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산 내 첫 카메라

카메라가 비싸다고 사진 잘 나오는 것은 아닌데

등록 2007.06.22 17:55수정 2007.06.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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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EOS 400D디지털 카메라가 도착했다. 그 카메라가 도착하자마자 난 사용법을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전에 쓰던 카메라와 별 차이는 없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알고 잘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도 사용책자를 꼭 가지고 나간다. 아직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하다.


a 너덜너덜해진 카메라 껍데기와 내 첫 카메라

너덜너덜해진 카메라 껍데기와 내 첫 카메라 ⓒ 정현순

그 카메라를 다른 카메라와 달리 살살 다르고, 닦고 조이고, 넣다 꺼냈다 난리도 아니다. 내가 봐도 웃겼다. 마치 갓난아기 다르듯이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남편은 “도대체 이게 몇 번째 카메라야? 이건 돈 좀 꽤 주고 샀을 것 같은데. 차라리 옷이나 사 입지”하고 말한다. 나는 “옷이나 화장품보다 이 카메라를 얼마나 갖고 싶었는데”하곤 또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남편의 말처럼 이 카메라가 4번째인가 다섯 번째인가? 궁금해졌다. 옛날 카메라가 들어있는 서랍을 열었다. 그동안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의 첫 번째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다 낡아 너덜너덜해진 카메라가 담긴 가방을 꺼냈다. 지퍼를 열려고 했지만 녹이 슬어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초를 칠하고 지퍼를 열었다. 금속성 장신구에는 군데군데 녹이 나 있었다. 카메라를 꺼냈다.

‘세상에나 이 카메라!’ 그 카메라를 보는 순간 정말이지 무척 정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그러니깐 26~27년쯤 된 것 같다. 찜해놓은 이 카메라를 몇날 며칠을 보러 그 상점 앞에서 뱅뱅 돌기를 수차례였다. 돈이 생기면 저 카메라를 꼭 사고 말테야. 마음속으로 굳게 생각하면서. 그러다 남편이 그해 여름 보너스를 내밀었다. 난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카메라를 사러 단번에 달려갔다.

얼마 주고 산 것인지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거금을 줬다. 그 카메라는 24장짜리 필름을 넣으면 48장이 나오는 요술 방망이 같은 카메라였다. 그렇게 많이 나온다는 것이 어찌나 좋았던지. 그렇게 장만한 카메라를 가지고 가까운 인천으로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났다. 생각지도 않은 카메라를 샀기에 멀리 떠나지는 못했던 것이다.

드디어 그 카메라를 쓸 일이 생긴 것이다. 난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져 노는 것은 뒷전이 되었다. 또 행여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손에서 떼놓지 못했다. 그렇게 처음 찍어온 사진을 현상해서 보는 그 기분이라니. 정말이지 최고였다. 그 당시에는 카메라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친구나 이웃에서 카메라를 빌려 달라고 하면 엄청 망설이다가 빌려주면서 잘 쓰고 가지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 카메라로 딸과 아들 아이 유치원졸업, 초등학교 입학, 졸업, 집안의 이런저런 일 등을 모두 담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 카메라는 15년 정도 우리와 생사고락을 같이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 더 성능이 좋은 필름카메라를 또 사게 되었고, 2004년인가에 디지털 카메라를 사게되었다.

그러나 처음에 산 그 카메라만큼 소중하고 애착이 가지는 않았다. 서랍 속에 카메라를 세어봤다. 이번에 산 카메라와 캠코더까지 6개(필름 카메라 2개, 디지털카메라3개, 캠코더1개)다. 모두 귀하고 소중하다. 카메라가 비싸다고 사진을 더 잘 찍는 것은 아닌데 왜 난 카메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지.


그 중에 제일 먼저 산 디지털 카메라는 손자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달라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할 것 같다. 그렇다고 이번 카메라를 쉽게 산 것은 아니었다. 언제부터 찜을 해놓고 보고 또 보고. ‘안 사도 되지? 아니야 저 카메라 정말 사고 싶다. 조금 기다리면 가격이 떨어질텐데’하는 갈등을 수없이 겪고 산 카메라다.

다행히 EOS 400D디지털 카메라 가격이 처음보다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사게 된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사기로 결정했을 때는 이 카메라가 정말이지 마지막 카메라라고 내 자신과 굳게 약속을 하면서 구입을 했다.

하지만 오래 전에 구입해서 가격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고, 지금은 보기도 힘들지만, 내가 제일 먼저 산 필름 카메라를 앞으로도 제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길 것이다.
#카메라 #디지털카메라 #필름 #사진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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