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현장] 6월항쟁 20주년 기념 경기지역 시민토론회

등록 2007.05.03 12:17수정 2007.05.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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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유혜준



"서울 주변의 위성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경기도를 내가 사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로 머물거나 스쳐지나가는 곳으로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많은 인력이 경기도에 있고, 상당히 많은 현안이 있음에도 인력을 제대로 조직하고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해야 경기도만의 독자적인 시민운동을 벌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경기도가 훌륭한 지방자치를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가 경기 지역 시민단체들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손혁재(경기대 정치교육대학원) 교수는 2일 오후 시루봉(경기민언련 강당)에서 열린 '6월항쟁 20주년 기념 경기지역 시민토론회'에서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렇게 결론 내렸다.

시민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손 교수가 기조발제를 했으며, 2부에서는 도시정책 분야(이재준 현성대 도시공학부 교수)와 미디어 분야(임순혜 미디어운동가), 시민운동 분야(이대수 경기시민사회포럼 사무처장)로 나누어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앞으로의 역할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이주현 경기민언련 사무처장, 송원찬 경기복지시민연대 정책실장, 윤옥경 군포풀뿌리정치연대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1부는 윤조덕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아서 진행했으며, 2부 사회는 황규식 경기시민사회포럼 운영위원이 맡았다. 이번 토론회는 6월민주항쟁 2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했으며, 경기시민사회포럼이 주관했다.

"6월항쟁 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지방의 재발견"

손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6월 항쟁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와 경기지역 시민사회운동의 진로 - 반성과 미래'를 주제로 30여분 동안 기조발제를 했다.


손 교수는 6월항쟁의 역사성과 의미를 짚으면서 6월항쟁 이후 20년 동안 한국이 이룩한 민주주의에 대해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를 인용,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프리덤하우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1.5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시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한다.

손 교수는 이와 관련해 "국제 사회에서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한국의 정치와 사회가 상당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차례로 거론하면서 이들이 이룬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은 평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손 교수는 인권법을 제정하고, 인권위원회를 만들었으며, 6·15 남북공동선언을 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6월항쟁 이후 우리 사회에 나타났던 중요한 변화는 지방의 재발견이다. 지방을 중앙의 변두리로 보면 안 된다. 주민의 삶이 구체적으로 이뤄지는 삶의 현장으로 지방을 다시 봐야 한다. 6월항쟁의 성과 가운데 하나가 30년만의 지방자치 부활인데, 부활된 지방자치가 우려되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태 때 지방자치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앙정치는 상당한 혼란에 빠졌지만 우리 국민의 일상적인 삶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손 교수는 지방자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노 대통령이 지방자치와 관련해 분권을 이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분권이 아니라 '분산'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분권은 중앙의 권력을 지방에 이양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노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혁신도시나 행정도시는 단순히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방 분산을 꾀하긴 했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수도권 초집중화 현상이 더 심화되었다는 점도 손 교수는 짚었다. 경기도도 수도권 집중에 속한 지역으로 집중화, 불균형을 이루는 축이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경기도가 올바른 시민사회의 방향을 잡아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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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유혜준


"수용자의 주체적·능동적 미디어 활용 필요"

"수용자를 위한, 수용자가 참여하는 미디어 정책, 수용자 복지를 위한 미디어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임순혜 미디어운동가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경기지역 미디어 운동'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임씨는 "1990년대 초에는 미디어의 역기능에 대항하기 위해 TV 끄기 운동을 벌였지만 요즘에는 미디어를 끄는 운동은 소용이 없다"며 "일상생활에서 미디어에 접촉되고 노출되어 있는데 TV를 끄는 것으로 그것을 차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가 중요한 생활수단이자 대화수단이 되기 때문에 끄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며, 이제는 미디어 교육의 초점은 보지 말거나 끄라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내가 직접, 내게 유리하게 이용하게 해야 한다"고 임씨는 주장했다.

임씨는 경기지역 미디어 운동과 관련해서 경인새방송의 예를 들면서 미디어센터 건립도 더불어 추진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경기도가 도시개혁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재준 교수는 '시민참여 도시개혁운동의 변화와 전망'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경기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가주도적 하향식 도시정책 수립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시민참여 방식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경기도에 시민도시참여센터를 만들어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교육하고 정보를 모아 의미 있는 도시개혁 운동을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경기도는 도 단위의 의사소통 체계가 대단히 취약하고, 행정과 의회에 대한 참여와 견제, 감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대수 사무처장은 '지역시민운동은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발표를 경기도의 현실을 설명하면서 시작했다.

지역시민운동과 관련해 이 처장은 "6월항쟁 이후 20주년을 기념하는 준비를 하면서 지역의 시민운동과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경기도의 4개 지역인 안양, 수원, 성남, 안산권의 자체 역사를 이제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히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처장은 이와 관련해 경기도에서 지역 시민사회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지방자치를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 중심의 의사결정에 지방이 목을 매야하는 현실이라면서 "철저한 투쟁을 통해서, 지역의 광범위한 연대를 통해서 중앙의 각종 위원회에 지역의 몫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항쟁, 앉아서 기념만 하는 것은 사치스럽다는 느낌도"

"내가 사는 곳이 중심이다."

이주현 경기민언련 사무처장은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데 경기도민은 서울이라는 블랙홀에 함몰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는 곳이 중심이 되어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

이주현 처장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미디어가 없었으나, 경인새방송은 200여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해 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미디어운동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기지역에 미디어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역에 맞는 미디어센터를 만들어 미디어 운동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월항쟁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더니 6월항쟁에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6월항쟁을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6월항쟁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송원찬 경기복지시민연대 정책실장은 6월항쟁과 관련해 "젊은 시민사회단체 상근활동가들 중에는 6월항쟁을 전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 실장은 "과거를 회상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나 후일담을 나누는 자리로 6월항쟁을 바라본다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6월항쟁을 새롭게 다시 정리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6월항쟁의 의미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송 실장은 "6월항쟁에는 직선제를 완성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현실에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가 온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앉아서 기념만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6월민주항쟁 #경기시민사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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