] 성적이 몹시 안 좋은 아이들만이 입학할 수 있는 곳이다. 5-6년제 과정으로 오전만 수업한다. 여기선 교사들이 주로 학생들에게 직업 생활할 수 있는 교육을 가르친다. 당연히 대부분 수업은 실습 위주다. 2005년 초 독일 전역에 5195개가 있었다.

[실과학교] 성적이 안 좋지만 개발의 여지가 있는 아이들이 입학한다. 여기서도 오전만 수업하며, 졸업후 직업선택을 제대로 하는데 중점을 둔다. 졸업시 성적이 우수하면 김나지움으로 전학갈 수 있는 기회나 직업학교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이후 전문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6년제다.

[김나지움] 4년제 초등학교와 대학을 연결하는 소위 중 고등학교로 8~9년제다. 역시 오전에만 수업한다. 성적이 너무 부진하여 제대로 학년을 올라가지 못할 때, 특히 6학년 때까지는 실과학교로 전학하거나 그 학년을 다시 배워야 한다.

이 때 부모가 자식들이 김나지움에 있기를 강력하게 원할 때 유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학년을 바꿔 실과학교로 전학한다. 학력 격차가 나는데 김나지움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배운다는 게 무척 버겁기 때문이다.

또한 10학년 때 연속으로 성적이 나쁜 애들은 다시 유급을 해야 한다. 10학년 때는 11학년 그리고 12학년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 있는데, 여기서 성적이 부진하거나 대학갈 생각이 없는 경우, 직업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은 10학년 수료증을 받고 직업학교로 가거나 학교를 떠난다. 그러나 대부분 10학년을 반복한다.

12학년을 마친 뒤엔 대학갈 수 있는 자격시험을 보는데, 시험 성적에 따라 전공 선택 기회를 얻는다. 독일에 있는 대학은 거의 국립대학이라 특별히 엘리트 대학 개념이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전공 선택이다. 예를 들어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들의 의과와 몇몇 대학들의 신문방송학과는 아주 아주 좋은 평균 성적을 요구한다. 이것들은 독일 학생에만 해당한다.

[연합학교] 오후 4시까지 수업하며 8~9년제다. 성적이 10학년까지 계속 좋으면 김나지움으로 전학할 필요 없어 바로 대학갈 수 있는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너무 일찍 걸렀나

이렇게 초등학교 이후 독일 학교는 연합학교를 제외하고 삼고리 과정으로 이해된다. 일각에선 아이들을 4년제 초등학교 이후 너무 일찍(?) 가려낸 것이 아닌지 비판한다.

어쨌든 2004년 독일 문교부 장관의 주장이나, 교직원들이 자주 불만을 터트린 점 등이 독일 교육계의 분위기를 상하게 한 점만은 자명하다.

문제는 교육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과연 해결될까 하는 점이다. 한 나라의 학교체제를 바꾼다는 것은 그 나라의 교육정책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삼고리 체제가 문제인지, 삼고리 체제에서 좀더 수업의 질에 관심을 쏟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실과학교와 김나지움 학교 학부모들은 PISA 연구 조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재빠르게 반응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힘쓴다.

학교를 비교할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은 수업 시간이다. 주 학교나 실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의무적으로 배워야 할 과목들, 예를 들어 수학은 두 학교가 거의 비슷하다. 교사들의 전공지식도 큰 차이 없다. 차이라면 주 학교 학생들의 수학 시간이 짧기 때문에 과목에 대한 동기 또한 적다는 점이다.

또한 중요한 요소는 학부모다. 학부모들 중엔 담당 교사 참석 아래 정기적으로 열리는 모임에 규칙적으로 참석하여 학교수업, 수업내용 등을 듣고 정보를 모으거나 토론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 정반대 경우도 있다. 학부모의 관심사나 열정이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학교 체제는 학부모의 태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주 학교와 문제아 그리고 PISA

보통 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보통 학교 내에서나 학교 밖에서 또는 자신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폭력을 실행하고 학교 수업도 자주 빠져 독일 내에선 문제아들로 평가받는다. 이것은 선입관이 아니다. 독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이 아이들의 가정을 살펴보면 부모와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대화가 거의 없고, 함께 무엇을 하지도 않는다. 가족들이 각자 자기 일에 치우치는 현상은 다른 학교 가정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긴 하지만 주 학교 아이들의 방치 상태는 심각하다.

주 학교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엔 대부분 혼자 또는 여러 명의 비슷한 상황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대부분 아이들 방엔 TV와 DVD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공부보다 다른 곳에 신경쓸 계기는 충분하다.

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 특히 수업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독일 사회에서 학업 실패자 또는 문제아로 간주되기에 이런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해 생각 없이 폭력을 행사하곤 한다. 즉 주말에 홀로 외롭게 보내고, 이 때문에 불만이 생긴 아이들이 과연 월요일 수업시간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불만과 학업 능력 부족, 폭력 등이 주 학교에만 있는 것일까. 한 연합학교 교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전에만 수업이 있는 김나지움과 달리 오후에 수업이 있는 연합학교에도 학생들 간 폭력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연합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이 가진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한다"고 털어놓았다.

학교만 바꿔서는 학교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을 가장 먼저 전달하는 주체는 학부모다. 모든 것이 가정에서 시작하듯이 부모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행동들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그것은 경제상태나 사회 출신과는 관계가 없다.

지금까지 말한 요지는 단순히 학교 체제의 변경 또는 개선만으로 학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거기엔 사회 문제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문제아들의 부모들은 보통 아이들을 위해 뭔가 같이 할 시간이 없다. 그들은 거의가 하루 종일 또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또는 실업자로서 어떤 것에도 아무 관심 없이 나날을 낙담하면서 살아가는, 다시 말해서 사회적으로 약한 이들이다.

다른 선진국가의 교육제도와는 전혀 달리 독일은 노동자나 이민한 아이들에 대한 후원이 무척 적다는 게 연구 결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바이에른 주에선 상류층에 사는 아이들이 노동자 집안 출신 아이들 그리고 이민해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보다 거의 일곱 배가 넘게 대학 들어갈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그

러한 모든 현상과 문제점들이 결국엔 피자 (PISA)시험 결과를 통해 더욱 분명해진 것이다. 독일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진 이유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는 여기서 피자 (PISA)시험이 말하는 바를 잘 이해해야 한다. 피자 시험은 각 나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수학과 본문 이해, 자연과학 분야에 대한 시험을 통해 결과를 구한다. 이 결과는 각 나라마다 학생들 순위를 매기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장래에 요구되는 것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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