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끝자락에서 시작된 꿈의 철쭉산행

전남 제암산 - 사자산 - 일림산의 산철쭉을 찾아

등록 2007.05.09 08:26수정 2007.05.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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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끝자락인 제암산 - 사자산 - 일림산에서 시작된 꿈의 철쭉산행 ⓒ 서종규

산행하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오월이 왔습니다. 무엇 때문에 설레냐구요? 바로 산철쭉이 흐드러지게 핀 능선을 한없이 걸어가는 것이죠. 철쭉산행 말예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늘 철쭉이 피어오르는 시기를 따라 철쭉산행을 꿈꾸는데, 그 시작은 바로 전남 장흥군과 보성군에 걸쳐 있는 제암산 - 사자산 - 일림산으로 이어지는 14km의 철쭉 군락지랍니다.

산행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아파트 정원이나 도로가 화단에 각종 철쭉꽃들이 선홍빛이며 분홍빛, 심지어는 하얀색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서 도심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데 무슨 철쭉꽃이 이제야 피느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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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하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오월의 철쭉 산행 계절이 되었습니다. ⓒ 서종규

하지만 전국에서 철쭉으로 유명한 산은 그 시기를 맞추어 준비를 하고 있다가 남도의 끝자락인 제암산과 일림산 산능선에 제일 먼저 철쭉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그 바통을 이어받아 계속 불타오를 것입니다. 그래서 꿈의 산행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산행 중에 만날 수많은 꽃들 가운데 가장 무더기로 흐드러지게 많이 피어나는 꽃이 바로 철쭉입니다. 대부분의 산에 조금씩은 다 피어나지만 철쭉으로 유명한 전국의 산에 있는 철쭉들은 사람의 키만큼 자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온 능선에 가득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그 철쭉나무 군락지 사이를 뚫고 나아가는 산행의 맛이 얼마나 황홀하겠습니까?

황홀한 철쭉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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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에 만날 수많은 꽃들 가운데 가장 무더기로 흐드러지게 많이 피어나는 꽃이 바로 철쭉입니다. ⓒ 서종규

5일(토) 오전 8시,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 팀 22명은 산철쭉이 피어나기 시작한 제암산 - 일림산 산행을 위하여 광주에서 출발하였답니다. 화순을 지나 보성 제암산 휴양림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 되었습니다. 마치 보성에서는 지역축제인 ‘보성다향제’와 ‘일림산 철쭉제’를 하고 있었고, 장흥에서는 ‘제암산 철쭉제’를 벌이고 있었답니다.

제암산 휴양림에서 제암산 정상인 ‘임금바위’에 오르는 2.6km의 산길은 몹시 가팔랐습니다. 날씨마저 무더위를 느낄 정도로 온도가 올라 등산 처음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당연히 발길이 자주 멈추어지곤 하였답니다.

산 아래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에 자란 철쭉엔 이미 꽃이 시들어 나무에 말라 있거나 땅에 떨어져 말라들고 있었답니다. 철쭉꽃이 진 자리에 돋아난 새 잎들이 본격적인 여름을 준비하고 있었다니까요. 간혹 보이는 노랑제비꽃이며 보랏빛의 각시붓꽃이 새롭게 다가오곤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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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제(帝)’자에 ‘바위 암(岩)’자를 써서 제암산(帝岩山)이 된 '임금바위'입니다. ⓒ 서종규

제암산 정상(807m)엔 ‘임금바위’가 있습니다. 그래서 산 이름이 ‘임금 제(帝)’자에 ‘바위 암(岩)’자를 써서 제암산(帝岩山)이 된 것입니다. 이 임금바위 밑에는 많은 바위들이 있는데, 그 많은 바위들이 정상에 있는 이 바위를 향하여 엎드려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그래서 임금바위라고 이름지었답니다.

수직 바위를 타고 힘들게 임금바위 위에 올라가면 100여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한 정상을 볼 수 있습니다.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제암산 - 사자산 - 일림산의 능선들이 한 눈에 들어와 이곳에서 사방을 바라보면 마치 임금이 되어 천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옛날에 비가 오지 않으면 이 바위 위에서 기우제를 지내며 불을 피웠는데, 지금도 그 검붉어진 바위틈에 숯덩이들이 남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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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들이 모두 '임금바위'를 향하여 엎드려 있는 것 같지요? ⓒ 서종규

