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후려쳤지만 "각서 받았으니 이상무"

[보도 그 후] 더욱 커지는 전쟁기념사업회의 불법재하도급 의혹

등록 2007.05.09 11:11수정 2007.05.0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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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말끔하게 단장한 전우회관 내부. 그러나 전우회관 공사를 둘러싸고 정산하는 과정은 예식장 내부처럼 깨끗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말끔하게 단장한 전우회관 내부. 그러나 전우회관 공사를 둘러싸고 정산하는 과정은 예식장 내부처럼 깨끗하지는 않은 것 같다. ⓒ 전우회관 홈페이지


전쟁기념사업회(회장 김석원)가 9000만원의 공사비를 후려쳐 업체들이 빚더미에 빠졌는데도 "합리적인 정산이고, 업체로부터 각서를 받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종전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공사대금을 후려치는 바람에 업체들이 빚더미 빠지게 됐고, 공사과정에서 불법재하도급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오마이뉴스> 보도(4월 26일)가 나간 후에도 전쟁기념사업회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전쟁기념사업회를 감독해야 할 국방부마저 전쟁기념사업회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와 전쟁기념사업회는 고슴도치 가족?

국방부의 이 아무개 중령은 4일 전화통화에서 "전쟁기념사업회 관련 <오마이뉴스>의 보도 후 상황파악을 해보니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전쟁기념사업회의 입장을 거들었다.

그는 "불법재하도급 의혹에 대해 조사했는가"라는 물음에 "법률적 상식이 부족해 조사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방부가 업체들의 입장은 들어 보지도 않고 전쟁기념사업회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아무 문제없다"고 결론을 지음으로써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전쟁기념사업회의 공사대금 후려치기와 불법재하도급 의혹에 대해서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가 공사대금을 후려친 것은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여서는 안 된다, 원사업자가 대금을 60일이 초과하여 지급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이자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했던 한 업체는 조만간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는 이미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금 지급은 3개월 연기... 업체가 각서쓴 까닭은?

전쟁기념사업회의 공사대금 후려치기와 불법재하도급 의혹을 둘러싸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쟁기념관내 예식장인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가 지난 1월 중순경에 마무리 됐고, 건축 준공검사도 2월 이전에 이뤄졌다.

통상적인 관급 공사라면 준공검사 이전에 공사대금이 지급됐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전쟁기념사업회는 논란이 되고 있는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비 중 후려친 9000만원을 빼고 나머지 공사대금을 공사가 끝난 지 3개월 만에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전쟁기념사업회는 업체로부터 "공사대금을 잘 받아 공사에 참여한 업자들에게 공정하게 지불하겠다"는 각서까지 받았다. 전쟁기념사업회는 이 각서를 근거로 "합리적인 정산이었고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불법재하도급 의혹을 받고 있는 C업체의 태도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C 업체는 공사가 끝난 지 3개월이나 경과한 지난 4월 중순께 발주처인 전쟁기념사업회에 각서까지 써주면서 공사대금을 받았다. 그것도 온전한 공사대금이 아니라 공사대금의 1/3에 해당하는 9000여만원을 후려쳤는데도 말이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가 9000만원을 후려치는 바람에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빚내서 충당해야 하는데, 각서를 써주면서까지 공사대금을 받았다. 정상적인 하도급관계라면 가능한 일일까?

"이런 관급공사는 처음이다"

전쟁기념사업회가 제대로 공사대금을 주지 않자, 노무자들과 자재를 납품했던 업체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가압류를 하고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계획하는 등 반발이 점점 커진다.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에 자재를 납품했던 한 업체의 사장은 "관급공사라 믿었는데, 3개월 동안이나 자재 값을 주지 않아 가압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관급공사는 처음 해본다"며 관급공사에서 가압류까지 하게 된 사정을 말했다.

'각서를 받았으니 9000만원 후려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전쟁기념사업회의 주장대로 과연 합리적인 정산이고 법률위반으로부터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전쟁기념사업회의 ‘공사비 후려치기’와 불법재하도급 의혹의 배경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사업회는 전쟁기념관 내 예식장인 전우회관 증축과 함께 인테리어 공사를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까지 했다.

인테리어 총 공사비는 7억500만원이 책정됐고, 증축공사를 맡은 D업체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도급을 줬다. 계약대로 7억500만원에 상당한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지만, 추가공사 할 부분이 남았다.

이럴 때 “건축일이란 게 다 그렇듯이 일 할 부분이 남는 것”이라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는 처음부터 추가공사를 염두 해두고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의 원래의 견적은 9억4000만원이었다. 10억부터는 전자입찰을 해야 하기 때문에 9억4000만원은 차후 감사에서 지적 받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금액이다.

수의계약으로 누군가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해야 하기 위해서는 1차 공사로 7억5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다시 추가공사를 하면 감사도 따 돌리고 수의계약도 가능하고…. 이렇게 해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성립됐다.

아무튼 이런 시나리오에 의해 공사를 맡은 인테리어 업체는 C업체. 도급업체인 D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인테리어 공사를 한 업체는 C업체가 아닌 P업체의 사람들이다. "P 업체는 목공 부분만 일했다"는 전쟁기념사업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P업체의 역할을 알아보자. 당초에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자문을 해준 사람은 바닥재를 취급하는 S씨라는 여인이다. 전쟁기념관 L부장도 이 S씨로부터 전우회관 인테리어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S씨가 L부장에게 P업체를 소개했고, 이렇게 해서 P업체는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P업체는 관급공사를 할 수 있는 면허가 없다. 그래서 면허가 있는 C업체가 전우회관 인테리어 공사에 하청업체로 계약하게 된다. 전우회관 증축공사를 맡은 D업체가 인테리어 공사의 도급업체이고 C업체가 하청업체다.

계약상으로는 이들의 관계가 맞다. 하지만 실제로 인테리어 공사를 도맡아 한 업체는 P업체다. 이 부분이 불법재하도급이라는 것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하면 이와 같은 재하도급의 경우는 명백한 불법이고 위반한 업체는 면허정지와 함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쟁기념사업회와 D업체 그리고 면허를 대여했다는의혹을 받고 있는 C 업체 등은 재하도급은 없었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공사비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후려치고도 '합리적인 정산'이라고 말하는 전쟁기념사업회의 '이상한 셈법'에 대해 수상당국이 명명백백하게 가려내야 할 부분이다.
#전쟁기념사업회 #전우회관 #전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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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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