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공무원들의 엉뚱한 책임 전가

피해자를 오히려 몰아붙이는 노동부

등록 2007.05.21 16:05수정 2007.05.21 16:1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노동부 측에서 팩스로 보내온 서류. 빨간색으로 밑줄 친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 문구임.

노동부 측에서 팩스로 보내온 서류. 빨간색으로 밑줄 친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 문구임.

노동부가 자신들의 행정적 착오로 멀쩡한 합법체류자를 미등록이주노동자로 만들었다가,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던 단체에 시정 사실을 통보하며 "앞으로는 불법 고용(체류)이 없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여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5월 10일 경기도 용인이주노동자쉼터는 노동부에 '고용허가제 근무처 변경 신청자 관련'하여 질의한 바 있다.

질의 내용은 인도네시아인 입누 이스따드(IBNU ISTAD) 외 2인이 근무처 변경 기간 중에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만에 사측으로부터 외국인력 고용 제한업체로 해당 외국인들을 고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합법적인 구직활동 기간인 두 달을 지나 미등록자로 전락한 것은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의 행정적인 착오인 만큼 구직 활동 기간을 연장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에서는 회신을 통해 문제가 된 세 사람에 대해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업장 변경 구직 기간 내에 근무처 변경을 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여 취업활동 불가능 기간인 2007년 4월 6일∼5월 6일까지 31일에 대하여 구직기간을 금번에 한해 연장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국인력 고용 제한업체를 알선받음으로 인해 발생한 심적·물적 피해에 대한 보상 언급은 차치하더라도, 단 할 줄의 사과도 없이 문제 제기를 한 시민단체와 이주노동자들을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여 자가당착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용인이주노동자쉼터는 21일 재차 노동부 장관에게 보낸 질의를 통해 "외국인력 고용 제한업체를 알선해 준 부분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사과가 없이 시민단체를 불법 고용 혹은 불법 체류를 조장한 듯이 매도한 것은 언어도단이며, 행정적 실수는 노동부에서 해 놓고, 그러한 실수를 시정하라고 한 단체에 책임을 전가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다시 노동부는 시민단체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법무부의 자료 미제공으로 인한 외국인 고용제한 업체에 대한 알선처리 및 고용허가서 발급, 사업주의 근로계약 즉시 해지 미이행 등으로 인하여 외국인근로자 IBNU ISTAD 외 2인이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업장 변경 구직 기간 내에 근무처 변경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정작 그 모든 책임을 잘못을 바로 잡으라고 요구한 시민단체에 전가하여 "앞으로는 불법 고용(체류)이 없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와 관련해 첫 문안을 만들었다는 광주지방노동청 담당자는 "초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으나, 결재 과정에서 윗선에서 문구를 넣었다"면서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담당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쉼터의 질의 내용에 대해 담당 팀장이 답변을 줄 것이다"라고만 답했다.

한편 노동부는 법무부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하지만, 정작 고용허가서를 발급해 줬던 업체에서 사업주의 근로계약 즉시 해지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에서는 애초 출입국에 외국인력고용변동신고를 하러 간 고용주에게 출입국에서 외국인력 고용 제한업체라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변명한 바 있는데, 그럴 경우 당연히 노동부에서는 해당업체에 '근로계약 해지 신고'를 종용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의 도입 취지 중 하나는 '불법체류자'를 줄여서 합법적인 틀 안에서 외국인력을 고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노동부 외국인력 담당 공무원들로 인해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공무원들의 행정 착오로 인한 손해를 당한 피해자이면서도,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 현실이다.
#이주노동자 #노동부 #용인이주노동자쉽터 #불법체류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4. 4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