제암산 임금바위에서 곰재까지 내려가는 길은 대부분 흙길입니다. 훨씬 편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지요. 제암산에서 사자산에 이르는 능선에 철쭉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곰재에서 사자산 밑 간재까지 해발 약 500m의 능선 약 1.2km 정도에 50여년 이상 자란 철쭉 10여 만 그루가 집단적으로 군락을 이루며 산철쭉 벨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산길이 철쭉 군락지 사이를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만 겨우 보일 정도입니다. 붉은 빛이 넘실대는 산철쭉꽃 사이로 때로는 모자들만 지나가는 모습입니다. 마냥 행복해하는 등산객들의 얼굴이 모두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두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철쭉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찾아 산길은 거의 만원입니다. 그래도 모두 즐거운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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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은 전국 대부분의 산에 조금씩은 다 피어나지만 제암산 철쭉은 사람의 키만큼 자란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온 능선에 가득합니다. ⓒ 서종규

오후 1시에 간재 부근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냥 철쭉꽃나무 아래에 묻혀서 먹는 점심보다 그 붉은 철쭉의 물결이 더 가슴 벅차게 만듭니다. 금년 처음으로 걸어보는 철쭉산행의 맛을 가슴 깊이 들이 쉴 수 있었답니다.

능선이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은 산길이었습니다. 물론 사자산에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팔랐지요. 하지만 사자산의 정상(666m)에 올랐을 때야 붉은 철쭉이 앗아간 정신을 되찾았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많은 꽃들 사이를 뚫고 지나왔던 마음이 사자산 정상에 붉은 구름처럼 떠 있었다니까요.

일림산 철쭉에 투자하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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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이 철쭉 군락지 사이를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만 겨우 보일 정도입니다. ⓒ 서종규

사자가 앉아 있는 모양이라고 하여 붙여진 산이 바로 사자산입니다. 사자의 머리는 정상에서 약 1km 정도 아래로 뻗어 있었습니다.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멀리 보이는 일림산의 붉은 기운이 유혹하고 있어서 발길을 돌렸답니다.

사자산에서 일림산 정상까지는 약 5km 정도의 산길입니다. 골치까지 약 3.3km를 내려가다가 다시 1.7km 정도를 올라야 합니다. 흙길이어서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았지만 조금 길어서 바삐 서둘렀답니다. 그만큼 땀이 많이 흘러 내렸답니다. 특히 골치에서 일림산 정상까지 오르려면 작은봉에 오르는 길이 만만치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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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은 봉우리 전체에 가득 산철쭉이 피어 있습니다. ⓒ 서종규

오후 4시, 작은봉에서 바라본 일림산(667m)엔 붉은 기운이 온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축제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철쭉을 보려고 몰려든 것이겠지요.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림산 너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바다안개가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일림산은 봉우리 전체에 가득 산철쭉이 피어 있습니다. 보통인 경우 길 양 옆으로 철쭉 벨트가 형성되어 있다든지, 아니면 여기저기 철쭉꽃 무더기들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일림산은 산봉우리에서 보성강 발원지에 내려가는 능선 너머까지 온통 철쭉만 가득하였습니다. 그러니 단연 철쭉의 명산으로 우뚝 선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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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은 산봉우리에서 보성강 발원지에 내려가는 능선 너머까지 온통 철쭉만 가득하였습니다. ⓒ 서종규

요즈음은 지자체에서 관광자원 계발을 위하여 많은 투자를 한답니다. 일림산 철쭉제를 관리하고 있는 보성군 해양산림과장인 김경철씨에 의하면 일림산을 철쭉 명산으로 만들기 위하여 1999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인력과 경비를 들여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답니다. 처음에는 공공근로에 참여한 사람들을 투입하여 철쭉을 제외하고 다른 나무들을 속아냈답니다.

"우리 보성군에서는 1999년부터 일림산에 철쭉나무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관리하여 왔습니다. IMF의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근로 사업을 실시하였는데 그 중 많은 사람들을 이 일림산에 투입하였지요. 그래서 철쭉나무를 제외하고 다른 나무들을 속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약 7년 동안 이렇게 쏟은 정성으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철쭉명소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금년도 제7회 일림산 철쭉제를 치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아 주셨는데, 금년에는 더 큰 성황을 이루었답니다. 저희들은 오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데 주차비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성 다향제와 연계하여 많은 볼거리와 맛있는 먹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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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처음으로 걸어보는 철쭉산행의 맛을 가슴 깊이 들이 쉴 수 있었답니다. ⓒ 서종규

#제암산 #사자산 #일림산 #산철쭉 #임금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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