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동동 시원한 콩국수 맛에 빠져보세요

음식도 계절과 궁합이 있어, 지금은 콩국수 먹을 때

등록 2007.06.12 11:03수정 2007.06.1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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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얼음이 동동 띄워진 콩국수에 열무김치를 얹어 더욱 맛있어 보입니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콩국수에 열무김치를 얹어 더욱 맛있어 보입니다. ⓒ 서미애

6월 중순답지 않게 때 이른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더위에 헐떡거리며 베란다 창고에서 선풍기를 꺼내옵니다. 분해 된 선풍기를 아빠와 조립해서 작동을 시켜 놓고는 "아~ 시원해" 하며 그제야 정신을 차리는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점심을 안 먹고 있던 우리는 이렇게 더운 날은 시원한 콩국수가 제격이다 싶어 콩국수를 해먹기로 했습니다. 콩국수를 하기 위해선 우선 3~4시간 전에 콩부터 불려 놓아야 합니다. 그리곤 비린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삶아 내 손으로 조물거리고, 껍질을 대충 벗겨낸 다음 믹서기에 갈아야 합니다.


이때 콩을 너무 삶으면 메주 냄새가 나고 덜 삶으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초보자들은 중간 중간에 콩을 하나씩 맛을 보고 비린내가 안 날 정도면 건져내면 됩니다.

저는 매년 가을마다 농사를 짓는 옆집 아줌마 동생네에서 1년 동안 먹을 콩을 미리 사 놓습니다. 지난 가을에도 검정콩 15kg과 노란 콩을 10kg나 사 놓았는데 위층에 사는 남편 친구 분이 5kg이나 됨직한 콩을 또 가져다주어 콩 풍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콩을 많이 사 놓고 먹기 시작한 것은 5년 전부터입니다.

소아마비로 힘이 없는 한쪽 다리가 걸음을 내딛으려면 공중에서 자꾸 헛돌며 넘어지려 했습니다. 그것은 평소의 힘없는 느낌과는 다른 것이었지요. 병원에도 다녀보고 한의원에도 다니며 침도 맞았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무릎관절을 잡아주는 근육이 무릎 뼈를 제대로 못 잡아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발을 디딜 때 뼈가 제자리에 들어가지 않고 어긋나는 그런 기분이었지요. 꾸준히 침을 맞으러 다니긴 했지만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한의원 선생님이 한 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저 같은 사람은 하체보다 상체가 더 발달해 힘없는 다리가 상체를 지탱하기에 무리가 가는 것 같다며 살을 좀 빼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식이요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일단 밥의 경우, 검정콩을 30% 이상 넣고 현미와 흑미, 그리고 보리쌀. 이렇게 네 가지만 넣고 밥을 해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고기 과일 생선 음료수 커피 분식 술 모두 먹지 말고 김치와 두부 물 녹차 나물 종류 등 거의 밥상에 저 푸른 초원을 옮겨다 놓은 듯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식욕을 억제한다는 한약도 한 재 먹었습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철저하게 지켰더니 거짓말같이 살이 빠졌습니다. 그렇게 하여 큰 딸을 낳은 후 늘어난 체중이 결혼하기 전 몸무게로 돌아왔습니다. 다리도 좋아졌습니다. 그때부터 꾸준히 콩밥을 먹으려고 매년 콩을 많이 삽니다. 검정콩은 밥에도 넣어 먹지만 우유에도 갈아 넣어 먹습니다. 시중에 나오기 시작한 검은콩 우유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격이 되었습니다.

노란 콩은 주로 콩국수를 해 먹는데,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3부제 택시운전사인 남편의 비번 날 점심 메뉴는 거의 국수일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겨울에는 바지락을 넣은 칼국수와 잔치 국수를 번갈아 해먹는데 그때 저는 여왕이 됩니다.


제가 해주겠다고 해도 본인이 스스로 해 먹는 것이 맛있다며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합니다. '옳지 잘 됐다' 하고 안방에서 배를 쭉 깔고 누워 있다가 남편이 부를 때 나가서 먹어만 주면 되는데, 이런 호사스런 여왕이 또 있을까요? 그러나 요즘처럼 더운 여름날에 먹는 콩 국수는 반드시 제 손이 가야 하지요.

그래서 저는 언제든지 먹고 싶을 때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도록 콩을 미리 불려 삶아서 냉장고에 보관해 둡니다. 국수물이 끓을 동안에 적당량의 물과 함께 콩을 가는데, 국물이 곱지 않다면 한 번 더 작동을 해 줍니다.

국물 농도는 각자 취향에 따라 물을 더 부으면 되고. 더 고소한 국물을 원하신다면 땅콩을 넣어서 함께 갈아도 됩니다. 이제 삶아낸 국수를 그릇에 담고 채썬 오이를 얹고 콩국을 부어 소금으로 간하면 맛있는 콩국수 완성입니다.

오늘은 위층에 사는 남편 친구 분이 외출 중이어서 저와 가까이 지내는 소희엄마를 불러서 함께 먹었습니다.

사실 남편 친구가 콩을 가져다 줄때는 콩국수를 할 때마다 함께 먹자는 뜻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없는 남편 친구도 개인택시 운행을 하는데 쉬는 날이 남편과 같아 거의 저희 집에서 점심 먹는 날이 많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별미를 할 때면 이웃과 정도 나누게 됩니다.

음식재료에 궁합이 있다고 하듯이 계절과도 궁합이 있습니다. 여름이 제격인 콩국수. 얼음을 동동 띄워 열무김치와 묵은 배추김치를 얹어 드셔보세요. 어느듯 더위가 저 만큼 달아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방송에도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방송에도 올립니다.
#콩국수 #소아마비 #식이요법 #식욕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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