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모기는 전투화도 뚫는다던데...

선유도에서 벌보다 센 바다 모기와 벌인 '혈전'

등록 2007.06.23 15:23수정 2007.06.25 09:4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바다모기는 벌보다 침이 더 세다구 그러더라구?"
"바닷가 모기는 전투화도 뚫는댜~ 준비 잘해서 가야 되겄다."


여행 떠나기 전에 그렇게 얘기했건만 친구들이 챙겨온 건 고작 모기향 한 곽뿐. 이렇게 허술하게 준비해 갔으니 결과는 뻔했다.

정말 된통 당했다.

이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진심어린 충고가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한 대가로 돌아온 건 모기와 싸우다 지쳐 결국 모기의 허기를 채워주며 남긴 울긋불긋 부어오른 영광스런(?) 상처뿐이었다.

"웽~웽~"

소름 돋게 하는 모기의 날갯짓 소리.


바다 모기와 사투(?)를 벌였던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떠난 선유도 여행을 회상해 본다.

때는 바야흐로 1991년 7월.


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며 계곡과 바다 등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피서를 즐기고 있던 시기였다.

때마침 몇몇 친구들이 모여 피서이야기를 하던 중 한 친구가 선유도에 다녀온 여행담을 들려주었고, 그 이야기는 친구들을 이미 선유도의 환상 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럼, 선유도로 가는 겨~, 근디 다른 애들한테도 연락해야지?"

급작스럽게 장소를 결정한 친구들은 곧바로 날짜까지 잡아버렸다.

"질~질~ 끌게 뭐 있냐, 방학도 했겄다 모레 출발하는 걸로 하자! 허락은 각자 받아라."

일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했던가! 서두른 대가는 여행지에서 모기에게 톡톡히 당한 결과로 나타났다.

드디어 떠나기로 한 날. 다행히 친구들은 모두가 허락을 받아 다같이 떠나게 되었지만 출발하면서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추억의 비둘기호를 타고 마침내 선유도를 향해 출발. 벌써 마음은 선유도에 도착해 있었다. 3시간여를 기차로 달려 이리역(지금의 익산역)에 도착, 다시 버스를 타고 선유도항 배를 타기 위해 군산항까지 이동했다. 군산항에서도 선유도까지 다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선유도에 도착했을 때는 6시간 동안의 긴 여정에 이미 모두가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일행들은 먼저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하고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허기를 채웠다. 그러고 나서 선유도를 대표하는 신선바위며, 선유대교며 선유도를 돌며 본격적인 유람을 시작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선유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뒤로하고 텐트로 돌아온 일행은 저녁을 먹고 어둠이 깔리자 손전등을 들고 나와 어린 꽃게를 잡으며 피곤했지만 즐거웠던 하루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즐거운 여행을 방해하는 복병 모기가 있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바다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게를 잡으며 논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미 모기들은 우리들의 숙소 안에서 일행들의 신선한 젊은 피를 섭취(?)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야~ 모기약 사왔지? 줘봐~"
"모기약 뭐 사왔는데?"
"모기향밖에 없는데?"

"뭐? 몸에 바르는 약하고 홈키파 이런 거 없어?"
"그냥 모기향이면 될 거 같아서 이것만 사왔는데? 돈도 아낄 겸해서…."

"으이구, 여기 왔다갔던 형이 모기약은 철저하게 준비해 가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안 챙겨 왔냐? 바닷가 모기는 전투화도 뚫는다잖어~"
"어쩔 수 없지 뭐! 모기향 피워놓고 다 밖으로 나가자."

일행들은 각자의 텐트 안에 모기향을 피워놓고 밖으로 나왔다.

"이젠 됐을 겨~ 얼렁 들어가서 자자, 피곤해 죽겄다."

텐트를 열었다. 마치 불이 난 것처럼 자욱한 연기가 텐트 안에 가득 차 있었다. 들어가서 자려니까 이제는 독한 모기향 냄새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쫌 추워도 문을 열자, 모기장이 있으니까 조금 있다가 닫으면 되지 뭐."

그렇게 해서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귓전에서 "웽~웽~"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모기가 텐트 안을 활보하고 있었다.

"뭐야? 다시 살아난 겨?"
"와~ 이게 모기여? 벌보다 더 끈질기네."

밤새도록 그렇게 모기와의 전쟁은 계속되었다.

모기한테 한 번 물린 데는 퉁퉁 부어올랐고, 벌에 쏘인 것처럼 아프기까지 했다. 뭍의 모기와 비교했을 때 상대도 안될 만큼 강도 면에서 사뭇 달랐다. 이쪽저쪽 텐트에서 욕과 함께 박수소리(모기 잡는 소리)가 들렸다. 밤이 새도록….

그렇게 선유도에서의 첫 날은 흘렀다. 다음날 아침 밤새 잠을 설쳤는지 9시가 넘도록 아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텐트를 돌며 친구들을 깨우려는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텐트 안의 모습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을 만큼 어지럽혀 있었다. 이불이며, 친구들 다리하며, 심지어 한 친구의 얼굴에까지 피가 묻어 있어 밤새도록 모기와 사투를 벌인 흔적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게 아닌가! 그 피 속에는 여지없이 모기가 납작하게 눌려서 죽어 있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친구들은 너무 서둘러 온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것도 3일 밤 내내 말이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준비해왔어야 했는데…"하며 후회하고 있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는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었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했던 선유도 여행은 친구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3일 밤을 설치게 만들었던 바다모기로 인해 생긴 영광의 상처와 함께….

덧붙이는 글 |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덧붙이는 글 <여름의 불청객 '모기'를 말한다> 응모글
#바다모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4. 4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