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조개 예술이라는 것이여~"

전남 완도군 청산도 곽규선옹을 찾아

등록 2007.05.15 14:38수정 2007.05.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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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 촬영장에서 바라본 청산도 도락리 마을 전경
서편제 촬영장에서 바라본 청산도 도락리 마을 전경박병춘
5월 12일(토) 오전, 20년 벗과 전남 완도의 청산도를 찾았다. 충청도 육지에서 전라도 섬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흥분이었다. 대전-광주-나주-완도-청산도를 잇는 길과 바다가 너무나 멀게 느껴졌지만 온갖 볼거리와 때 묻지 않은 청산도 풍광에 피곤도 잊었다.


영화 '서편제', 드라마 '해신', '봄의 왈츠' 등 굵직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완도는 때마침 장보고 축제가 열려 여기저기 풍악이 울리고 있었다. 완도는 마을마다 풍물놀이패가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흥과 가락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영화 '서편제'의 무대가 되었던 당리 마을 풍경. 지붕이 마치 단풍 같다.
영화 '서편제'의 무대가 되었던 당리 마을 풍경. 지붕이 마치 단풍 같다.박병춘
청산도가 고향인 유영안(50·소설가)씨와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당리를 찾았다. 잘 익은 맥랑에 보리밭에 누운 자리,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을 지나는 순간 웬만한 사진작가들이 셔터를 눌렀다는 도락리 앞바다를 조망했다.

수많은 다랑이 논과 바다와 집과 산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광은 속세의 때를 벗은 신선으로 나를 끌어들였다. 이 청산도가 고려 속요 '청산별곡'의 무대가 아니었을까 의문하면서 유씨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아침나절에 조개 예술가 곽규선씨를 만났다.

천연색 그대로 조개 하나하나를 붙여 만든 작품들
천연색 그대로 조개 하나하나를 붙여 만든 작품들박병춘

청산도가 고향인 작가 유영안씨와 고향 마을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청산도가 고향인 작가 유영안씨와 고향 마을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박병춘

곽씨는 그림을 확대하여 직접 그린 후 조개 붙이는 작업을 한다.
곽씨는 그림을 확대하여 직접 그린 후 조개 붙이는 작업을 한다.박병춘

곽규선(69)씨는 청산도 도락리에서 멸치잡이와 전복 양식을 하는 전형적인 어부다. 곽씨는 약 10년 전에 인근 섬인 신지도에 갔다가 조개로 이것저것 문양을 만든 것을 보고, 접시 위에 조개를 붙여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100여종의 동물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 주변 평이 좋아 보다 입체적인 작품 제작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 동안 지인들에게 아무 대가 없이 선물로 준 것만도 500여점이란다. 곽씨는 어린이들이 보는 동물 그림책 한 권을 사서 직접 크게 그림을 그린 후 작품 제작에 들어간다. 이때 연출을 잘해야 작품이 된다고 한다. 가령, 제비를 만들 때는 색깔 배색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아내의 정성이 가득 담긴 소중한 조개 재료들
아내의 정성이 가득 담긴 소중한 조개 재료들박병춘
그 수많은 조개를 어떻게 구할까? 그것은 온전히 부인의 몫이다. 부인 지등자(67)씨는 홍합, 본찰, 배말껍데기, 고둥, 다슬기, 소라, 민물조개 등 남편의 작품 제작을 위해 특별하고 다양한 조개만을 골라 재료를 준비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살아있는 조개만을 채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을 만들 때 조개껍질은 두 쪽 가운데 하나만 쓰게 되지. 크기와 넓이를 감안해서 왼쪽 혹은 오른쪽 면만 써야 한다고. 이 조개는 절대로 색깔이 변하지 않아. 돌에 붙어 있는 것, 바닥에서 딴 것 등등 종류도 가지가지여."


자신의 일생이 담긴 원고 - 내년 금혼식때 출판 예정이라고 한다.
자신의 일생이 담긴 원고 - 내년 금혼식때 출판 예정이라고 한다.박병춘

어민일보에 실렸던 곽규선씨의 시
어민일보에 실렸던 곽규선씨의 시박병춘
부인은 웬만한 조개 채취 장소를 혼자만이 알고 있다고 한다. 결국 조개 예술 작품은 부부의 합작품인 셈이다. 곽씨는 원래 미술을 좋아하고 글쓰기 능력도 탁월하여 <어민일보>에 글쓰기를 해서 수상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내년에 금혼식을 기념하여 책을 내려고 준비중이기도 하다. 곽씨는 유언장을 겸해 원고지에 부부의 일생을 기록해 놓았다. 청산도에서 4대째 해상사업을 하며 슬하에는 2남 3녀가 있다.

이 부부가 결혼한 지 49주년이 흘렀다. 내년에 곽옹은 칠순이 된다. 부부는 50주년 금혼식을 반드시 거행할 예정이란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작품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작품이다.박병춘
청산도는 일본인 관광객에도 인기가 있다. '서편제', '봄의 왈츠' 촬영장을 둘러본 일본인 관광객들은 반드시 곽씨 집에 들러 간다고 한다. 올해만 4팀 정도가 다녀갔는데, 일본인들의 반응은 완전 감동의 물결이라고 한다.

곽씨는 앞으로 대형 작품을 만들 예정이다. 재료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곽씨는 박제처럼 다양한 모형을 만들어서 그 위에 조개를 붙여 대형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청산도가 최고라네!
청산도가 최고라네!박병춘
그러기 위해서는 부부가 밤낮을 안 가리고 물가에서 살아야 한다. 재료를 채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이는 말씀이 또 하나의 감동이다.

"조개 하나를 캐더라도 절대로 생태계 파괴를 안 한 것이여.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만들 것이여."

곽씨 부부의 소망이 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은 물론 앞으로 대형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회를 하는 것이 평생소원이다. 장소도 마땅치 않고 기회를 타지 못해서 작품을 방에 두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그저 사심없이 해변에 사는 한 사람이 패류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다고 한다.
#조개예술 #청산도 #곽규선 #지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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