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쟁', 은행이 맞나 증권사가 맞나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한꼭지 조간신문 리뷰

등록 2007.04.12 15:47수정 2007.07.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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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은행

한국은행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쟁이 시작됐다. 은행과 증권사간 대회전의 막이 올랐다.

한국은행(한은)이 은행권의 대표주자로 나섰다.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원래 명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다)이 증권사에 소액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것을 문제삼았다.

한국은행은 은행이기는 하지만 보통 은행이 아니다. 오히려 은행 감독기관의 성격까지 갖고 있다. 굳이 은행편을 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명하게 은행 편을 들고 나섰다. 증권사에 지급 결제 기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0일 정식 보도자료까지 돌리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신문과 방송은 어제(11일) 한은의 이같은 '문제제기'를 일제히 보도했다. 한은은 결제시스템의 안전성, 그리고 규제의 형평성에 초점을 맞췄다.

증권사에 소액 결제기능을 줄 경우 고객예탁금이 중간 결제기관인 증권금융에 실제 예치되기까지 하루의 시차가 있어 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급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은행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증권사 간 규제의 형평성 문제를 들기도 했다.

금맹들은 헷갈린다, 누구 말이 맞는 거야?

a 과천 정부종합청사 재정경제부 입구.

과천 정부종합청사 재정경제부 입구.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자통법을 추진하고 있는 재경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증권사의 고객 예탁금은 은행 지급준비율로 따지자면 '지급 준비율 100%'가 적용되고 있는 자금이고, 하루 이체가 가능한 금액에 대해 증권금융이 100% 담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 데 어떻게 해서 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규제의 형평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증권사에 맡겨진 고객 예탁금이야 100% 언제라도 내줄 수 있는 대기성 자금, 즉 지급준비율 100%가 적용되고 있는 자금인데 웬 형평성 시비냐는 반문이기도 했다.

오히려 자통법이 통과될 경우 전체적으로는 은행권이 결코 불리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소액 지급 결제'에 너무 집착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될 때 10조에서 많게는 20조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 쪽으로의 자금 이동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기도 하다.


사실 '금맹(각종 금융 관련 지식에 어두운 사람)'에 가까운 일반인들로서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먹기 힘든 이야기들이다. 한은 쪽 자료를 보자면 한은 쪽이 맞는 것 같고, 재경부 이야기를 들으면 또 재경부 주장이 맞는 듯하다.

'자통법'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한국일보>

오늘 <한국일보> ''지급결제'로 발목잡힌 자통법(정영오 기자)'은 이런 궁금증을 비교적 쉽게 상세하게 풀어주고 있다.

정영오 기자는 ▲국민들의 혜택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금융제도의 혼란 여부 ▲금융·산업 분리 원칙의 붕괴 여부 등 4대 쟁점 별로 은행권의 입장과 재경부·증권사 쪽의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주었다.

아쉬운 점은 증권사 소액 지급결제 허용 여부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떤 영향과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또 소액 지급결제 문제에 양쪽이 왜 이처럼 목을 매고 있는지 그 '속사정'을 시원스레 드러내주지 못한 점이다.

또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재경부와 증권업계, 한은과 은행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면 그 실상 또한 그 자체로서도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제한된 지면에 너무 무리한 주문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쟁점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한 면을 털어서라도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독자들에게도 인상 깊을 것 같다.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백병규 #미디어워치 #조간신문 리뷰 #자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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